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 내용 일부 포함되어 있음
* 1부 1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때는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시간은 참 빠르다. 하루에 2~3장씩 꼬박꼬박 읽는 게 처음엔 괜찮을까 싶었다. 워낙 한 번에 몰아보는 스타일이고 다음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읽거나 드라마 보는데 참을성이 없는 편이었고. 아마도 나는 한 번에 한 권은 다 읽어버리고 매일 미션을 쪼개서 정리했다가 올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매일매일 티 나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이 있다 보니 20권을 그렇게 달릴 수가 없다. 가끔은 다저녁에 책을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부담 없는 양이어서 포기하기도 애매하다. 그렇게 한 권을 다 읽었다. 사실 굉장히 읽었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는데 수월하게 읽어온 것 같다.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익숙지 않아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서희나 길상이 치수는 평범한 축이지. 봉순네, 임이네, 야무네... 게다가월선이네와 월선이는 다른 사람인데 그걸 조금 늦게 깨닫기까지. 물론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이름을 불렀지만 그렇게 등장인물 이름이 나오다 보니 처음엔 이 이름이 맞는가 싶었다. 이 이름이 명시되어 있는 것보다 머릿속에 훨씬 더 잘 안 들어온다. 그래도 두세 번씩 읽어 내려가고 한 권을 읽고 보니 이제 겨우 등장인물들과 친해진 것 같다.
여러 사건들이 조금씩 전개되고 있는 와중에 가장 눈에 띄고 궁금한 사람의 이야기는 강청댁과 용이 이야기다. 월선이와 죽고 못 사는 애틋한 사이었지만 월선이네가 무당이어서 결국 이어지지 못한 두 사이. 설마 용이가 강청댁을 버릴까, 두고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니겠지. 설마.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강청댁이었어도 월선이 머리를 죄 뽑아 버렸을 것 같다. 애틋한 건 그냥 두 사람 옛날이야기지. 그렇게 애틋할 거였으면 애먼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지. 이도 저도 아닌 못난 사랑. 함께 도망칠 만큼 단단하지도 않은 신념과 애정은 주변사람을 그만큼 힘들게 만들 뿐이다. 결국 월선이는 떠나고 용이는 상사병이 나지. 먼저 사랑했던 사이라 그 사랑이 정당해지는 걸까. 용이는 초반에 상당히 게으르고 집안 살림에 관심이 없는 남자로 묘사된다. 그럴만하지. 월선이랑 결혼했더라면 세상 성실하고 부지런한 남자였을 테지. 그때 시대가 그랬었어도. 아쉽다. 하필 나는 왜 세 사람 중에 강청댁에 마음이 가는지. 그도 처음부터 악바리는 아니었을 텐데. 내가 아줌마라 그런가. 이렇게 떠났는데 월선이는 다시 돌아올 것인가. 강청댁과 용이는 이제 이혼을 할 것인가. 그때 이혼이 있었나.
책을 읽다 보니 너무 치정에 집중에서 읽고 있는 것 같다. 매일매일 조금씩 보고 있는 게 흡사 일일 드라마 보는 기분이랄까. 이 책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걸까. 아무튼 재미있다. 2권은 무사히 상호대차 신청해서 오늘 빌리러 갈 예정. 이제부터는 종이책으로 더 재미있게 읽어야지.
** 종이책이 아니라 뒤에 어휘풀이나 인물 소개가 있는 걸 이제 봤는데. 괜히 봤다.
강청댁이 두 번째여서 스르륵 봤는데. 그냥 눈에 걸렸는데. 스포 당했다. 이럴 수가. 아아아악. 안돼...
그 뒤에 관계도까지 나오는데 우선 인물소개랑 관계도는 보지 않기로 한다.
254. 언제 망해도 망하기는 망할 거고... 운이란 본시 변덕스러워서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는 법이 없다. 억척스러운 계집들만 아니었다면 벌써, 골망태가 됐을 거 아닌가.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칠 거면서 그게 내 탓은 아니라는 평산. 그러면 좀 죄책감이 덜할까. 원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죄를 짓는 걸까. 죄라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걸 수도.
264. 최참판댁의 최치수를 하늘같이 생각은 것은 그가 농부들에게 다정스러운 지주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만하고 조금치의 접근도 불허하는 양반의 권위의식 때문에 숭배하는 것이다.
본질과 상관없이.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하늘이 위에 있기 때문에?
331. 벌은 산 놈이었다. 날개가 상하였는지 날지 못한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벌한테 개미 네댓 마리가 덤벼드는 것이다. 엉덩이에 올라탄 놈, 등에 올라탄 놈, 다리를 물고 늘어진 놈, 벌이 뒹군다. 사방에 나가떨어진 개미들은 미친 듯이 맴을 돌다가 그악스럽게 다시 덤벼든다. 잔인하고 무서운 아귀다.
최참판댁 앞날 같다. 개미 네댓 마리가 누가 누가 될 것인가. 우선 평산과 귀녀는 알겠는데. 무서운 아귀다. 벌도 산 놈이지만 개미도 산 놈이지. 살아있는 것들은 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367. 지나간 고초는 다 꿈과 같고 당장의 고초 역시 보내버리고 나면 꿈이 될 것이외다, 참으시오.
앞으로 올 고초는 어쩌지요. 내가 받을 고초가 아니라 자식이 받아야 할 고초라면.
417. 내가 여기를 와 돌아오노. 천지간에 내 갈 곳은 여기뿐이라말가.
결국은 집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는 자괴감. 안진진의 아버지도 이랬을까.
20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