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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May 30. 2023

돌이킬 수 없어 소중한, 치유의 시간

<빅뱅에서 인간까지 [6]: 지구의 역사 2부> by Minha Yoo

18만 창작자 회원이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는 매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해 노트폴리오 픽으로 선정된 작업의 창작 과정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돌이킬 수 없어 소중한, 치유의 시간

<빅뱅에서 인간까지 [6]: 지구의 역사 2부> by Minha Yoo

굳이 스티커를 사서 붙이고, 굳이 영수증을 오려 붙이고, 굳이 굳이 하루의 일과를 적는 행위.
다꾸.

아이패드며 갤럭시탭이며 필기에 최적화된 태블릿이 등장해 요즘 대학교에는 노트를 들고 다니는 학생을 보기가 어렵다는데, 아날로그 다꾸의 열기는 도통 식을 줄을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은 다꾸의 묵직함과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Ctrl+Z 기능이 없다는 점에 끌리는 건 아닐까? 조금은 틀려도 괜찮고, 덧칠해도 괜찮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은 나만의 기록이니까.

오늘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작업을 오가며 여러 재료를 이용하는 작가 유민하가 직접 엮고 붙이고 그려서 만든 자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과, 아날로그 작업만의 매력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민하님! 자기소개와 <빅뱅에서 인간까지 [6]: 지구의 역사 2부> 작업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자수와 수공예 오브제 등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고 활용하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가 유민하입니다. 주로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주제로 작업을 이어오다가, 최근에는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과 사람들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며 작업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일러스트 <빅뱅에서 인간까지 [6]: 지구의 역사 2부>가 게시된 기사는 빅뱅부터 인간이 탄생하기까지 지구의 역사를 설명합니다.

평소에 'Scientific Illustration'이라는 일러스트 장르를 좋아하는데요. 기사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원소와 소행성들, 식물들, 해양생물 및 육상동물들을 나열식 전개로 제작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천과 실, 작은 구슬과 같은 물성의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자수 작업이 과학 기사와 만났을 때 전체적인 기사 분위기를 조금 더 유연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했고요.



다양한 재료를 합성해서 만드는 자수 작업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우선, 구상해 둔 스케치를 바탕으로 본 작업을 진행할 판의 사이즈에 맞추어 종이로 본을 뜹니다. 각 개체의 종이본에 맞춰 재단한 천조각들을 판 위에 조율해 가며 핀으로 고정해 준 후, 이미지의 기둥이 되는 큰 개체들을 먼저 완성해 줍니다. 나머지의 비교적 자잘한 개체를 완성해 준 후,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과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거나 더해줍니다. 아무래도 물성이 있는 것을 손수 자르고, 실과 바늘로 고정해 가며 하는 작업인 만큼 수정에 대한 유연도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자수 작업으로서는 처음 받아본 의뢰였기에, 비교적 긴 시간을 요하는 작업을 정해진 시간 내 완성도 있게 끝마칠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을 안은 채로 작업을 진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미지에 들어갈 개체들의 색감, 재질, 위치 조율 등의 사전작업을 조금 더 꼼꼼히 한 후 본 작업을 진행한 덕분에 원만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고, 더군다나 여러 방식으로 사진을 찍고 편집해 본 이날의 경험 이후로 조금 더 아날로그적인 작업을 온라인상에 배치하는 것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민하님의 이전 작업엔 디지털 작업도 있는데, 최근에는 아날로그 작업에 집중하시는 것 같아요. 조금은 불편하고 힘든 과정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디지털 작업은 수정이 쉽고 빠르며 작업 시간이 단축되는 게 큰 장점이죠. 무한한 색상들과 이미지 가공툴 등,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최상의 완성도를 내는 것이 디지털 작업에서는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빠른 시간 안에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러한 효율성과 그에 따른 상업적 이점이 있다 보니 이전에는 주로 디지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유민하 - THE FISH BAND (2016)

사실은 디지털 작업을 하기 훨씬 전부터 아날로그 작업을 좋아했는데요, 2016년도에 제작한 첫 애니메이션 'The Fish Band'가 제 취향을 십분 반영한 작업물인 것 같습니다.


또 2019년 김성혜 작가와 '장명선 - 이 다음에는' 뮤직비디오를 작업할 때에도, 대부분 김성혜 작가의 그림이지만 부분적으로 지점토와 아크릴 물감으로 오브제를 만들어 활용했고요, 그 외에도 개인적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천이나 구슬, 점토 등을 활용한 오브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수채화, 파스텔 등 아날로그적인 텍스쳐 활용을 즐겼는데요, 디지털 작업을 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여전히 동경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날로그 작업은 천을 자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종이를 풀로 붙여버린 후에는 떼어낼 수 없어 한 움직임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결과의 아쉬움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에게는 이 부분이 아날로그 작업의 장점이자 매력인 것 같습니다.


저는 디지털 작업을 할 때 무한한 선택지 안에서 길을 잃고 막막했던 적이 있습니다. 반면 아날로그 작업에서는 물성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받아들이게 돼요. 가진 재료 안에서 최선을 선택하고, 조율하는데 오히려 그 점이 작업을 함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더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하게 하는 거죠. 그리고 한번 행동을 한 후로는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정성을 들이고 몰입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굉장한 치유의 감각을 느끼곤 했습니다.


어쩌면 아날로그 작업의 매력이자 장점은, 빠르지는 않지만 조금 더 행복하게, 그리고 오래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면이 아닐까 해요. 그런 면에 있어 작업을 보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좋은 기분을 전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바람도 있고요.



저도 가끔은 아이패드 말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날이 있어요.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다꾸에 빠지는가 싶기도 하고요.. 민하님의 콜라쥬 작업에 종종 보이는 특이한 문자가 있는데 이 문자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요?

작업에 왕왕 사용되곤 하는 독특한 문자들은 직접 만들어 낸 문자예요. 개인적으로 문자는 그림과는 다른 고유의 매력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림과 합쳐졌을 때 전체적인 완성도가 올라간다는 느낌이 좋아서 문자를 그림과 함께 작업해 넣는 걸 좋아했어요.

[캡션] 유민하 - Lobster

그런데 너무 의미 있는 문장을 삽입하자니 무거워지는 느낌이고, 너무 의미가 없는 걸 넣어버리면 가벼워지는 느낌이라 문자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읽히는 것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가볍게 쓸 수 있고, '글씨'로 보이면서도 그림의 완성도를 나름대로 올려주는 도구로서 저만의 문자를 만들어 내 종종 쓰고 있습니다. 약간 고대의 문자 느낌이 나서 재미있게 쓰고 있어요.


작업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스스로 조용한 작업자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제 작업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때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아날로그적인 이미지와 방식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조만간 또 다른 재미있는 작업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캡션] 유민하 - Birdman

요즘 참 많은 것들이 바뀌고 변해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각자의 행복과 안정을 유지해 가며 이 시기를 잘 넘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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