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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Jul 15. 2021

하늘이 예뻐서 울적하기도 하다

겨우 하늘이 파랗다고 구름이 하얗게 피었다고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우울에 빠져 있었나. 하늘이 지나치게 예뻐 울컥하고 말았다. 그냥. 정말 그냥. 하늘이 예뻐서. 새파란 배경에 뭉게구름 핀 게 참 예뻐서. 차라리 싫은 기분이었다.

우울증에 관한 흥미로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계절이 봄이라고 했다. 생동감 넘치는 화사한 세상이 너무 밝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우울과 대비되기 때문이라고.


울적함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일까. 새파란 아름다움에 질투라도 나는 건지.


스스로를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이고 차가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잘못 파악했나 싶다. 겨우 하늘이 파랗다고 구름이 하얗게 피었다고 마음이 시큰해지는 사람이었나.


언제가 되어야 단단해질 수 있을까. 흔들리지 않을까. 예고 없이 찾아오는 욱신거림을 아침 바람에 망설임 없이 떠나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될까.

아니면 혹시 파랑을 애틋해함은, 순수미술을 전공하던 때 그리도 찾아 헤매던 예술가적 기질이 이제야 튀어나온 건 아닌지. 필요할 때는 아무리 뒤져도 없더니만 반갑지 않을 때 찾아오곤 한다.


그래서 내가 미술을 그만둬야만 했을까. 도저히 필요한 때 영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출신을 알 수 없는 영문 모를 그리움을 가만히 들여다보기엔 너무 약한 사람이라서.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가끔 돌아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나는 예술가보다는 전문직의 길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길에 들어서고 나서도 여전히 예민하게 들이치는 감각을 벗어날 수가 없다. 가끔, 아주 가끔은,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는 건 아닐지 두렵기도 하다.


적다 보니 이유 있는 울적함이었네. 하지만 이 알 수 없는 애틋함은 진짜야. 자연 앞에서 불현듯 느끼는 원시적인 향수, 들어본 적  있잖아. 결코 하늘을 핑계 삼고 싶은 건 아니었어.


알궂게도 오늘은 하늘이 너무 예쁘다. 핑계 삼아도 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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