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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n 20. 2024

생태적인 삶을 인식하며

  내가 추구하는 생활 방식 자체가 생태적인 것에 반하는 삶은 아니다. 워낙에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에 작아진 옷을 리폼하여 아이 옷을 만들어준다던지, 우산을 리폼하여 방수가방을 만든다던지, 플로피 디스켓을 활용하여 조명을 만든다던지 등등의 작업으로 재활용 공모전 출품 및 수상도 진즉에 했었다. 손으로 만드는 것 외에도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는다던지,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한다던지 등등의 에너지 절약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생태적인 삶이라던가 지구 환경을 위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한 과정을 즐겼을 뿐.




2004_ 플로피 디스켓으로 만든 조명 (공모전 출품 및 전시회)



  8년 전의 일이다. 기한이 정해진 일로 정신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아이 밥은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며 동생이 먹거리를 잔뜩 주문해서 보내줬다. 전자레인지만 가동시키면 뚝딱 만들어지는 영양밥과 비닐 봉투만 개봉해서 냄비에 넣은 후 끓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각종 탕류들이 대부분이었다. 요리시간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자 아이 식사를 챙길 수 있었고, 라면이나 빵을 줄 때 보다는 죄책감이 덜했다.

 

  그사이 편리함에 익숙해진 나는 요리에 필요한 싱싱한 채소나 원재료를 구매하는 대신 플라스틱이나 두꺼운 비닐 포장재에 담긴 간편 조리 식품들을 구매했다. 요리 대신 조리를 선택하며 식사준비에 할애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음에 가벼움을 느꼈다. 재활용 쓰레기가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2주 쯤 지났을 때의 일이다. 


  분리수거용 가방에 비닐 쓰레기와 플라스틱 용기를 꾹꾹 눌러 담는데 그 양이 꽤 많았다. 그때 문득 ‘인간이 쓰레기를 만들며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머물렀고 잘못 생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여전히 포장재에 담긴 먹거리들을 구매하고 있지만 인식 하고 있는 것과 인식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부터는 일회용품을 최대한 줄이고 생활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라는 단서가 붙는다. 경제적인 불이익이 있더라도 지구 환경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신념은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경계 안에서는 어느 정도 불편함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출석 수업시간(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하였습니다_2024년)에도 교수님이 언급하셨지만 식재료 중 하나인 아보카도 이야기가 나에게도 하나있다. 아보카도가 건강식품으로 급부상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때, 잘라놓으면 예쁘기까지 하여 나도 한 상자를 구매했었다. 빵 위에 버터처럼 발라먹기도 하고 연어장을 만들 때도 함께 넣어 풍미와 식감을 즐기고 있는데 남편의 한마디로 아보카도는 더 이상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이로운 아보카도를 생산하는 데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여 물먹는 하마라니....... 더군다나 유통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도 커서 차라리 대체 식품을 찾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건강에 좋은 식품들은 많으니까. 


  나의 소비로 인해 자연을 포함한 누군가가 고통을 받는다면 대체할 무언가를 찾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구매하기에 앞서 알아보기 과정을 더함이 필요하다. 


  생태적인 삶을 위해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들은 이렇다.

  1. 집에 있다가 김밥이라도 구매하러 갈 땐 용기를 챙겨간다.
     (밖에서 들어올 땐 그냥 종이 포장지에 돌돌 말린 김밥을 구매하기도 한다. 대신 비닐포장지와 일회용품은
     받아오지 않는다.)

  2. 비닐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좋아하는 봉지 커피대신 알커피를 마신다.
     (우유 100ml + 알커피 1ts + 꿀)

  3. 비닐봉투가 필요할 때는 더러 받아오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장바구니를 사용한다. 

  4. 포장재로 쓰인 플라스틱 용기나 종이 등은 용도를 바꿔 재활용한다.

  5. 생수 구매 대신 정수기를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코드는 뽑아 놓는다.

  6. 물건의 수명을 늘리는 작업을 한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폐기처분하기 보다는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 용도를 바꾼다거나 리폼을 통해
     물건의 수명을 늘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용하지 않을 물건은 아름다운 가게 또는 중고 마켓을 통해 회전
     시킨다.)

  7. 구매하기 전 갖고 있는 것들을 살핀다.
     (양적인 면에서 과소비도 죄라는 생각이 든다.)

  8. 식기 세척기의 물을 받아 세척기에 들어가지 않는 큰 냄비나 개수대를 닦는다.
     (식기 세척기 사용이 물 사용량을 줄인다고 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수도세를 살펴본 결과 가늠하기는
     어렵다.)

  9. 최근에는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쓰기 시작했다.

  10. 지난 1년 동안 발생한 쓰레기양(재활용 제외)을 계산해 보니 200리터의 쓰레기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
        었다. (5리터 쓰레기 봉투 40장 사용)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위 글은 방송통신대 편입 후 <생태적 삶을 찾아서> 중간시험 과제로 제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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