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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짓다 May 16. 2022

엄마 말고, 나로 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내가 생산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성취감과 안도감

나는 SNS를 꽤 오랜시간 해왔다. 그런데 SNS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정말 SNS를 제대로 시작하게 된 건 엄마말고, 나로 존재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만삭에 친정, 시댁과 가까웠던 집을 두고

남편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나는 남편이 출근하면 외톨이가 되었다.


아는 사람 하나없이 단지 워라밸이 꽤 괜찮았던(과거형인 이유는 이 회사를 지금은 다니지 않기 때문) 

남편의 육아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남편의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감행했다.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다.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내게 숨이 막히는 일이 될지 알지 못한채였다.  


코로나19가 시작되었고, 아기가 태어났다.

조리원 동기, 문화센터 동기 등을 만들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문화센터에는 등록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조리원 동기들과도 대부분의 시간을 카톡으로나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생각만큼 마음을 터놓고 자주 왕래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다.

매일 아이와 둘이 산책을 나가 책을 읽고, 커피를 마셨다. 그러면 잠깐은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과 나누던 사소한 대화가 늘 고팠다.

직장에서 돌아와 시윤이 케어를 바톤터치 해야하는 남편과는 늘 생활에 대한 말을 했다. 

그건 대화라기보다는 정보의 공유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정보는 늘 아기를 중심으로 돌았다.


내가 없어졌다.

그렇게 우울감은 나를 떠나지 않고 언제나 내게 다시 돌아왔다.


육아우울이 반복되던 어느 날,

눈여겨보던 이웃님인 씨드머니 컨설턴트 똘똘새댁님이 가계부 모임을 모집하신다는 공고를 보았다.

첫 스터디 모집이라 미션을 100% 달성하면 100% 환급도 해준다고 했다.


그래 이거야! 싶었다.

무엇보다 아기가 아닌 다른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미션을 수행하면서 단톡방에서 대화도 나누고, 줌으로 번개 미팅도 하며 즐거운 한 달을 보냈다.

원래도 앱테크와 절약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아기보기 이외의 해야할 일이 주어지는 상황이 즐거웠고, 미션을 수행하며 성취감을 느꼈다. 


미션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며 점점 더 블로그와 유튜브 같은 SNS도 즐겨 하게 되었다.

기록이 많아지니 사람들이 내 영상과 블로그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육아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얻게 되곤 했다.

이전까지는 별 생각없이 SNS를 해오던 나도 내가 촬영한 영상과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SNS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개월 수의 아기를 둔 엄마들이 정보를 찾아보다 내 블로그에 오기도 했고, 내가 올린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서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구나! 



결국 내게 필요했던 건 육아맘 이전에 '나'의 역할에 대한 성취감과 '내'가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블로그와 유튜브는 내게 그 두 가지를 모두 제공해주는 참 좋은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SNS를 한다.

내 포스팅을 보고 힘을 얻었다는 사람들의 말에 이 세상에 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내 영상이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다음 영상을 촬영하고 업로드할 힘을 얻는다. 그리고 하나하나 나의 콘텐츠가 쌓여가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매일 작은 성취감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와 유튜브를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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