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TMI
간만에 돌아온 지구 TMI 주제는 ‘노화’야. 꽤 재미있는 책을 읽었어.
《노화의 종말》이라는 책인데,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말 그대로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 인간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어. 피격적이지 않아? 단순히 노화를 늦추고 생명을 연장시키는게 아니라, 우리 인간이 늙지 않는다는 거, 혹은 최소한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이 늙고 하나 둘씩 몸의 기능이 고장나거나 병에 걸려 아니면 골골거리다가 임종을 맞이하지는 않게 될 것이라는 거지. 인간은 과연 늙지 않을 수 있을까? 아래 재미있는 몇가지 사례들을 읽어봐바.
실험실 쥐의 회춘
실험실에는 녹내장에 시력 상실을 겪고 있는 가여운 늙은 생쥐가 있어.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생쥐에게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주입할거야. 그 결과 생쥐의 시력이 정상시력으로 되돌아왔어. 망막세포의 수와 신경 성장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망막 세포의 수는 2배, 신경 성장도 5배나 증가했어. 이외에도 어떤 늙은 생쥐들은 마른 몸에 근육이 붙기 시작하더니 젊은 시절처럼, 쌩쌩하게 내달리기 시작했대. 영문도 모른체 이 생쥐들은 젊읆을 되찾았어. 아마 (그래봤자 실험실이겠지만) 요근래 실험실의 생쥐중 가장 운이 좋은 녀석이이겠지? 놀랍게도 이미 몇년전에 일어난 노화 연구중 한 장면이야. (*2020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미국 하버드 의대 노화연구생물학센터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 연구팀이 이루어낸 망막세포 연구,.) 이 뿐만이 아니야. 실험용 쥐에게 텔로머레이스(노화와 관련이 있는 염색체 끝부분에 위치한 반복적인 신체의 DNA 서열인 텔로미어를 연장시키는 효소)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킨 결과, 노화된 쥐의 생식 기능이 회복되고, 빠졌던 털갈이가 시작되는 등 젊은 상태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관찰되었지. 언젠가는 인간에게 적용이 될까?
진시황의 불로초
기원전 중국, 진시황은 중국 최초로 춘추전국시대에 중국을 통일 했던 아주 강력한 진나라의 왕이었어. 하지만 동시에 늘 죽음을 두려워했지. 영원한 왕권을 유지하고 싶었거든. 하긴, 어떻게 만들어낸 국가인데 말이야, 아까웠겠지? 그러던 중 어느 도교 연금술사가 진시왕에게 “동쪽 바다 너머에 신선이 사는 섬이 있으며, 그곳에 불로초(不老草, 영생의 약초)가 있다.” 라고 거짓 뉴스를 보고했어. 그는 영생의 꿈을 꾸며 불로초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났지. 불로초를 찾기 위해 전국에 명령을 내리고, 바다 건너 신비한 섬(팽조, 봉래 등)곳곳을 탐험하게 했어. 그딴건 어디에도 없었지. 결국 불로초 탐색이 실패로 돌아가자, 도교 연금술사들은 수은(수성, 汞)으로 만든 장생불사의 약을 황제에게 바쳤어. 당시 연금술사들은 수은이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이를 장기간 복용하면 영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 결과적으로, 진시황은 수은 중독으로 인해 신체가 점점 망가졌고,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어. 그리고 기원전 210년, 순행(巡幸) 도중 사망했어. 대단한 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무지하기 끝이없었다고 봐야지. 수은이라도 안 먹었으면 적어도 10년은 더 살지 않았을까?
드라큘라 아빠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은 더 현명한 현대판의 진시황이랄까? 이 사람은 안티 에이징에 대단히 미쳐있는 사람이야. 원래는 워커홀릭이었대. ‘브레인트리’라는 회사의 창업자였는데 이베이에 이 회사를 한화 약 1조원에 매각해버려. 그리고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 그리고 그는 그동안 일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몸이 너무 망가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대. 말년에 유유자적 하면서 골프투어나 다니는 황혼기를 준비할 줄 알았지만 그의 선택은 조금 달랐어. 그는 젊어지기로 선언을 했어. 그리고 자신이 벌어들인 돈을 젊어지는데 쏟아붓기 시작해. 그것도 미친듯이 말이야. 리프팅, 보톡스 뭐 이런거 말고 말이야. 진짜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또 다소 변태적으로 젊음을 쫓기 시작해. 그는 다음과 같은 기행노력들을 하고 있지.
