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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Apr 18. 2022

무언가를 얻으려면 대가가 필요하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동기부여에 관하여.


요즘 조금 도망치고 싶다. 하루 일과가 빡빡하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행복감이 떨어진다. 왜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없을까?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뭔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 결국 해야 할 일 역시 궁극적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함이므로 하고 싶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해야 할 일'이 의무적으로만 느껴지고, 전혀 즐겁지 않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걸까? 내 생각에는 머릿속에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한 혼란이 있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란 그 일로 인해 얻게 될 어떠한 이득이나 지위를 위해서 지루하더라도 참고 견디고 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 '이득'에 대한 정의나 인식이 확실하지 않으면 일하는 자아에 혼란이 오고 일을 하기가 싫어진다.


예를 들어 많은 회사원이 돈을 벌기 위해서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한다. 물론 직업적 성장, 자아실현, 역량 발전 등의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일'이란 경제활동과 관련되므로 소득과 아예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득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더라도 경제활동으로서의 일을 지속해야 한다. 그런데 경제활동이라는 목적을 망각하거나, 내가 얻는 이득에 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어떤 형태로든)이 너무 클 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일이 하기 싫어진다. 지금이 끔찍하게 느껴진다. 시간 낭비 같다.


또 수험생이나 대학생이 공부를 하는 이유도 이를 통해 더 나은 학벌이나 직업이라는 삶의 바탕을 쌓기 위해서일 것이다. 당장 오늘 해야 하는 공부는 너무 많고, 어렵고, 조금 끔찍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공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내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다.


따지자면 더 나은 학벌, 더 좋은 직업을 가져야 잘(?) 살 수 있는 사회 구조가 자신이랑 맞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수준의 논의는 논점이 달라지니 나중으로 미뤄두자. 아무튼간에 결론은, 지금 감내하고 있는 일상적인 지루함과 의무적인 일을 수행함으로써 오는 고통은 '당신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 또는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당신이 지금 처한 조건 하에서 그나마의 최선을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니 따져보면 된다.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한 욕망과 필요가, 지금 감내해야 하는 고통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있다면, 그대로 감내하면 된다. 이왕 할거 조금 더 의욕적으로 하면 좋겠다. 그러나 그 목적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할 만큼 가치있지는 않다면 더 이상 그 목적을 쫒지 않을 수도 있다. 꼭 지금 사는 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필요하다면 궤도를 수정하자. 쫒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이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을 또한 명확히 하라. 혼란이 없어야 전심을 다할 수 있다.


그러니 현재를 견디기 어렵다면 지금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나는 왜 아침부터 낮까지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밤에는 스터디카페에 남아서 아이패드와 책과 문제집과 노트와 노트북을 머리 아프도록 들여다보고 있는가? 하루종일 머리아픈 것들을 붙잡고 정말 하고싶은 일들을 참고 수백장의 피피티와 씨름하고 있는가?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니까. 이 쪽이 내가 더 행복할 것 같아서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감내하고, 이왕이면 잘 해내자. 맞다. 이 글을 쓴 목적은 스스로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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