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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나 Oct 21. 2024

토지.1권_1

* <<토지>>를 읽기 시작하는 소감


도서관에 가면 항상 꽂혀있는 대하소설이 있다. 아리랑, 고구려, 태백산맥... 그중에 아리랑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본 것 같은데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아리랑을 보고 나면 태백산맥을 봐야지 했는데 당연히 못 봤고. 그리고 토지. 한 권당 도서 두께도 크고 20권이나 된다. 언젠가 한번 읽어야지 하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시작하기는 어려운 바로 그 책. 읽으려면 읽을 수는 있지만 내 성향상 한번 읽으면 끝까지 읽거나 중간에 한번 흐름이 끊겨서 중도 포기를 하거나. 어쨌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그냥저냥 내 마음의 버킷으로 남겨두고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지. 


그러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독서 챌린지를 보게 되었다.


선착순! 우선 바로 신청. 회사도 안 다니고 생활 루틴도 적당히 도파민에 절여지고.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던 때 이런 좋은 챌린지가 내 눈에 딱 띄다니. 이번엔 토지를 읽으라는 인생의 신호인지도. 


4월 1일 신청하고 신청한 것도 거의 잊어갈 때쯤 5월 6일부터 챌린지가 시작한다는 문자가 왔다. 도서관에서 종이책을 빌리려 했으나 실패. 다산 출판사에서 나온 건 도서관에 없어서 희망 바로 대출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토지 1권은 이미 도서관에 많이 있다고 신청 취소가 되었다. 매일 일일 미션이 있는 5월 6일에 바로 읽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어쩌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시립도서관에 전자도서관도 같이 제공되고 있었고 1권이 대여권 수가 남아서 무사히 대여 완료. 대여가 안 됐으면 바로 서점에 사러 가려고 했었지. 이북은 종이책으로 읽는 것보다 가독성이나 수월함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늦지 않고 챌린지 시작에 동참할 수 있었다. 2권부터는 종이 책으로 제대로 빌려야지. 역시 나란 사람은 마감시한이 있어야 일이 찹찹찹 진행이 되는 것 같다.


기존의 도서관에 있는 도서는 마로니에 북스에서 출간한 책이고 이전까지 어지러운 판본을 정리해서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다산 북스에서 2023년 재출판. 

https://m.blog.naver.com/dasan_books/223036125640


 매일매일 오늘의 미션으로 인상적인 문구를 올리는데 문구 자체가 바뀐 부분은 없는 것 같은데 페이지 수가 다르다. 다행히 챌린지는 어느 책으로 해도 상관이 없어서 편하게 읽기 시작하는 중. 첫날은 휴일이기도 하기 책 읽기 어수선했는데 매일 적당한 분량을 목표로 읽기 시작하니 이제 하루 루틴에 슬슬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것 같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목표 분량이랑 상관없이 후루룩 읽어 넘어갈 줄 알았는데 한 번 읽고, 인상적인 문구를 꼽기 위해 한두 번 더 읽으니 같은 부분을 3번씩 읽고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 아직은 사투리나 극 중 인물 이름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며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곧 빨라질 거라 믿는다. 특히 1장은 교과서에서도 많이 보던 부분이라 반갑기까지. 아직 구천이가 죽은 건지 도망간 건지 그래서 최 참판 댁이 어떻게 될지. 토지를 아예 처음 읽고 대략적인 줄거리도 전혀 모르는 상태라 너무 궁금하다. 서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시작한 상태. 아직 1주 차 밖에 안 됐고 전체 40주의 여정이기 때문에 화르르 불타버리다 꺼지지 않게 오래 온기를 갖고 진행하고 싶다. 한 번에 욕심부리지 말고 분량대로 차근차근 따라가자.



28. 태곳적부터 이미 죽음의 그림자요, 어둠의 강을 건너는 달에 연유된 축제가 과연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는지. 

 한 번도 추석이 풍요의 상징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자체가 없다. 그러고 보니 곧 겨울이네. 하지만 그동안 결실을 거둔 것이니 풍요라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쇠락해지는 것 같으니. 갑자기 추석을 타박하고 싶어진 것 일 수도. 이렇게 현실이 어둑한데 풍요의 상징이라고 마냥 즐기고 있을 테냐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98. 칠성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재물을 쌓기 위해서는 어떤 비행이나 악행도 허용될 수 있는 것 같이 말하는가 하면 또 그 악행을 저주하고 비난하고... 결국 자기 자신만을 위해 잘하는 수단이면 비록 죄악일지라도 찬양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심보인 모양이다.

 불안하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잘하기만 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어서. 앞으로 어두워질 것 만 같아서. 불길한 전조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타당성을 주기 위한 소리일까.


126. 사람 사는 기이 풀잎의 이슬이고 천년만년 살 것 같이 기틀을 다지고 집을 짓지마는 많아야 칠십 평생 아니가. 믿을 기이 어디 있노. 늙어서 벵들어 죽는 거사 용상에 앉은 임금이나 막살이 하는 내나 매일반이라.

집을 지어도 고작 칠십 평생. 뭐 때문에 이렇게 아등바등 한 지.


180. 그렇다믄 생원님, 똑같은 일이라 캐도 상놈이 하믄 불충이고, 양반이 하믄 충성이라 그 말씸입니까?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렇지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226. 그러나 보고 싶은 마음이 솟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꼬투리 잡아 울부짖었고 누구든 어머니에 관한 얘기를 해주었으면 싶을 때 그는 겉돌려 가며 방금 길상에게 한 것 처럼 더듬어보지만 아무도 그에게 어머니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제 생각을 솔직히 말하지 못한다. 아무 생각 없이 툭툭 이야기할 것 같지만 상대방 (엄마 아빠)의 기분을 살펴 들어줄 것 같은 이야기만 골라서 한다. 말하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으면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흘리고야 마는 흔적들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그래도 아이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있을까 항상 걱정이다. 


1주 차를 무사히 마쳤다

하루 분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조금씩 잘 따라가 보자.

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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