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ter to Oliver
“올리버, 당신이 아끼는 펜이죠. 당신의 누나가 선물로 준.”
*
1958
이 편지가 너에게 도착할 즈음, 넌 어디에 있을까.
밤이 되면 별이 무수히 빛난다던 이집트의 하늘 아래?
아니면 시끄러운 영국의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마을 어딘가?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여행서적 코너에서 네 이름을 발견했어.
올리버라는 이름은 흔하지만, 그냥 너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어 들었어.
집에 돌아와 읽는데 그리스 신전을 배경으로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 있었어.
너라고 느꼈어. 너였어. 출판사에 연락했는데, 다행히 네 주소를 알고 있더라.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
네가 이 집을 떠나고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
궁금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부모님은 잘 지내고 계셔.
네 이야기를 하시진 않지만, 요즘 매일 밤 뉴스를 챙겨 보셔.
아마도 보도되는 사람들을 보며 네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
시간이 필요하겠지.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상도, 부모님도 말이야.
어릴 때, 사진이 가득한 여행서적을 펼쳐보며 즐거워하던 네 모습.
잠들기 직전까지 책 속에 담긴 머나먼 나라 이야기들을 하다 잠들던 너와 나.
책 속에서만 봤던 그런 곳들을 자유롭게 여행하며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올리버, 이 말이 너에게 어떻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늘 그랬듯 널 믿어.
떠나는 날 네가 남긴 편지에 적었던 것처럼, 긴 여정의 끝에는 변화가 있을 거라는 말도.
편지와 함께 서점에 다녀오던 날 샀던 만년필을 함께 보내.
언젠가 네게 용기가 생길 때, 네 여행기를 먼저 들을 수 있길 기도할게.
해당 글은 연극 <프라이드>의 내용을 기반으로 쓴 2차 창작물이며,
연극/뮤지컬 웹진 ‘월간 이선좌’ 2015년 3월 호에 기고했던 글을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