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망하고 몰두하고 매진하고 싶다. 그러나 그 대상이 없다.
뭐든 꾸준히 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망설이기보다는 일단 해 보는 편이 뭐라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실은 의심이 된다. 의미있는 경험이란 무엇일까. 내가 변해야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닐까? 그렇다면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어도, 홀로 여행을 다녀왔어도 내가 변하지 않았다면 아무 의미 없었던 걸까. 아니면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해도 어딘가 변하기는 했을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먹는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될 뿐일까 봐.
세상은 의문투성이고 삶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면 결국 허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하지 않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면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서는 행복할 수 없다. 그건 분명히 삶의 모순이다. 모순이 없으려면 존재의 이유가 행복이 아니어야만 한다. 사람은 행복하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행복보다는 생존이 우선이다. 그렇기에 내 유전자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심하고 고민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명령한다. 행복을 명령하는 것은 오직 나의 자아이고 이성이다. 그것은 내 몸이 아니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 찾고 싶다는 말은 지금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하루하루 살면 충분한가. 다들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가슴 어딘가에 허전함이 있다. 항상 있다. 오로지 무언가에 몰입할 때에만 잠시 잊을 뿐이다. 삶은 이게 다가 아니라고, 분명 내가 깨닫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가슴에서 속삭이는 것 같다.
삶이 그저 고양이 똥을 치우는 것이라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운동을 하고 잠에 드는 것이라고?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을 먹고 출근해 정신없이 업무를 보내는 그런 일상이 삶이라고. 정말로 그게 다일까? 내가 평생토록 은밀히 소망하는 삶의 의미라는 것은 사실 허상일 뿐인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일상에 감사하며 현재에 충실히 살라고 한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워드 프로그램을 켜면 나오는 글은 이 따위 쓸모없고 장황한 고민들이다.
한때는 충분히 바쁘지 않아서 이런 고민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 미친듯이 바쁠 때 그때만 잠시 잊을 뿐이다.
어찌 살아야 하나. 무엇을 쫓아야 하나. 무엇을 목표로 하고 무엇을 갈망해야 하나. 차라리 의학에 푹 빠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할텐데. 그런 것은 억지로 되지 않는다.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무언가 달라질까. 충분히 생각하면 찾을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면,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할까.
어쩌면 나이가 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진 게 많아지면 고민하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일이다. 그런 미래가 올 거라 믿으며 현재를 살면 될까. 충분치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긴 하다.
자꾸만 생각한다. 졸업하면 뭘 하지? 수련을 받아야 할까? 내가 가정을 이룰 수는 있을까? 원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을까?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만족할까? 재미있을까? 행복할까?
다들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