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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n 21. 2024

영화, 심플라이프

- 줄거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릴 때 입양된 아타오는 능력 없는 양모로 인해 양씨가문(로저네 집안)에 보내져 60년간 식모로 살게 된다. 그녀는 로저의 엄마와 같은 나이로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로저네 집안일을 하면서 묵묵히 지내고 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이민 간 상태. 집에는 아타오와 로저, 그리고 고양이가 살고 있다. 


  영화제작자인 로저는 중국을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데 집에 돌아올 때면 언제나 발코니에서 기다리는 아타오를 마주한다.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어느 날이다. 습관처럼 올려다본 발코니에 그녀가 보이지 않자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고 뛰어 올라가 문을 두드린다. 아무리 두드려도 중풍으로 쓰러진 아타오는 대답이 없다.

  

  병원으로 옮겨진 아타오는 바쁜 로저에게 짐이 될 것을 걱정해서 요양원에 가고 싶다고 한다. 깔끔한 성격의 아타오는 입원한 요양원이 마땅치 않았지만, 로저를 생각해서 공간과 사람들에게 나름의 방법으로 적응해 간다. 로저는 그런 아타오를 살뜰히 챙기며 그들의 관계가 이미 오래전부터 맺어진 또 다른 ‘가족’임을 보여준다. 웃음기 없었던 얼굴, 대화라고 할 수 없는 꼭 필요한 말만 건조하게 떠돌던 그들의 사이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얼굴엔 환한 미소가, 말과 행동에는 배려와 사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 가운데 아타오의 건강이 악화되고, 로저는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하는 시간을 맞이한다. 그녀를 보내며 마주한 깊은 슬픔은 로저 뿐 아니라 로저의 가족, 더하여 요양원에 함께 머물던 사람들도 같음을 보여준다. 물건도, 가족도 단촐한 그녀의 삶이었지만 진심을 다 한 그녀의 삶은 풍요로웠음을 일깨워 주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 감상

  영화는 따뜻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아타오의 삶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 로저와 아타오는 매우 건조한 부자지간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타오는 로저 집안에서 식모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그마치 60년간이나 말이다. 여기서 그녀의 삶을 그저 안타깝게만 그렸다면 영화를 보다가 말았을 게 뻔한데,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과 칭찬받아 마땅한 로저의 태도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타오가 뿌린 것들이 맑고 향기롭다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혈연관계로 맺어진 부모도 함께 살기를 거부하는 시대에 입장 바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로저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늙으면 다 아프다는 동네 어르신의 말씀이 떠오른다. 생로병사, 이것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병’ 만은 모두가 피하고 싶지만,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굳이 아타오와 같은 삶이 아니더라도 1인 가족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기에 돌봄의 문제가, 노인의 문제가 앞으로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삶의 끝이 요양원일 수밖에 없다면 끔찍이도 가기 싫은 곳이 아닌 각자의 삶이 아름답게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갖춰지기를 바란다. 거기에는 공간 뿐 아니라 노인을 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늙지 않을 것 마냥 살아가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닥칠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노인을 대하는 자세와 노인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영화 ‘심플라이프’는 아타오를 둘러싼 사람들의 자세에서 보여준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만 꼽으라면, ‘로저가 제작한 영화 시사회가 끝난 후 아타오와 로저가 손을 꼭 잡고 걷는 뒷모습’이라고 하겠다. 장난스런 그들의 대화까지 더해져 그들은 이미 엄마와 아들이었지 싶다. 녹록지 않은 삶의 끝에서 노년을 맞이한 그녀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로저를 보면서 본인을 아끼고 챙겼던 아타오를 가족으로 보듬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가 은혜도 모르는 파렴치한이 아니라서 영화를 보는 내내 좋은 마음이었다. 비록 아타오의 삶은 평탄치 않았지만 삶의 마무리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어 참 다행이다. 




* 위 글은 방송통신대 편입 후 <영화로 생각하기> 중간시험 과제로 제출한 글입니다. 

   제출 기준 :  A4한 쪽을 넘지 말아야하며 1/2는 줄거리, 1/2은 감상을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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