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재로 확인된 미국의 위상 약화
중동의 양강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다. 이들 둘은 지난 달에 베이징에서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놀라운 점은 미국이 아닌 중국의 중재로 이번 외교 관계가 전격 수립되었다는 점이다. 그간 서아시아 정세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전에 이란이 미국의 우방이었으며, 사우디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사실상 경제-안보 교환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이후, 이란의 혁명 이후,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거듭했다. 이에 사우디는 미국과 강하게 밀착하기로 했으며, 이란을 적대시했다. 이는 사우디가 이란의 혁명 이후에도 잘 지내보고자 했으나 이란이 사우디의 축전을 받지 않았고, 추후 관계는 악화됐다. 가뜩이나 정치 체제가 다르고, 종파가 다른 이슬람의 두 거목이 부딪치면서 중동에 평화가 오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우디와 이란은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에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를 사형한 이후, 양 국의 관계는 끊어졌다. 이어 이란 시민들이 이란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밀고 들어가면서 대립을 거듭했다.
그러나 대립의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이란은 아라비아반도 주변의 국가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교롭게도 대다수의 국가들이 시아파가 다수인 국가들이기 때문. 일예로 이라크와 예맨이 대표적. 이에 이란은 이들과 전적으로 가깝게 지냈으며, 예맨의 후티 반군을 직접 지원했다. 예맨은 사실상 분단 국가로 예맨에 총성이 멈추지 않으면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사우디의 안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도 이란이 사우디의 정유시설을 공격하기도 하는 등 무력 충돌이 야기되기도 했다. 이에 사우디는 미국과 강하게 밀착하면서 미국산 무기를 배치하면서 이란에 맞섰다. 그러나 미국이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외교 정책이 크게 뒤틀리기 시작했으며, JCPOA(이란 핵협정)를 체결하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하면서 이란은 다시 제재 국면으로 돌입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복원할 의사를 내비쳤으나 이란이 미국을 믿는 것은 북한이 미국을 믿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
종합하면, 이란은 미 제재에서 자유롭지 못했기에 경제 여건이 여의치 않았으며, 사우디는 안보 조건 완화를 위해 이번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내전 중인 시리아의 미군을 철수했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사우디의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국제사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불필요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놓았다. 사우디는 안보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의 미국 무기를 일정 부분 들어내기로 결정했다. 이 때를 시작으로 미국과 사우디의 우방 관계에 본격적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러시아발 전쟁으로 인해 지구촌의 물가가 크게 치솟았기에 유가 관리가 필요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에 꼬리를 내리고 사우디를 전격 방문했고, 유가 증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빈살만 왕세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이를 결정할 뜻을 내비쳤다. OPEC+에는 러시아가 자리하고 있다. 즉, 미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줄었는 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오만했고, 사우디는 미국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후 증산을 결정했으나, 한 달 만에 감축해서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의 말발과 위신이 얼마나 깎였는지 알 수 있다.
이에 이들 양국은 중국의 중재를 받아들였다. 미국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지나치게 말을 바꾸는 것은 물론 질서를 흔들었기 때문. 중국외교부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지난 3월에 우리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이 아닌 중국의 왕이 외사공작위원회주임이 중재하는 사진과 영상을 봐야 했다. 수십 년간 미국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해왔고, 사소한 분쟁부터 큰 대립까지 관할했으나, 이번에는 현격하게 달랐다. 사우디는 이란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중국이라는 중간자를 택했다. 중국은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사우디와의 투자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으며, 이란은 이미 지난 2022년에 상하이협려기구(SCO)에 가입했다. 중국이 미 제재를 뒤로 하고 이란의 원유를 다량으로 수입하지 못하겠으나 이번 중재로 인해 이란과 좀 더 밀착하되 중동 최대 친미 국가인 사우디를 중측으로 일정 부분 끌어오게 했다(사우디가 반미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3국의 외교적인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부분은 미국이 첩보로 해당 과정을 알았을 지 유무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손을 쓸 방도가 없긴 했으나 미국의 쇠락이 얼마나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은 사우디, 이란의 각 외교부장관을 만나 대사 교환과 외교 협의를 중재했다. 이어 양 측의 장관은 따로 만나 협의를 진행했다. 사우디의 국영방송이 이를 전격 생중계했을 정도로 해당 사안이 지니는 파급은 단순 역내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중국이 지니는 외교적 위상이 크게 상승한 것은 물론 원유를 엄청나게 생산할 수 있는 서아시아의 양강을 모두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미 외교가 얼마나 그간 방만했는지 알 수 있으며, 오바마 때부터 발걸음이 지나치게 꼬인 것도 모자라 이전 부시 행정부부터 자행된 지나친 전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오바마는 사우디와의 관계 소원을 고사하고 이란과 핵합의를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 사우디는 이란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미국이 셰일가스를 발원하기 시추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사우디를 다소 험하게 다뤘다. 그간 사우디는 미측의 요청에 따라 원유 증산 요구를 꾸준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사우디도 2020년에 있었던 유가 하락으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했으나 미국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즉, 사우디가 돌아서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고 봐야 한다.
이제 중동에서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그렇다고 중국이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 진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와 전략이 그간 얼마나 지속적이지 못했으며, 우리에게 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지나치게 자국에 골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우방이 현재 미국에 대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미 중산층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국산(Made in America)"을 강조하고 있다. 저네들이 성장하려고 만든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화를 따르지 않았을 때, 엄청난 압박과 제재를 가해놓고 이를 활용해 입맛에 거슬리는 이들을 지나치게 처단하곤 했다. 심지어 이제는 동맹을 전격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에 미국만 쳐다보는 것이 얼마나 무익해지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이에 이란에 이어 사우디가 움직인 것이다. 미국이 세워놓은 규정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크게 요동치고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미국이 자초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