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출정식이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없던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만들겠다며 최고의 기술자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모두의 얼굴에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가득했죠. 몇 달 후…
사업팀의 보고서 첫 장에는 ‘고객 이탈률 15% 감소 기대’라는 장밋빛 목표가, AI팀의 보고서에는 ‘모델 정확도 95% 달성’이라는 기술적 쾌거가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종료 회의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축배가 아닌 서로를 향한 날 선 질문들이었습니다. 사업팀은 묻습니다. “그래서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죠?” AI팀은 반문합니다. “95% 정확도의 모델을 만들었는데, 무엇이 문제입니까?”
이것이 바로 우리 대부분이 겪는 AI 프로젝트 실패의 본질, 즉 ‘소통의 부재가 낳은 비극’입니다. 사업은 사업의 언어로, 개발은 개발의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마치 서로 다른 주파수의 라디오처럼, 각자의 영역에서는 완벽한 논리를 갖추고 있지만 서로에게는 의미 없는 소음으로 들릴 뿐입니다. 사업팀은 AI를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마법 상자로 여기고, AI팀은 비즈니스 맥락이 제거된 데이터와 기술적 지표에만 몰두합니다.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섬에서 각자의 깃발만 흔들다가, 아무도 건널 수 없는 다리의 잔해만을 남긴 채 프로젝트를 끝내고 맙니다.
그렇다면 이 끊어진 다리를 누가 연결해야 할까요? 누가 비즈니스의 언어를 기술의 언어로 번역하고,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비즈니스의 기회와 리스크로 통역해 낼 수 있을까요?
바로 이 비극의 한가운데에 서서 두 개의 다른 언어를 통역하고 다리를 잇는 존재, AI 시대의 기획자는 ‘링커(Linker)’가 되어야 합니다. 링커는 단순히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메신저가 아닙니다. 그들은 사업의 목표를 ‘AI로 풀 수 있는 문제’로 재정의하는 설계자이자, 데이터 속에 숨겨진 비즈니스 가치를 탐색하는 탐험가입니다. 또한, AI 모델의 예측 결과를 고객이 경험하는 ‘가치 있는 서비스’로 빚어내는 연금술사이기도 합니다. ‘매출 증대’라는 막연한 목표를 ‘고객의 다음 구매 상품 예측 모델 개발’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로 변환하고, ‘모델 정확도 95%’라는 기술적 성과가 ‘오탐지로 인한 고객 불만 5% 발생 가능성’이라는 비즈니스 언어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명확히 알려주는 역할, 그것이 바로 링커의 숙명입니다.
이 글은 최고의 ‘링커’로 가는 길을 찾아보려 쓰였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방법론을 찾아보고, 성공적인 AI 기획을 위한 통합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사업, 경험, 그리고 기술이라는 세 개의 핵심 축을 단단하게 연결합니다. 저와 여러분이 이 글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비즈니스 문제를 AI 문제로 명확하게 정의할 것인가? (사업-기술 연결)
AI의 예측 결과를 어떻게 고객에게 유용한 경험으로 설계할 것인가? (기술-경험 연결)
우리가 만든 AI 서비스가 실제로 비즈니스 목표에 기여하고 있는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경험-사업 연결)
이제 더 이상 ‘똑똑한 바보’ 같은 AI를 만드는 데 자원을 낭비하지 말자구요. 이 매거진을 채워가면서, 이 글에서 발견하는 프레임워크를 통해 저와 여러분이 사업과 기술, 그리고 고객 경험을 하나로 엮어 비즈니스의 성공이라는 교향곡을 지휘하는 진정한 ‘링커’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