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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 Nov 05. 2024

내향적이지만 집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내향적인 사람에 대한 오해

나는 내가 집순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집 안에서만 놀았고, 친구들이 밖에서 놀자고 불러내도 나가기를 싫어했다.

대학시절 여러 친구와 함께 돌아다니는 여행이 버거웠고, 체력도 좋지 못해 스스로를 밖에 오래 돌아다니기엔 부적합한 신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극히 내향적인 사람이었기에 집순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전혀 알지 못한 채로,

그렇게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그렇게 집을 좋아하던 내가 혼자 살게 되면서 세운 철칙이 하나 있다.

적어도 주말인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는 꼭 집 밖에 나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말 내내 집에만 있으면 정신이 너무 갑갑해지는 걸 느꼈다.

내향적인 나의 머릿속엔 생각이 참 많다.

그게 다양한 상상과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선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정신활동이 과잉되어 피로해진다.


사람은 익숙한 자극에는 무뎌진다.

집은 나에게 너무 익숙한 공간이어서 아무런 자극이 없다.

외부 자극이 없을 때는 자연스레 에너지가 내면을 향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정신활동이 과잉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간단한 외부 자극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낯선 장소, 나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신선한 장소로 나가 정신활동을 줄이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나 같이 생각이 많은 사람은 집순이가 체질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다양한 외부 환경을 관찰하다보면 저절로 내면에 대한 생각은 잊게 된다.

내가 스스로를 집순이라고 착각했던 이유는 명확했다.

나는 그저 '여러 사람에 의한 자극'을 싫어했던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장소는 대개 집 밖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있는 시간이 피곤하다고 느꼈던 나는 내가 집 밖을 싫어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나는 오히려 '사람이 아닌' 다른 자극을 좋아했다.

풍경이나 전시 관람, 소품 구경 등은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감과 활기를 줬다.


나에겐 그런 자극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이 피곤해서 집 안에만 머무르고

정작 내가 원하는, 좋아하는 자극들을 얻지 못한 채

그저 스스로를 집순이라 자처하며

집에만 머무르고 있었다.


나는 분명 집에만 있으면 활기를 잃어갔는데도 말이다.


나는 나를 너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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