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과 맥주의 맛은 어디 하나 특출 나거나 모나 있지 않다. 특별한 양념과 향이 첨가되어도 치킨의 바삭함과 고소함, 맥주의 쌉쌀함과 코끝은 자극하는 쿰쿰한 향은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 치맥의 조합은 '꾸준함'과 '기본'이라는 레시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치맥이 주는 '신뢰'는 사람들로 하여금 호프집을 주기적으로 다시 찾게 만든다. 우리는 치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나는 연애를 할 때 남자 친구로서의 '기본'에 충실하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준다.
사랑에 대한 감정, 옆에 존재함에 대한 감사, 순간순간 애정의 감정 등을 편지로 담기도 했고 말로써 과감히 표현해왔다. 신뢰를 위해 '꾸준함'을 보여주려 노력해왔다. 또한 항상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나의 우선순위의 최상위권 어디쯤으로 여겨왔다. 나는 연인관계에 있어 대부분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철칙을 꼭 준수해왔다.
1. 바람을 피거나, 환승을 준비하지 않는다.
2. 함께 있을 때만큼은 그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한다.
3. 힘들 때 외면하지 않고, 기쁠 때는 누구보다 먼저 축하한다.
4. 핑계를 대지 않는다. 잘못을 바로 시인한다.
5. 일이나 과제의 제약이 없는 한, 나의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려 한다.
6.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감정에 있어서만큼은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7. 꾸준히 연락한다. 연락 문제로는 속 썩이지 않는다.
아주 뻔하디 뻔한 연인으로써의 기본 조건이다. 반대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지 않아 헤어지곤 한다. 위의 7가지 사항은 때로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아주 모순적인 조건들이다. 연인으로써의 기본과 최선에는 위의 7가지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경험상 이 조건들을 '꾸준하게' 이행했다면, 향후에는 분명히 아주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항상 7가지 철칙은 연애 중에는 빛을 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인이 헤어지고 상대에 대한 숨겨진 고마움과 선행들을 발견했을 때 '장점'의 효과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 정도로 발현된다.
그동안 6번을 연애하고 이별하며 3명의 전 연인들에게 다시 한번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짧으면 1개월, 길면 장장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그녀들은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잘 지내?"
"반갑네. 되게 오랜만이야."
"오빠, 다시 연락해서 미안한데..."
이별 후 미련에 몸부림치는 남자들의 후회 섞인 메시지가 당연 남자들만의 몫인 줄 알았다. 나 역시 후회와 아쉬움의 메시지로 흑역사를 작성한 경험이 한번 있다.
"자니?" "뭐해?"
아주 유명하고 고전적이고도 진부한 멘트다.
그러나 여자도 똑같은 생물체이다. 아무리 호르몬이 다르다한들 그와의 연애에서 상대방이 꾸준히 보여준 태도와 연인으써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면 여자들도 미련 앞에 장사 없다고 생각한다. 뭐 이것도 사람 됨됨이 따라 케바케지만.
언제쯤 다시 한번 생각나는 치맥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사회적으로 규정된 연인으로써의 기본소양을 다해보아라. 자신이 상대방에게 지켜줄 수 있는 자신만의 몇 가지 철칙을 만들고 실천해보라. 연애에 있어서 '기본'을 지키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연애 중 지켰던 기본기는 헤어지고 난 후 빛을 본다.
그러나 헤어졌는데 무슨 소용인가 싶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미련은 아무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