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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 더 덕 May 22. 2020

무늬만 이탈리아 해외 인턴십

이탈리아 소도시 인턴십 이야기

나는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움브리아 주의 작은 마을에 와있다. 무급 인턴이지만 정부와 학교에서 체제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금전적인 걱정없이 지낼 수 있다.  


금전적인 걱정없이 지낸다는 것은 내 기준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피렌체로 파견된 친구는 지천에 널린 게 돈 쓸 곳이라며 용돈도 모자르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곳은 정말 돈 쓸 데가 없다. 피아짜에 가면 상점들이 몇 있긴 하지만 집에서 20분은 걸어야 하고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다. 기껏해야 젤라또나 커피정도?


내가 근무하는 곳은 비영리 연극 단체로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주 내에서 활동하는 작은 단체다. 사실 이 곳엔 인턴이 필요치 않다. 지금이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이태리어도 못하고 영어도 불완전한 한국인이 할 일이 뭐 있겠는가.  


이 곳에서 인턴 학생을 받는 이유는 지원금 때문이다. 비영리 단체니까. 내가 하는 일이라곤 어학원에 가거나 근근히 있는 공연에 따라가 허드렛일을 돕고 구경하는 게 다다. 그마저도 2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그 외에는 집에 가만히 앉아 수퍼바이저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일이다. 6월 말부터는 연극제다 워크샵이다 바빠질 거라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먼 미래같다.


혼자 집에서 아무도 없이 지내다 보니 잠만 늘었다. 뭐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방치되어 아무것도 안 할 줄이야. 한국에 있었다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학교에서 공연을 만들고 있었을 텐데.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분명 아무나 얻을 수 없는 기회인데 왜 나는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찡찡대기만 할까. 잠이나 한 숨 잘까 생각하던 차에 수퍼바이저인 아드리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3시간 뒤. 극장으로.'


내가 살던 마을
에서도 한참 떨어진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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