어찌하다 보니 장수생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졸업을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육아휴직 기간에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현업에서 실무 경력이 오래되었다 하더라도 학교에서 논문을 쓰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나는 영어 논문을 읽어 나가는 것도 헉헉 거리면서 하루에 5개 정도의 논문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준비를 시작하였다. 일단 뭘 알아야 내 연구 논문을 쓸 수 있으니 빠르게 다른 사람들의 논문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구체화하였다. 전공이 UX이니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chatbot/AI satisfaction'과 같은 관련 논문을 선별해 읽어나갔다.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UX 논문에 근거가 되는 이론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Technology Acceptance Model (TAM, Davis) 이론
기술수용모델이라 부르는 TAM모델은 정말 정말 자주 나오고 대표적인 이론이다. 연구 논문을 거의 안 읽었던 시절에도 이건 몇 번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이론이다. 기술수용모델은 지각된 용이성, 지각된 유용성이라는 요인을 통해 사용 태도와 사용 의도를 설명하는 모델이다.
나는 최근에 내 딸아이의 돌잔치를 진행했다. 이 돌잔치 서비스를 둘째가 생겨도 계속할지 결정하고 내가 만족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지각된 용이성' 즉 돌잔치 서비스가 간단하고, 재미있었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는지 척도로 확인하는 것이다. 또 중요한 척도가 '지각된 유용성'인데 이 돌잔치가 정말 인상적이고 멋진 경험을 만드는데 기여를 하는 척도인 것이다. '멋진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나?'를 판단하는 척도다. 지각된 용이성, 지각된 유용성이라는 척도가 모두 긍정적이라면 나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해당 돌잔체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TAM 모델 자체만으로 논문을 쓰지는 않는다. 1980년대에 만들어진 이론이라 요즘의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이유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통합기술수용모델이다. TAM을 보완해 여러 척도를 추가하여 사람들이 특정 기술을 사용하거나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이유를 밝힌다. 통합기술수용모델(UTAUT2)의 척도는 TAM의 용이성, 유용성에 더불어 사회적 영향력, 지원(리소스), 즐거움, 가격, 습관이 있다. 이런 여러 척도들을 종합해 왜 이 서비스, 기술을 사용하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Uses and Gratification Theory (U>, Katz) 이론
이용과 충족 이론 역시 UX 논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 이론 중 하나이다. 이 이론도 무려 1959년에 만들어진 이론이라 무척 오래된 이론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미디어를 선택할 때 어떤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 해당 미디어를 선택하는지 밝히기 위해 사용하는 이론이다. 사람들이 미디어를 선택하는 데에는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욕구, 개인을 표현하기 위한 욕구, 친구/집단과 어울리기 위한 욕구, 재미와 즐거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이론이다. 이 척도들을 활용한다면 사람들이 미디어를 이용하는데 어떤 동기로, 왜 이용을 하는 것인지 밝힐 수 있어 유용하다.
Expectation-Confirmation Model (ECM, Battacherjee) 이론
기대 확인 이론은 사람들이 기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는 이론이다. 왜 사람들은 스타벅스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것일까? 아이폰을 왜 계속 사용하는 것일까? 이렇게 사람들이 계속 해당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증명하는 이론이다. 논문에 따라 이론을 변형하여 사용하긴 하지만 주 요소는 기대사항, 확인, 인지된 유용성, 만족, 지속의도가 있다.
서비스나 기술을 사용하기 전 믿음과 예측은 기대를 만든다. 확인을 통해 그 믿음, 기대가 일치하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만약 긍정적으로 일치하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족하며 사용하게 된다. 인지된 유용성은 사용자가 제품으로 인해 얼마나 문제를 해결하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족도는 인지된 성능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이며 지속 의도는 계속해서 해당 기술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결정이나 의향 자체를 의미한다. 어떤 요인들로 서비스나 기술을 지속해서 사용할 때 주로 사용하는 이론이다.
나는 오랫동안 실무자로 눈앞의 아웃풋만 확인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아직도 논문의 이론들이 낯설고 버겁다. 때론 너무 당연한 것들은 이렇게 이론으로 만든 게 대단한 건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을 확실한 근거로 규명한 것은 직관을 지식으로 바꿔 다시 실무에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론가 실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기획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