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일에 치여 신물이 난 동료들이
"빨리 임신해서 육아휴직 쓰고 싶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하곤 한다.
나도 그렇게 육아휴직을 써서 일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과연 일이 힘들까, 육아가 힘들까 상상을 해봤지만 겪어보지 못했으니 뭐가 맞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막상 육아휴직을 2년 가까이해보니 깨달은 점이 있다.
일할 때는
"쟤 죽일까."
육아는
"죽어버릴까."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아이만 보면서 하루종일 어른과의 소통이 부족해지면
나같이 말 없는 사람도 사람이 그리워진다.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수다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루종일 심심해서 힘들 수도 있다.
집에서 아이 우는 소리를 하루종일 듣고 요구사항 들어주며 뒤치다꺼리하고 밤에 안 자는 애를 안고 달래며 재우다 보면 너무 지친 나머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엄마 껌딱지 시즌이 되면 내 몸에 착 달라붙어 배변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자유에 제한을 받는다. 나를 돌볼 시간이 없어서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육아휴직이 좋을 때는 아이 7개월 되는 무렵부터다. 통잠자기 시작하고 낮잠도 적어도 1시간은 자서 여유롭달까. 나는 집 정리에 꽂혀서 아이 잘 때마다 가구 배치를 바꾸고 자잘한 물건들을 비우고 정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자기 계발을 할 수도 있다. 쉴 시간도 부족한데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나긴 육아휴직 기간을 텔레비전만 보거나 의미 없는 일에 흘려보내는 건 아깝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시도해 보고 다른 직업을 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직장 다니면 저녁엔 쉴 시간도 부족하다. "돈 버느라 힘든데 무슨 공부야." 하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는데
육아는 직장처럼 긴장하고 스트레스받는 환경은 아니라서 여유시간에 무언가를 할 의지는 충분히 생긴다.
일할 때
"아, 화난다."라면
육아는
"아, 지친다."이다.
어린이집 보낸다면 금상첨화. 집안일하느라 바빠서 돌아서면 하원시간이지만 하루종일 아기와 같이 부대끼고 있을 때보다는 숨 돌릴 여유가 있어서 좋다. 아이가 단체 생활로 아파도 언제든 병원 데리고 가고 아픈 아이를 집에서 돌보면 되니 큰 걱정이 없다.
그러나 잊지 마라.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하는 순간
인생이 2배로 복잡해지며 3배는 괴롭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