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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800원 벌어온 날

- 아들의 첫 경제활동에 가슴이 뭉클해지다

오늘은 아들 초등학교에서 나눔장터가 열렸다.

아마 1학년만 한 것 같다. 11반까지 있어서 대략 반으로 나눠

한 팀이 팔 때 다른 팀이 장을 보고

잠시 후 바꿔서 팔고 사고를 했다고 한다.

아이는 팔 물품을 지난주에 미리 챙겨갔는데,

이것 빼고 저것 빼고 하니 가져갈 게 별로 없었다.

아끼던 옷 중 작아진 거 몇 가지 넣을까 했지만 아끼던 것이니 팔 수가 없고,

어릴 때 갖고 놀던 장난감은 옆집 동생 승현이가 오면 놀아줘야 한다고 못 가져간다고 했다.

승현이가 놀러온 건 3년 동안 단 한 번이었는데, 승현이를 챙기다니, 기특한 놈이다. 

그래서 부메랑, 옆구리를 찔러넣으면 어느 한 곳에서 위로 튀어나가는 해적놀이 장난감,

공인데 던지면 모양이 변하는 장난감, 

딱지 몇 개 (몇 번의 벼룩시장에서 팔아봤지만 의외로 안 팔리는 품목)를 가져갔다.

2,000원을 동전으로 가져오되, 파는 물건은 최대치가 500원이라 했다.


오후에 장바구니를 열어보니, 가져간 걸 다 팔았다!

그리고, 작은 곤색 바지 하나(500원), 유아 식기 두 벌 (각 300원씩),

퍼즐 담긴 작은 박스 하나(300원), 토토로 인형 달린 선풍기 하나(300원), 그림일기장 (100원)을

사왔다.

딱 봐도 바지가 작다!

"주헌아, 바지 왜 샀어? 너무 작은데"

"어, 그거 승현이 줄라고"

"??"

정 많은 이눔시키... 잠시 후 살펴보니 양말에 빵꾸가 나있다.


빵꾸난 양말 신고 앉아서 고물고물 물건 팔고,

승현이 생각하면서 바지랑 식기 샀을 걸 생각하니

붙임성 없는 옆집 엄마에게 이 물건을 우찌 정성스레 전달할까가 고민이다.

오히려 할머니는 차 한잔 하고 가라며 초대도 해주셨는데, 그 엄마는

그냥의 인사임에도 할까말까를 망설이게 하는 묘한 기피력을 갖고 있다.

식기는 그냥 두고라도 바지는 잘 맞았으면 좋겠다.


아이 발꾸락 사진을 찍어 아이아빠에게 보냈더니,

아빠 말도 짠하다. 어제 신은 자기 양말도 빵꾸났다고...

많고 많은 게 양말인데, 이 남자들이 정말...


아이는 2,000원을 들고 나가 2,800을 가져왔다. 

엄마 아빠 사업수완보다 아이의 사업수완이 좋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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