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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Way Jul 08. 2024

누구도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

의지하는 삶에서 자립하는 삶으로 건너갈 것

가성비, 리뷰 많은 순. 아주 매혹적인 단어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며 누가 손해를 보며 살고 싶겠는가. 그런 환경 속에서 우리는 남들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최소한 손해 보지 않을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 다수의 의견이라면? 하는 생각으로 행동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마주한 문제들 대부분을 남에게 기대어 혹은 타인의 도움으로 살아왔다.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가장 현명해? 보이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운이 좋았는지 많은 부분은 평균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방식과 태도가 내 발목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면 자신의 깊숙한 내면에서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누군가의 조언과 리뷰는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마흔이 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진 문제는 나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반드시 자신이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래야만 홀로 생각하고 선택할 결정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아주 단순해 보이는 이 진실을 나는 왜 그토록 뒤로 미루었던 것일까?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니 나는 나 자신의 모든 것을 100% 믿지 못하고 있었다. 즉 자기 신뢰라는 것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어지는 자기 확신, 삶의 결정권 등을 모두 다수의 의견 혹은 내 안이 아닌 밖에서 결정되도록 방치했던 것이다.


이러한 진실을 알게 되자 나 자신이 무척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대체 내 생각은 어디 있는 것인가. 나라는 사람은 어떤 결정을, 왜 그렇게 한 것인가. 이러한 것을 뒤져가는 과정에서 나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부족한 나를 바라보며 가슴이 답답하고,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편협한 생각이 나를 옥죄어 왔다.




답답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기 계발서, 성공학, 경영경제, IT Trend 관련도서로 ‘읽는 척했던’ 내가 이제는 인문학을 읽는다. 이전에 인문학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인문학을 읽는다고 당장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무슨 도움이 되는가'라는 자칫 당연해 보이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인문학 속에 담긴 문장들은 나를 사색하게 만든다.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더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다시 글로 나타나고 삶에서 조금씩 머리를 든다.


삶은 단순하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복잡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그것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은 바로 나 자신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아주 불편한 진실이다.

또한 삶은 그 자체이다.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삶의 모든 것은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세상 어떤 것도, 그 누구도 나 자신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성숙한 인간.


마흔이 된 나는 아직도 어른아이에 불과하다. 불완전하고 온갖 편견과 집착,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하지만 이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삶의 많은 구성요소에 초연해져 간다는 것이다. 삶에 어떠한 대단한 일도, 아주 죽을 만큼 힘든 일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고 중심을 지켜갈 수 있도록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아주 평범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가장이지만 한 개인으로서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길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당연히 알려줄 수도 없다. 오로지 수행자가 수련하듯 그렇게 자신과 진실되게 마주하고 자기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것뿐이다.


이렇게 마음먹으면 글을 보든, 사람을 보면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화려한 언변도, 외모도 가지지 않았지만 삶의 향기, 인간의 온정이 느껴진다. 얼굴에는 포근함이 묻어난다. 그런 사람들과 사람 냄새나게 살아가고 싶다. 그 어딘가에는 그 결을 갖춘 이들이 묵묵히 자신이 마주한 세상을 솔직 담백하게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그런 사람들과 더 가까이, 함께하고 싶다.


우리는 어쩌면 누구나 자신이 마주한 인생과제를 치열하게 해결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을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개개인은 평범하지만 위대한 것이다. 힘들고 고되지만 그러한 삶에는 '향기'가 있다. 삶의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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