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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n 21. 2024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 줄거리

  고등학교 고전문학 교사인 레이먼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는 쓸쓸함이 묻어나는 일상을 보낸다. 

  반복되는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 비가 내리는 출근길에서 다리 난간에 서 있는 여인을 발견한다. 수업에 쓸 자료를 팽개친 채 반사적으로 달려가 그녀를 구하고, 동행하고 싶다는 그녀와 함께 학교 교실로 들어간다. 많은 설명 없이 수업은 시작되고 의자에 앉아있던 여인은 비에 젖은 빨간 코트를 남겨둔 채 홀연히 사라진다. 


  그녀가 걱정스러운 레이먼드는 수업도 마치지 못하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손에 든 코트 주머니에는 구매처
를 알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여인을 찾고 싶은 마음에 헌책방(구매처)을 찾아가지만 그녀에 대한 특별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책 사이에서 떨어진 티켓 한 장을 발견하게 되는데, 15분 후에 출발하는 리스본행 열차 티켓이다. 

 
  그는 주저 없이 역으로 향하고, 그녀 대신 리스본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코트에서 발견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우연처럼 만난 책에 흠뻑 빠진 그는,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의 행적을 좆는다. 그 과정에서 만난 안과의사 마리안느는 레이먼드의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되고, 그들 사이에는 어느새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하지만 이렇다 할 표현 없이 베른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레이먼드는 베른행 열차 앞에서 마리안느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헤어짐이 아쉬운 마리안느는 "여기 계시면 안 되나요?"라고 묻고, 레이먼드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요?"라고 되묻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 감상

  이 영화를 과제로 선택하게 된 건 포스터에서 전해지는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과 마음에 드는 제목, 그리고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 때문이다. 영화는 포루투칼의 카네이션 혁명 전, 40년간 이어진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나에게는 관심 밖의 이야기로 그저 레이먼드가 이끄는 대로 보는 것이 좋았다. 죄책감에 빠진 한 여인을 구하고, 그녀가 남긴 빨간 코트 속의 책을 읽으며 작가에게 매료되어, 선택하고 집중하는 레이먼드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학교 교사인 그가 학교 수업을 제쳐두고 머물렀던 리스본에서의 일상은, 이전의 레이먼드를 생각한다면 매우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과거의 인물을 통해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과정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가르침을 준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결국 빨간 코트의 그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전한다. 위로가 아니라 사실이다. 모르긴 해도 그 한마디의 말은 그녀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살아보니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계획대로 안 된다고 속상해할 필요도 없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리스본행 열차에 올라타 깨우침을 얻은 반백의 레이먼드처럼 우연을 가장한 인연은 언제 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나의 기준에서 이 영화의 키워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비, 빨간 코트, 책, 기차, 빨간 차, 안경,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 이 키워드 중 가장 강렬한 건 역시 빨간색의 코트와 자동차이다. 왜 빨간 코트일까, 왜 빨간 자동차일까. 나의 바람일 수 있지만 생각을 나누자면 빨간 코트는 혁명을, 빨간 자동차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여기 계시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 마리안느를 돌아보며 레이먼드가 묻는다. 

  "뭐라고요?“


  그는 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영화는 끝이 났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 위 글은 방송통신대 편입 후 <영화로 생각하기> 중간시험 과제로 제출한 글입니다. 

  제출 기준 :  A4한 쪽을 넘지 말아야하며 1/2는 줄거리, 1/2은 감상을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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