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P 시대, 우리는 어떻게 믿음을 설계할 것인가
MCP 시대에 UX를 설계하는 사람은 단순히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디자이너에 가깝다. 몇 주 전 나는 내 헬스 데이터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피곤이 누적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수면 시간 60% 감소'라는 숫자로 눈앞에 나타났을 땐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종종 '정확한 데이터'가 믿을 수 있는 데이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뢰는 단순히 숫자의 정밀함에서 오지 않는다. 데이터가 나랑 닮아있는 것을 사람들이 체득할 때 비로소 믿음이 생긴다. 최근 몇 주 동안 아기를 돌보느라 밤에 잠을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할까?'라는 막연한 감각은 이미 나 스스로도 알고 있고, 그 이유도 대충은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데이터가 '수면 시간이 평소보다 70% 줄었어요.'라고 말해줄 때 나는 '오, 데이터가 정확한데?'라고 안도하게 된다. 이건 단순히 데이터가 '사실을 알려주는 형태'가 아니라 내가 이미 느끼고 있던 감정을 '인정해 주는 데이터'이다. 좋은 데이터란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내 감정을 이해해 주는 것이다. 차가운 숫자가 아닌 나와 리듬을 함께 느끼는 존재.
'데이터가 믿을 수 있다.'라는 느낌은 달릴 때도 종종 이어졌다. 내가 천천히 달리거나 리듬을 높일 때마다 그 변화가 데이터로 그대로 반영된다. 내가 어떤 보폭으로 걷고 뛰는지 이미 인지를 해서 내 생각 그대로 데이터가 나타나면 안도감이 든다. 단순히 숫자가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인지한 리듬, 감각 그대로 나타내주는 느낌이다. 내 감각과 데이터가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잠시 뇌를 쉬어도 누가 나를 든든히 서포트해 주는 기분이다. 이런 순간에야 비로소 데이터가 나를 닮았다는 신뢰가 생긴다. 결국 사람들은 '정확한 수치'자체보다 '나를 이해해 주는 정보'에 신뢰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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