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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Aug 22. 2023

북한,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interview with Minyoung Bang

18만 창작자 회원이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는 매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해 노트폴리오 픽으로 선정된 작업의 창작 과정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북한,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interview with Minyoung Bang

38선 위로 마주하고 있는 나라 북한은 세대마다 가지고 있는 인상이 다른 것 같다. 그저 이웃나라이거나, 누군가에겐 공포의 존재일 수도 있고 혹은 통일되어야만 하는 가족일 수도 있다. 먼나라 사람들은 갈 수 있지만 우리는 갈 수 없는 곳, 할머니 할아버지만이 기억하고 있는 곳,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곳. 
오늘은 할머니로부터 전해들은 북한의 모습을 가상공간으로 구현해 경험해보고 싶지만 절대 경험해볼 수 없는 현실, 북한을 담아낸 방민영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안녕하세요 민영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MR(Mixed Reality)기기를 위한 디지털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방민영입니다!  한국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구 카카오엠)에서 모션디자이너로 4년 정도 근무한 뒤 미국 뉴욕에서 AR/VR을 공부했어요. 현재 미국 Meta Reality Labs에서 AR 소프트웨어 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K-pop 프로젝트들을 많이 다뤘어요. 디자인스킬만큼 중요했던 건 빠른 업무 대응과 유연성이었는데요. 모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송출되는 플랫폼에서 어떻게 보여질지 고려하여 콘텐츠들이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에게 잘 닿을 수 있을지 UX적인 면을 많이 고려해야 하는 총체적인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시각적 아름다움보다 사용자들이 더 명확하게 정보를 인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텍스트를 모션을 사용하여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었어요. 그때의 고민들이 모바일과 PC와 달리 명령 수행 방법의 제약이 많아 유저들을 위한 힌트가 많이 필요한 MR 앱 디자인 직무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모션 그래픽디자이너에서 AR, VR을 공부하고 MR까지 다루시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혹시 다각화된 스킬을 키우게 된 계기나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석사 졸업 작품으로 제 개인적인 경험을 끌어내서 의미가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비록 AR, VR은 신기술이고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이 기술의 특장점이 잘 활용될 수 있을 주제도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경험해 보고 싶지만 절대 경험해볼 수 없는 현실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던 중, 뵌 적 없는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고향인 북한을 떠올리게 되었고, 한국 사람으로서 제일 궁금하면서도 가볼 수 없는 국가인 북한과 우리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풀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이웃나라로서 북한과 소통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많이 변한 점이 매우 흥미로웠고, 북한 출신의 탈북자 그리고 실향민들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큰 배경이 되었습니다.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간을 바탕으로 어떻게 다양한 세대가 소통할 수 있을까가 큰 기획의 틀이었고, 북한의 장소를 바탕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의도였습니다.



VR, AR이 가장 활발하게 실용화되었던 건 코로나 시기였던 것 같은데요. 사람들이 가보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공간- 전시 혹은 가상의 판타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요. 실제로 존재하지만 본 적 없는 공간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아무래도 제 자신이 체험해보지 못한 북한의 명소들을 AR, VR 개발 툴인 Unreal Engine으로 구현해 나가면서, 실제와 흡사한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에 큰 벽을 느꼈어요. 그래서 적당한 창작 요소가 들어가는 동시에 사용자들이 미디어에서 봤던 친숙함을 같이 각 씬에 불어넣도록 신경썼고, 가상 현실의 구조적 의미에 큰 중점을 두었습니다.


예를 들어, VR에 접속하자마자 철조망을 건너고 판문각을 건너 북쪽의 영역을 밟아볼 수 있는, 유저들의 행동에 내포된 의미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저는 남한 사람, 즉 이 분단선의 당사자 관점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한반도를 떠나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흥미를 가졌던 사실이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또 프로젝트 시작 전, 좋은 계기로 25 참전하신 북한군 출신의 할아버지를 인터뷰할 수 있었는데, 제 프로젝트를 통해 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손녀가 같이 할아버지의 기억을 같이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눴다는 후기를 전해 듣고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이어도 2D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배웠을 텐데,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서도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에서 AR, VR 공부를 통해 좀 더 넓은 경로가 트인 것 같아요. 지금은 여러분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잘 알고 계실 Meta의 Meta Reality Labs에서 AR 소프트웨어 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Meta Quest라는 MR(Mixed Reality) 기기를 통한 VR과 AR, 즉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로 까지 스펙트럼을 넓혀 많은 디지털 플랫폼들을 통해 많은 유저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Meta Reality Labs는 Meta에서 VR/AR 플랫폼을 디자인, 개발하는 Meta의 한 부문으로 Horizon이 제일 대표적인 앱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앱 외에도 앞으로 Meta Quest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많이 부서들이 있습니다. Hand Input Exploration, Spark, AR등등 실험적인 업무를 하는 팀들로 이루어져있으며, 3D 아트워크를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그리고 프로덕트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군들이 활발한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노폴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기업이 원하는 디자인과 개인이 좋아하는 디자인은 많이 달라 신입 디자이너 시절에는 이 간극에 많이 방황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끊임 없이 새로운 분야를 탐구했어요. 지금 돌이켜 보니 가지고 있는 경력과 역량들이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나가는 것 또한 저 나름의 자기계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하는 성향  때문에 앞으로 계속해서 활용될 영역의 디자인을 찾다가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한 우물을 깊게 파는 것이 성향에 맞는 사람도 있는 반면, 저 같은 경우에는 그래픽 디자인과 모션, 3D 모델링, 그리고 코딩까지 얕지만 다양한 분야를 시도해봤고 모두 제 현업에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생각보다 한국 디자인 업계가 잘 미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고, 한국 디자이너의 높은 비주얼 스킬을 칭찬하고 있다는 겁니다. 만약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 잘 풀어서 얘기할 수만 있어도 많은 길이 열려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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