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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Sep 28. 2022

번아웃이 왔습니다. 제 꿈은 다움웍스 퇴사입니다.

프리워커의 번아웃 탈출기

주간 이슈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나요? 그간 별다른 이슈가 없어 주간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혼자 일하는 디자이너로서 답답함과 열정을 글에 녹이려 했는데 삶이 너무 평탄한 거죠. 건조하게 ‘뭐뭐 했음.’ 몇 줄 적을까 했습니만, 글쎄요. 성의 없는 글을 적기에 이 프리워커 보고서는 소중하니까. 형식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유보했습니다. 한 주들이 모여 한 달 만에 보고를 올립니다. 해오던 일들이 일정하게 반복된, 사건 사고가 없는 무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동 공예 교육의 안정화와 성장

<행복한 공예 교육>의 커리큘럼과 진행이 안정화되어 매주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하고 있습니다. 벌써 10회 중 2회만이 남아있습니다. 10주라는 길다면 긴 시간동안 잘 따라와 주고 있는 아이들에게 고맙습니다. 나 자신도 수고했다. 짝짝

아동 대상 공예 수업을 통해 타 기관에 출강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천호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초등생 24명을 대상으로 에코백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에코백에 자신이 원하는 글자 또는 그림을 그린 후 스티치하여 꾸미는 수업입니다. 


수강생이 4명만 있어도 수업이 끝나면 힘이 쭉 빠집니다. 그런데 24명이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들어간 수업. 아이들은 제 걱정을 보란 듯이 뒤엎고 어른의 머리로는 표현하지 못할 톡톡 튀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선생님 도와주세요!”를 외쳐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퐁퐁 튀어 다녔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힘으로 완성했습니다. 아동 공예 교육은 하면 할수록 새롭고 신기합니다. 때묻지 않은 친구들의 기발한 작품 앞에 무장해제됩니다.무사히 24명의 아이들과 수업을 마쳤습니다. 단체 수업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 시간이었습니다.


GEMMANI 브랜딩 마무리

지난 1화 프리워커 보고서에서 언급한 브랜드의 브랜딩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브랜드는 젬마니입니다. 

참 특별한 인연이었습니다. 제가 사회 초년생 시절 다닌 회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계정을 보셨다고 합니다. 저는 당시 회사 제품과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렸거든요. 그때부터 저를 알고, 이후 저의 행보를 다 보셨다고 해요. 언젠가 저와 일을 했으면 하셨고 이번 브랜딩 작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인연이 참 신기합니다. 언제 어떻게 맺어질지 모른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내가 모르는 분이 모르는 곳에서 나를 조용히 지켜봐왔다는 것. 그리고 어느 날 만났다는 것. 감사할 수밖에요. 수많은 디자이너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지만 다움웍스에 연락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지금까지 나름 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인성이 들통나진 않았겠죠? ㅋㅋㅋㅋ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 말하기 입에 아플 정도로 좋은 결과물을 냈습니다. 중요한 선택에서 늘 특별한 결정을 해주셨고, 이는 젬마니만의 독특하고 감각적인 브랜딩으로 탄생했습니다. 훌륭한 결과물은 전적으로 클라이언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의 실력은 당연하고요. 디자인 업계의 실력이 이제는 어느 정도 평준화가 되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도 디자인을 하는 시대니까요. 디자이너가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정서적, 감각적 교감을 나누고, 과감한 선택을 하며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끗발 나는 디자인이 탄생합니다.


젬마니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브랜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가 일단락되면 또 다른 하나가 요이땅하고 시작. 뭐랄까, 치고 빠지기가 잘 된달까. 일정하게 일을 할 수 있어 프리워커로서 다행입니다. 이런 순환이 안정적이고 편안합니다. 안정감. 든든해서 기대고 싶은 그 이름. 또한 변화의 필요를 감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미소의 이름, 안정감. 정감아! 그동안 고마웠다. 


안정적인 상태는 동시에 습격당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는 뜻입니다. 여유로운 주말에 6.25 전쟁이 터진 것처럼요. 대부분의 어려움은 평탄한 찰나에 습격해옵니다. 일상에 거슬리는 것이 없는 안정적인 매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번아웃, 혼자만의 시간으로 힘 기르기

천천히 복기해 보면 조짐은 있었습니다. 때는 추석으로 올라갑니다. 일정이 도무지 나지 않아 추석 연휴에 미팅을 잡았습니다. 당시 한 프로젝트를 끝내고 조금 지친 상태였습니다. 며칠 푹 쉬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 괜찮아” 하며 일을 했어요. 


