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의 숨겨진 성곽길
성북동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성북동 비둘기. 길상사. 대사관. 수연산방. 금왕돈까스. 그리고 요새 생겨나고 있는 디자인 가구 쇼룸들과 카페.
성북동 나폴레옹 제과점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심우장까지 올라가는 언덕은 어느 덧 주말에 조용하고 운치있는 장소를 찾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가 된지 오래다. 파스타와 샐러드를 파는 비스트로 레스토랑부터 수연산방이나 길상사 같은 전통 가옥까지. 그리고 최근에는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 가구 쇼룸들이 생겨나며, 이른바 엣지있는 스팟으로 바뀌었다.
나 또한 이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중 하나였고. 그런데 사람이 많아지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7년 전 대학생 때 가끔 카메라를 들고 숨은 맛집을 호기심으로 찾던 느낌이 많이 없어졌다는 점. 홍대나 종로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상권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것도 요새는 대형화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성북동 디너쇼에 있던 타자기와 잡지.
그런데 나폴레옹 과자점을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꺾으면 낯선 공간이 나온다. 성북동 성곽길과 이어지는 길이며, 성북동의 고급 맨션이 아닌 개발 전의 북촌이나 계동 같은 한옥과 빌라가 밀집되어 있는 주택촌이 나온다. 또한 성곽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어느 새 성북동과 정릉까지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 3층 건물의 게스트하우스도 보인다. 마당의 잔디에는 그네가 있고 지인들과 와인 한잔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운치를 더한다.
이름은 잊어버린 다락방 카페
이곳에도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코리안 비스트로 레스토랑, 사진 작업실 겸 다락방 카페, 국수집 등등. 갯수는 적지만 그 나름대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좋은 점은. 붐을 이루기 전의 연남동이나 서촌처럼 주택가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는 산책로도 있고, 한옥과 주택 사이의 주황색 가로등도 밤에 운치를 더한다. 편의점은 딱 한개가 있다. 그 가로등 길을 따라 내려가면 혜화동 사거리가 나온다. 성북동 성곽길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길상사, 심우장, 수연산방, 비스트로, 디자인 가구 쇼룸, 대사관저 등등의 오리지널 성북동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왼쪽으로는 대학로의 연극, 극장, 선술집, 마로니에 공원 등을 만날 수 있다.
직장이 종로인 신혼부부라면 한번 추천할 만한 동네이다. 물론 골목이 좁고 주택가가 많아서 차가 없는 뚜벅이 부부여야겠지만.
성북동 디너쇼 내부 사진. 7월의 햇살이 유난히 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