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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꿔놓은 일상생활 적응법

- 산책이 필수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몇 주가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이 정체되고 멈추어버린 삶의 형태가 한 달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

지지난주인가, 며칠 동안 원인모를 두통에 시달리며 

드디어, 나이 오십 되니 몸이 고장났구나, 맨날 맥주를 퍼마시니 건강할 수가 없지,

통증이 머리로 오면 큰일인데, 손끝도 저린 거 같은데, 발끝도 저릿저릿?

뇌졸중 전조증상과 비슷한거 같애. 어쩌지? 어딜 가봐야 되나?

가정의학과? 어딜 가야 해? 생각이 복잡했고,

아프니 누워 있었고, 누워 있다 잠들고 깨면 또 머리가 아팠고,

머리가 아프니 일어날 수가 없어서 또 누워 있고, 3일을 반복하다 폐인될 뻔했다.

아이 축구수업도 중지, 미술수업도 중지되었다가,

미술수업은 그래도 한 주만 쉬고 바로 다음주에 재개가 되어 다행이었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좁은 횡단보도가 위험해서) 아이 미술교습소를 바래다주고 오는 길,

그날따라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는데, 그 바람을 쐬고나니 두통이 싹 가시는 걸 느꼈다.

그래, 두통과 우울증이 같이 왔던 거였구나. 

놀이터도 텅텅 비어서 요즘 아이는 혼자서 그네를 타고 들어오고,

축구공을 들고 나가도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다.

(엄마들끼리 연락해서 아이들 만나게 해서 놀게 하는 건 내가 피곤해서 잘 못하겠다.

놀이터 가서 친구 있으면 함께 놀다 오라고 하는 게 편하다) 

나는 이제 효율적인 동선 계산 안 하고 자주 나가려고 애를 쓴다.

산책이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기분에도 참 좋다는 걸 또 한번 깨달았으니...


금요일은 옆집 아기 승현이를 외할머니가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는 날이다.

6시가 좀 넘었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웅얼웅얼 소리가 들리니

아들이 "엄마, 승현인가 봐. 나가 봐" 한다.

"궁금하면 네가 나가봐." 했더니 나가서 뭐라뭐라 한다.

뒤따라 나갔더니 승현이 아빠가 승현이를 데리고 왔는데, 승현이가 우리집 앞에서 서성인 모양이다.

귀여운 것들...


승현이 아빠에게 30분만 놀게 해서 보내겠다 하고는 승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승현이는 우리집이 두 번째. 기억 못할 거 같은데, 또 모른다. 

옆집 형아네 집에 언제 가보나, 또 가고 싶다 계속 생각했을지도...

깔끔한 승현이네 집과 달리, 우리집은 구석구석 보물찾기(?)도 할 만하고,

발 디틸 틈 없이 뭔가 꽉 차있어 아이 눈에 아마 신세계일 것이다.

어딜 가서 이런 복잡한 집을 볼 수 있으리.

아이는 새로운 거실과 새로운 장난감에 금세 빠져들었고,

우유 먹을래? 했더니 안 먹는다 하고, 빵 먹을래? 했더니 안 먹는다 한다.

내 아들은 먹다만 (늦은 간식)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고 나서 승현이랑 놀아주겠다 했다.


작업실에 들어와 일을 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가 귀엽다.

"이리 와봐, 이거 먹어볼래? 이렇게 먹는 거야."

?? (나가 보니 저 먹던 우유를 먹이고 있다) 

.

.

.   

"이렇게 하는 거야. 할 수 있겠어?

이 손을 이렇게 하고 이 손을 이렇게 하는 거야.

아니, 그냥 이걸 손으로 하지 말고 한 손으로만.

이거 쉬워. 응 그렇게. 그렇게 먼저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쓰리투원, 해. 하라고.

갑자기 문이 열렸다? 문이 열렸어. 그때는 이렇게 하는 거야."

........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게 무척 귀여워서, 놓칠 세라 막 받아적고 있었다. ㅎㅎ)

잠시 후,


아들: 엄마, 승현이 뭐하고 놀아줘야 돼? 힘들어 하는데. (승현이가 힘들다는 거니? 네가 힘들다는 거니?)

      엄마! 30분 지났다. 오늘은 가고 나중에 오면 좋을 거 같은데.

엄마:  응? 승현이한테 물어봐.

엄마: 승현아, 너 갈래?

승현: 아니.

아들: 엄마, 승현이 아니라는데. 엄마?

(엄마는 침묵했다)

아들: 승현아, 하지만 오늘은 가야 돼. 안 가고 싶어도 가야 돼.

너무 웃긴 이 녀석...

승현이가 아직 발음이 정확치 않으니 말을 못 알아듣겠다며, 놀아주기 힘들어 한다.

심지어 공차기를 가르쳐주려고... (안돼! 집에서는!)

그래, 30분이 딱이지. 너는 그 나이때 더 말을 못했단다, 아들아.....

언제 이렇게 커서, 옆집 동생을 챙기는지, 지난번 나눔장터에서 바지도 사오고...

좀 더 커서도 둘이 잘 놀으렴... 외동끼리. 잘 챙겨주면서~


그렇게 안 가겠다는 승현이에게 자동차 하나 안겨 보내고, 돌아와서 신나게 구구단을 외운다.

승현이 아부지는 고맙다고 호떡을 한 접시 보내주셨고

오늘 저녁은 낮에 말아놓은 김밥에, 호떡이면 대충 완료되겠다.

코로나 덕분에 나의 김밥 실력이 엄청 향상되었다.

재료가 김밥 중간에 가도록 싸는 게 그렇게 어렵더니, 이제 순식간에 잘 말고 있다.

오늘도 이렇게 해가 저물고, 나는 오늘 집 밖에 한 발자국도 안 나간 채 저녁이 되고 말았다.

집앞 산보라도 얼른 다녀와야겠다. 원래 오늘은 아들 손잡고 재래시장 다녀올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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