저는 “괜찮아” 중독자입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마음을 기본으로 가지려 하고, 내가 더 이해하고 말자는 주의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은 정말 괜찮습니다. 그러나 이 괜찮음이 습관이 되면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줄 아는 오류를 일으킵니다. 추석 이후에도 여러 미팅과 출강이 이어졌습니다. 바빠서 좋았어요.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고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 있어 즐거웠습니다. 일에 근력과 지구력이 늘어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통이 한 달째 낫질 않았습니다. 직업병인 거북목 때문이겠지, 추워진 날씨에 몸이 적응 중일 거라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몸에 전혀 이상이 없었습니다. 아하 나 꽤 병인가? 차라리 꽤 병이면 좋았겠습니다. 스트레스는 나도 모르게 쌓여갔고, 하루도 쉬지 않고 울리는 핸드폰과 메일에 머릿속의 압력이 높아졌던 것입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는 신체의 통증으로 발현됩니다.


결국 어느 날,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일 통화를 마치고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펑펑. 현재 번아웃이 왔음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눈치가 빠른 편인데 정작 제 마음과 몸 상태에는 눈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나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니, 조금 분하더라고요. 자기다움의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사람이 자기상태를 몰랐어요ㅠㅠㅠㅠㅠㅠㅠ


자자, 그럼 이 번아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여러 번 번아웃을 겪어 봤으니 해결 방법도 잘 압니다. 무조건 쉽니다. 꼭 혼자 쉬어야 합니다. 내향인인 저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세상과 연결을 잠시 끊습니다. 핸드폰을 꺼두고 메일함에 어쩌다 한번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립니다.  


1) 야외 테라스 카페에 앉아 책 읽기 : 북 카페에 이틀 연속 방문하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완독했다.  

2) 누워서 드라마 정주행하기 :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조건 누워서 봐야 한다.  

3) 먹고 싶은 음식 먹기 : 바베큐 닭구이를 배달했다.  

4) 조조 영화 보기 : 재개봉한 <아바타>를 관람했다.  

5)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 쉬기 : 커피를 며칠 마시지 않았다. 정말 졸렸다. 졸려서 잤다. 푹 잤다.  

6) 운동하기 : 푹 쉬고 일어나 오랜만에 근력운동을 했다.   

7) 글쓰기 : 프리워커 주간 보고서와 각종 글쓰기를 시작했다. 내 안의 것들을 바깥으로 표출할 힘이 있다는 것은 번아웃에서 나오고 있다는 신호이다.   

휴식도 일하듯이 열심히 해야 한다는 드라마 속 대사가 떠오릅니다. (아마 드라마 <런온> 속의 대사일 겁니다) 일을 열심히 할 줄 아니 휴식도 열심히 잘 할 자신 있습니다. 마음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쉰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무조건 일을 멀리 했습니다. 다움웍스 퇴사하고 싶은 주간이었지만 여차여차 터널을 빠져나왔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괜찮다고 여기는 훈련을 작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무언가 의미 있고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해야지만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휴식을 통해 나를 다독이고 충전할 수 있습니다. 휴식이 더 나은 나를 만듭니다. 휴식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진 않나요? 머릿속에 꽉 찬 압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부디 쉬십시오. 잘 쉬는 사람이 잘 일하고 잘 놉니다. 


주간 업무 로그 (이번 호는 한 달치)  

    행복한 공예 교육 4~8회차 수업   

    천호 청소년 문화의 집 - 스티치 에코백 출강  

    W사 브랜딩 미팅, 3차 시안 작업  

    N사 SNS 콘텐츠 작업 및 업로드  

게렌하푸 콜라보레이션 기획 상품 제작  

    다락장 4회 개최  


주간 독서

완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생의 이면 - 이승우  

    모모 - 미하엘 엔데  


독서 중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이도우  


이번 주의 문장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소설과 드라마의 제목


다음 주 포인트  

    Gemmani 결과물 업로드  

    행복한 공예 교육 9회차 수업   

    크래프트 온 클래스 출강  

    N사 SNS 콘텐츠 작업 및 업로드  

    독서 모임 3회차  




혼자 일하는 프리워커의 자유와 치열함, 게으름을 독자분들께 보고합니다.


직장을 계속 다녔다면 지금쯤 대리를 달았으려나. 제 능력이 출중해서 고속 승진했을 수도 있습니다. 1인 디자인 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직원인 저는 상사가 없어 평가받지 않고 동료가 없어 경쟁하지 않습니다. 직업으로서, 주체적인 개인으로서 잘 성장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보고서는 스스로의 성장을 확인하기 위한 기록물입니다. 이번 한 주도 좋다가 슬프고, 화내다 이내 기뻐하며 살았네요. 


한 주간 안녕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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