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ter from Peter
“해리 삼촌을 보는데, 그 눈이. 존나 사랑으로 가득 차 있더라고.”
*
안녕 해리삼촌, 피터예요.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삼촌을 보던 날부터 느끼긴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삼촌이 우리 집에 없다는 게 많이 슬퍼요.
엄마는 삼촌의 장례식 날 날 계속 옆에 두려고 했어요.
그치만 난 그날도 그와 나란히 벤치에 앉아 한참이나 삼촌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어요.
울지 않았는데도 우는 것만 같았던 그 눈이 자꾸 기억에 남아요.
삼촌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것보단 눈빛이 많이 닮은 것 같아요.
누군가 죽을 때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면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대요.
그가 “해리를 잊지 않을 거야, 좋았던 기억들도 소중히 간직할 거야.” 그렇게 말했어요.
나도 삼촌이 늘 챙겨주던 작은 장난감들도, 해줬던 많은 이야기들도 잊지 않을 거예요.
해리 삼촌, 더 좋은 곳에서 행복하길 기도할게요. 금방 다시 찾아올게요.
P.S
엄마랑 아빠는 삼촌이 쓰던 컵들을 모두 깨뜨려버렸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에요.
언젠가 친한 친구가 여행에 다녀와 선물해주었다고 말했던 작은 유리컵을 내가 숨겨뒀으니까.
그 컵은 내일 그분을 만나면 꼭 돌려줄게요. 삼촌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게.
해당 글은 연극 <프라이드>의 내용을 기반으로 쓴 2차 창작물이며,
연극/뮤지컬 웹진 ‘월간 이선좌’ 2015년 3월 호에 기고했던 글을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