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사고실험, 열 번째
얼마전에 인천항 곡물창고를 개조한 상상플랫폼에서 '할비 데이비슨' 이라는 아주 유쾌한 그림을 보았습니다. 노인용 보행기를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처럼 개조하고, 너무 신나게 웃고 있는 할아버지를 그렸어요. 노란 배경화면과 환한 웃음이 어우러져 저도 한참 웃었습니다. 늙어간다는 게 불안하고 무겁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달까요.
기후변화 관련 기술을 떠올리면, 재생에너지나 전기차를 제외하고는 제철 공정을 탈탄소화시킨다든지, 공중에서 탄소를 포집해서 묻어버린다든지 하는 거대한 기술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린수소와 핑크수소와 블루수소는 뭐가 다른지에 대해 알아보다 보면, 그래요. 중요하지만, 따분한 건 사실이죠. 내 삶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기후변화와 관련된 트렌드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꽤 재미난 기술들도 많습니다. 단순히 기후변화를 완화하려는 기술뿐만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고 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창출하는, 그러다 보면 우리의 삶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기술들도 있다는 거죠. 오늘은 그런 기술들을 몇 개 소개해보려고 해요.
프랑스의 최대 금융그룹인 BNP파리바는 기후테크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러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피닉스'는 식품 기부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통해 낭비되는 식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기아 문제를 해결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자원 부족에도 대비합니다. '헬로와트'는 에너지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분석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우리 집이 다른 유사한 규모의 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에너지를 절약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죠.
'케믹스'는 AI를 활용해 배터리 설계를 최적화하여 배터리 수명을 4배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기술이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더 긴 배터리 수명은 자원 소모를 줄이고, 기후변화 대응 기술의 확산을 촉진하니까요.
농업 부문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을 위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악시오마'는 유기생물 자극제를 개발해 식물의 구조와 뿌리를 강화함으로써 기후 스트레스를 줄이는 기술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가뭄이나 온도 상승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서 식물의 생존을 도우며, 농업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네이처매트릭스'는 DNA 기반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해 장기적으로 생태계를 모니터링하는 복잡한 과정을 간소화했습니다. 보통은 장기적으로 생물의 추적 관찰해야 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깃털이나 점액과 같은 작은 샘플만으로도 생물다양성을 추적할 수 있어,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를 보다 효율적으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의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ON)'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갑피를 제작한 '클라우드붐' 운동화를 선보였습니다. 이 신발은 라이트 스프레이 기술을 활용하여 3분 안에 제작할 수 있고, 가열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요. 앞으로 패션 업계에서 지속 가능한 재료와 제작 방식을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언스푼'은 3D 직조 기술을 활용해 옷을 만들기 위한 천을 만드는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옷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천(a.k.a. 자원의 낭비)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패션 산업의 기후 변화 대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솔직히, 푸드테크 분야가 가장 신박하게 느껴졌어요. 아직은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신박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세이버'는 물과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대체버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기존의 농업 및 축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기술로, 맛도 진짜 버터와 비슷하다고 하네요.
'패브릭캔디'는 폐섬유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해 사탕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원 부족에 대비해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혁신적인 방법이고, 식품 및 섬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기후변화 관련 신기술, 기후테크 육성을 지원하는 유명한 펀드들이 몇 개 있습니다. 이 글의 시작에서 소개한 BNP파리바 (프랑스)를 비롯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Breakthrough Energy Ventures (BEV), 아마존이 2020년에 설립한 Amazon Climate Pledge Fund 등이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을 지원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많이 알수록 기후불안이 커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한 공부를 계속할수록, 다들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나름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혁신들이 계속 시도되고 성공과 실패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고 있어서, 조금은 안심이 된달까요.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