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folio interview with 기술과친절 (김관우)
캐릭터 사업의 인기가 사그라들 줄을 모른다. 핫하다고 하는 명소에 가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팝업스토어가 열풍인데, 주 고객층의 나이가 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20~30대가 소비중심이 되어 계속 그 시장이 커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캐릭터를 좋아했던 어린이들이 컸으니 어쩌면 캐릭터 붐이 계속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예쁘기만 하거나 귀엽기만 한 캐릭터는 성공하지 못한다. 조금은 삐뚤빼뚤한 선으로 그려져있어도, 고유한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가 사랑을 받는다. 서사가 있는 캐릭터는 실존하는 인물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캐릭터 스튜디오 <기술과친절>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디자인하지 않고, 마스코트로서 사람들에게 사람들에게 기쁨과 친절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주력한다. 오늘은 지난 <전서구> 인터뷰에 이어 김관우가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스튜디오 <기술과친절>을 소개한다.
이번엔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관우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스튜디오 기술과친절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술과친절은 탁월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상에 사랑을 나누어주는 ‘친절’한 캐릭터를 만드는 스튜디오예요. 캐릭터 디자이너의 범위는 굉장히 다양한데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캐릭터를 그리는 원화가,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하는 일러스트 작가 역시 캐릭터 디자이너랍니다. 저는 주로 브랜드와 기업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를 만드는 브랜딩으로서의 캐릭터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탁월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상에 사랑을 나누어주는 ‘친절’한 캐릭터를 만든다는 설명이 머리에 맴돌아요. 직선과 차가운 느낌이 강한 단어 ‘기술’와 따스하고 추상적인 단어 ‘친절’이 만났네요. 이런 작명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기술과친절은 주로 브랜드/기업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마스코트’로서의 역할을 우선순위로 생각합니다. 조금 과몰입하자면, 브랜드의 홍보대사를 선발하는 면접관의 마음일 수도 있겠네요. 만약 제가 면접관이라면 귀엽고 예쁜 외모보다는 사람들을 대하는 ‘친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이는 단순히 귀엽기만 한 캐릭터를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겠다는 저의 마음가짐이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이 아닌 캐릭터에게 ‘친절’을 느끼려면 브랜딩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요. 저는 이걸 캐릭터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그럼, 브랜드 캐릭터를 만들 때 기업의 개입과 디자이너님의 개입이 어느 정도로 비중이 있는지 궁금해요.
브랜드/기업 캐릭터는 브랜드가 가진 비전과 미션, 그리고 브랜드 성격에서 출발해 디테일한 설정을 만들어 나가는 편이에요. 브랜드에서 지정해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함께 내러티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라면 캐릭터가 플로깅을 즐긴다는 설정을 부여하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라면 각각의 서비스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여러 명으로 구성할 수도 있어요.
최근에는 캐릭터의 성별을 구분 짓지 않고 디자인하는 사례도 많은데요. 반대로 스포츠나 뷰티처럼 성격이 명확한 분야이거나, 가족적인 이미지가 필요할 경우에는 성별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간혹 캐릭터에 숨겨진 약점을 부여해서 완전하지 않은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낼 수도 있고요. 이렇게 정해진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시안 작업, 응용 동작과 감정 표현, 일러스트나 이모티콘, 그리고 굿즈까지 확장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과거 캐릭터는 문구류와 완구상품에 집중되었던 것에 비해, 요즘은 어른들을 겨냥한 캐릭터 사업도 활발히 진행되는 것 같아요. ‘캐릭터’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요?
캐릭터는 어떤 시각언어보다 쉽고 직관적입니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같은 둥글둥글한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오고, 캐릭터를 통해 전달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디자이너로서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있을까요? 제가 만든 디자인으로 세상에 사랑을 나누어주는 것. 제가 캐릭터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작업해온 작업 중에서 유독 더 아끼는, 눈이 가는 친구가 있나요?
혹은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해 온 캐릭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평소에도 많이 듣는 질문이네요. 그동안 디자인한 캐릭터들은 모두 자식처럼 느껴져서 하나를 고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최종 파일을 드릴 때는 내심 아쉽기도 하고, 나중에 잘 사용되는 모습을 보면 반갑기도 해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역시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다 보니 그때그때 바뀌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로는 꼭 한 가지를 고르자면… 딕 브루너의 캐릭터 미피를 꼽고 싶어요. 딕 브루너의 작품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 그래픽 디자인에서 비롯된 작업 스타일,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만든 캐릭터와 이야기까지. 제가 되고 싶은 디자이너의 이상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그림을 그리다 보면 흔히 있었던 일인데요. 울고 있는 캐릭터를 그릴 땐 저도 울먹이게 되고,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캐릭터를 그릴 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게 되잖아요.
친절한 마음이 담긴 캐릭터를 그릴 땐 어떤 표정과 마음으로 작업을 하게 되는지 궁금해요.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음에 가장 감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고,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대부분 캐릭터를 좋아하는 둥글둥글한 분들이 많습니다. 가끔 업무적으로 어려움이 있어도 귀여운 캐릭터를 보며 위로를 얻기도 하고요.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기술과친절>이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공공기관, 특히 지자체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기업의 캐릭터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서 높은 퀄리티가 보장되지만, 비교적 지자체 캐릭터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캐릭터들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존재하며, 우리가 사는 곳을 대표하는 친구들이랍니다. 앞으로 좋은 캐릭터가 더 많아져서 멋진 도시경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국의 시, 도, 군청 담당자분들 연락주세요!
그동안 전서구의 개인작업도, 기술과친절의 작업도 잘 보고 있었는데 오늘 두 명의 작업자로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을 노폴러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매번 메일로 오는 노폴레터를 타고 들어가 재미난 글들을 많이 읽었는데, 드디어 제 차례가 왔네요. 전서구의 작업도, 기술과친절의 캐릭터 친구들을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노폴러분들께 감사합니다.
디자이너 김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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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스튜디오 기술과친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현) 작가 전서구
전)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IP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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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AMZ 스튜디오 캐릭터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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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와의 인터뷰는 노트폴리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를 선정하여 창작자의 작업과 작업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