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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바이지은 Nov 28. 2022

세상엔 멋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

김민경 사격 국대, 앙헬라 알바레스, BTS 정국

세상에 이렇게 멋진 사람이 있다니, 완전히 빠져버렸다. 중고등학교 때 HOT 지역 팬클럽 회장을 했을 정도로 뜨거운 팬심을 불태우던 나였지만 그때 덕질 총량을 다 써버려서인지, 아니면 방송작가 일을 하며 연예인을 하도 자주 봐서인지, 하여튼 여간해선 마음이 동하지 않아 덕질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삶이었다. 그런 내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세상에 모든 에피소드란 에피소드는 모두 수집하겠다는 듯이 하루 종일 키워드 검색을 하는 사람이 생겼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 우리나라의 대표 개그우먼이자 현실 찐 사격 국가대표선수 김민경이다. 



1. 


김민경


아니, 이 언니 이렇게까지 멋질 일인가?!!! 개그우먼으로 활동하는 모습도, 쇼핑몰 모델로 활동하는 모습도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처음 사격을 접한 지 1년 만에! 그것도 마흔을 넘긴 나이에! 국가대표선수가 됐다는 뉴스를 듣고는 완전 치여버렸다. 평생을 운동과 거리가 먼 일을 업으로 하고 살아온 그녀가 사격 시작 1년 만에 국가대표가 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울 민경 언니가 사격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운동뚱'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사격에 재능을 발견하기까지 무려 14 종목의 운동을 거쳐갔다는 서사까지 완벽하다. 웨이트 트레이닝, 종합격투기, 필라테스, 팔씨름, 골프, 축구, 야구, 사이클, 댄스스포츠, 주짓수, 플라잉 요가, 킥복싱, 크라브마를 거친 후 만난 게 바로 사격! 원래도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었지만 사격은 처음부터 달랐다. 그녀의 완전한 재능을 발견해버린 것이다. 세상사 정말 모를 일이다!


나도 서른일곱에 다시 대학교 신입생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애엄마 만학도가 될 줄은 몰랐다. 이전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쭉 방송작가로 살다가, 방송과는 관련도 없는 한약학과 학생이 되어 한약사가 될 줄이야?! 만약 목적지가 한약사라면 내 인생이 무지하게 돌고 돈 것이라, 내 아이는 제대로 된 한 길로 쭉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재능을 하루빨리 찾아주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약간의 압박감마저 있었는데, 우리 민경 언니를 보고는 마음을 놓아버렸다. 시작한 지 1년 만에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재능이라면, 지나치게 조급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빨리 출발해야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인생 돌면 좀 어때. 이렇게 멋져버리는 걸! 


현직 개그우먼이자 사격 국가대표 김민경의 첫 세계대회 XIX World Shoot 2022 - Pattaya - Thailand 결과이다. 1년 만에 세계 19위를 기록해버렸음! 대-박! 


자기 일 열심히 묵묵하게 한 우물만 파다 보니 어느새 아시아 최초로 미국 에미상 남우주연상도 받고, 영화 '헌트'로 감독으로 데뷔해 청룡 신인감독상까지 거머쥔 이정재도 멋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초스피드로 현실 국가대표가 되어버린 개그우먼 우리 민경 언니도 정말 멋지다. 삶은 정말 다양하고, 정답이 없다. 



2.


최근 내 마음을 흔들어버린 멋진 언니는 또 있다. 바로 90대의 여가수 앙헬라 알바레스!


결이 좋은 백발의 헤어스타일이 멋진 이 언니는 무려 95세의 나이에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뮤지션이다. 그녀의 인생 스토리도 정말 인상적이다. 청소부로 일하면서도 수십 년간 작곡 활동을 병행했고 나이와는 상관없이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하여 90살 때 로스앤젤레스 아발론 할리우드에서 첫 콘서트를 열었고, 그로부터 5년 후 95세의 나이에 무려 그래미 신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 멋진 언니는 수상소감마저 멋지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늦은 때란 없다.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항상 싸웠다.

비록 삶이 힘들더라도 항상 탈출구가 있으며 믿음과 사랑으로 그걸 이룰 수 있다."


이 언니가 세상에 보여준 건, 희망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늦은 때란 없다.  

구십 평생 다른 일을 하다가도, 세계적인 뮤지션이 되어 그래미 상을 받을 수 있다.

건강하도록 내 몸을 지키며, 내가 원하는 그 일을 포기하지 않고, 나를 믿는다면 말이다.



3.


마지막으로 내 맘에 치여버린 사람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BTS 정국이다.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식 사운드트랙 Dreamers 공연 장면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그들이 이룬 커리어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에 대해선 나도 잘 알고 있었고 노래도 즐겨 들었다. 근데 그렇다고 내가 막 엄청 팬이어서 막 찾아보고 좋아하고 막 아미하고 막 사진 저장하고 그렇게까진 아니었는데 말이다. 정국이는 우리 정국이가 되었다. 세상에, 우리 정국이 이렇게까지 멋질 일인가!!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 BTS 정국이 무대에 오른다길래 어떤 무대일까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막 기대하고 고대하며 개막식을 본 건 아니었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그의 무대는 웬 마이클 잭슨인가 말이다! 세상 살다 보니 월드컵 개막식에 한국 가수가 솔로로 서는 날이 다 온다. 퍼포먼스도 애티튜드도 완조니 대 슈퍼스타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미국 가수가 최고였고 일본 가수가 고급이라는 인식, 한국 음악 좋아하면 수준 떨어진다는 인식이 주류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런 시대를 딛고 월드클래스 슈퍼스타가 된 BTS, 무려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 오른 정국. 문화강국이 된 한국이라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때론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인생에서 목적지가 어딘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인생의 목적지를 안다는 말은 미래를 안다는 말과 같은 것인데, 내 미래를 정확히 아는 사람? 아마 없을 것이다. 아무리 용한 점쟁이라도, 월드컵 문어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잘못 탄 기차란 원래 없을지도 모른다. 어느 기차를 타든 목적지에 데려다줄 것이다. 잠깐 서는 경유지에서 내리지만 않는다면, 끝끝내 우리는 목적지에 가닿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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