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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Sep 19. 2023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 <2022.5~>











“늑대가 나타났다!”

저 멀리 머리를 내밀고 있는 늑대를 보자 몇몇 사람이 외쳤다. 하지만 마을을 지키는 거인은 믿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달엔 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외쳤다. 그리고 그다음 달에도. 하지만 거인은 믿지 않았다. 늑대가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개일뿐이라고, 잠시(‘일시적’으로) 어슬렁거리다가 떠날 거라고. 오히려 거인은 그 ‘개’를 위해 직접 먹이까지 놓았다. 그것도 무진장 많은 먹이를. 하지만 거인은 발자국을 보고는 그 ‘개’가 개가 아니라 늑대라는 걸 알아차렸다. 결국 2021월 12월, 거인은 늑대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거인은 이제 먹이를 주지 않을 거라고 말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2022년 2월 이후,

늑대는 몇 달 사이 몸집이 더 커져있었다. 그동안 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살 찌운 건 준 건 중국과 러시아였다. 돌처럼 움직이지 않던 거인이 신발을 신었다. 그러고는 창고에 있는 몽둥이를 움켜쥐고 걷기 시작했다.      







‘늦장’

늦장이란 말이 메아리치며 울렸다. 늦장 대응. 늦장 테이퍼링. 늦장 양적 긴축, 늦장 금리 인상.  마을 사람들이 거인에게 한 욕이었다. 지각생은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거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거인이, 이 무시무시한 생물이 조바심치듯 정말 빠르게 달렸다. ‘앗’ 하는 순간 빅  스텝(0.5%p 인상), ‘앗’ 하는 순간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 거인의 큰 발걸음에 사람들은 큰 진동을 느꼈다.  



        

무서운 일이었다.

그동안 거인이 보여줬던 인플레이션에 대한 애매한 인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늑대의 엉덩짝을 제대로 걷어차서 쫓아버릴 각오였다. 전 세계의 투자자들, 기업들, 그리고 주변국까지 심장이 쿵쾅거렸고, 저 거인이 자신을 밟고 가지 않기를, 자신이 제물이 되지 않기를, 거인에게 기도하고, 빈 살만(사우디 국왕)에게 기도하고,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기도하고,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기도하고, 시진핑(중국 주석)에게도 기도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쓰나미가 빠르게 접근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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