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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의 재발견 Feb 16. 2016

어딘지 모를 공간

'모두의 별장'을 다녀와서

그런 날이 있다.


혼자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 그런데 막상 실행에 옮기려 해 보면 쉽지가 않다. 날씨가 춥지는 않을까. 혼자 밥은 어디서 먹을까. 잠은 모텔에서 자야 하나 호텔을 택해야 하나. 그리고 많은 시간을 혼자 어떻게 보내지? 주위 관광지를 보다가 어느 새 여행 일정을 짜고 있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가까운 카페에나 가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일상에 지쳐서 떠날 피난처를 찾는데, 혼자가 되어 행동할 하루가 더 부담스러운 상황.


이런 공간을 찾고 싶었다. 일상의 피난처이면서 무엇을 해도 관계없는 공간. 서울에서 한 시간 이내로 멀지 않으면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시끌벅쩍하지 않고 조용하게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 그러면서도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어떤 주제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디자인 감성도 나와 닮아 있는


 

시골 집이 생각나는 파란 지붕의 '모두의 별장'


 '모두의 별장'은 강화도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이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 조용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공간이었고, 생김새도 시골집 그 자체였다. '왜 이런 곳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주인장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주변이 모두 논밭이었고 편의점도 차로 5분은 가야 할 정도로 고립된 공간인데.




'모두의 별장'은 처음에 3명의 젊은 직장인들이 만든 창작 공간이었다. 비영리법인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면서 '굳이 서울에서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에 강화도에 사무실 터잡았다. 간간이 미팅도 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과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서 낯설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만의 별장을 만들었고 작년부터 이 외로운 별장에 사람들을 초대했다. 함께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먹고 가을에는  시골집 마당에서 캠프파이어에 둘러 앉아 맥주도 한잔한다. 동네 길 고양이가 들어오면 음식을 나눠주고 밤에는 인디밴드의 통기타 소리가 은은하게 시골 동네에 울려 퍼진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모두의 별장'이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됐지 않을까 싶다. 도시에서 벗어나 사색을 하고 창작 활동을 하지만, 또 완전히 고립되지는 않는 이상적인 공동체. 나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별장.


이곳은 어느 시골집 부엌인가 아니면 삼청동의 어느 카페 키친인가


낮 시간에는 침대에 누워 미뤄왔던 책을 읽고, 글을 한 편 썼다. 침대마다 스탠드가 있어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저녁때가 되니 오롯이 혼자인 게 적적하다. 거실에는 그날 이곳을 찾은 게스트들이 있었고 주인장은 그들과 어느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체크인을 하기 전에 주문했던 요리를  먹기 위해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았고 짧은 통성명을 한 뒤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어색하기도 하면서도 완전한 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대감. 다행히 이곳을 찾은 사람들 역시 일상의 피난처를 찾아온 까닭에, 서로에 대해 깊이 관여하지는 않는다. 이야기가 겉돌기도 하면서도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어가는 강화도의 밤. 창밖으로는 별이 쏟아질 듯 했고, 우린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정적인 시골마을에 모여 앉아 있었다.




모두의 별장 주인장인 '한비 씨'는 '모두의 별장'을 이렇게 얘기한다.

"지금 여기는 어디일까요? 서울의 카페인지,  시골집인지, 외국인지, 외국이라면 남미인지, 네팔인지, 유럽인지... 저는 이 공간이 정체성 없는 어딘지 모를 공간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그곳은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고, 강화도란 시골마을이었으며, 우리 아버지가 사는 강원도  시골집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집 안은 '어디인지 모를' 공간이었다.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해석할 수 있는. 그래서 오는 이들마다 다른 추억을 갖고 돌아가는. 각각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모두의 별장'


서울에서 벗어나 나만의 피난처를 찾고 있다면

강화도의 별이 많은 시골집에서 하루를 보내보면 어떨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주인장의 요리 솜씨에는 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시골집에서 따뜻한 뱅쇼에 계절 해산물 페스토 파스타를 맛볼 수 있을 테니까. 럼 베이스에 진하게 내린 달콤한 커피, '강화의 밤'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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