- 매일 46가지 영양제를 섭취
- 365일 24시간 체지방 5-6% 대 유지
- 매일 1,997kal 완벽하게 조절된 식단 유지
- 17세의 친아들과 혈장 교환 (젊은 피 수급을 위해 아들의 피를 빨아 수혈)
- 자신의 모든 생체지표를 수치화
- 매달 전신 MRI/정밀 혈액 검사/성기능 테스트 등 실행.
이 사례들이 조금은 극단적이고, 무모하고, 가학적이고, 또 비윤리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 인간은 과거에도 노화를 막으려 했고, 막으려 하고, 또 앞으로도 막으려 할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거야.
'노화의 종말'의 저자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책 서두에 이런 말을 해. "노화는 질병이다." 그러니까 인간에게 있어 노화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 즉, 우리가 감기에 걸리듯이 노화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거야. 노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노화는 우리의 실생활 등에(식습관, 생활습관, 운동) 영향을 미치는데 신체의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서 세포의 재생 속도보다 세포가 죽는 속도가 빨라질 때, 그때 노화가 진행된다는 거야.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노화의 원인과 나아가 노화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들을 아주 과학적으로, 그리고 명료하게 정리했지. 신기할 뿐만 아니라 꽤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니까 안티에이징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봐!
싱클레어는 노화란 ‘정보의 손실’로 인해 세포가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봐.
특히, 그는 두 가지 정보를 구분해:
• 유전체 정보 (Genetic information): DNA에 담긴 유전적 코드
• 후성유전체 정보 (Epigenetic information): 어떤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켜지고 꺼질지를 결정하는 ‘명령어 체계’
이게 무슨 말이냐면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생활에 영향을 받은 신체의 후성유전적 정보가 손상되고, 이로 인해 세포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이 바로 ‘노화’라는 것.
시르투인은 세포의 스트레스 대응, DNA 수리, 노화 방지에 관련된 장수 유전자(생존 유전자)야. 즉, 이를 활성화하면 세포가 더 오래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다는 거지.
이 유전자는 **NAD+**라는 분자에 의해 활성화되며, NAD+ 수치는 나이가 들수록 감소해.(아래 글을 더 읽다 보면 NAD+ 를 섭취하는 방법도 나와 있어)
● NAD+ 수치 증가시키기
• NMN (Nicotinamide Mononucleotide) 보충제를 복용 (나랑 우리집 강아지 함께 복용중)
• 간헐적 단식 (Intermittent fasting)
• 고강도 운동 (HIIT) → NAD+ 증가에 도움
● 시르투인 활성화
•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섭취 (포도껍질, 적포도주 성분)
• **NAD+ 전구체 보충제(NMN, NR 등)**와 함께 복용하면 시너지 효과
● AMPK 활성화
• 세포 에너지 감지 센서로, 칼로리 제한, 운동, 메트포민(당뇨약) 등으로 자극 가능
• AMPK는 세포 재생성과 대사 건강에 도움
● 열량 제한(Caloric restriction)과 단식
• 일정 수준의 칼로리 제한은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다수 존재
• 간헐적 단식은 후성유전학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시르투인 활성화에 기여
● 고강도 운동
• 근육량 유지,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대사 개선 → 노화 억제와 직결
아직 실험 단계인 미래의 기술이야.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s)로 성인 세포를 리프로그래밍하여 ‘젊은 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 있어. 공상 과학 같지?
야마나카 인자는 2006년에 일본의 과학자 야마나카 신야(Shinya Yamanaka)에 의해 발견된 4개의 유전자(Oct4, Sox2, Klf4, c-Myc)를 말해. 이 유전자들은 성체(어른) 세포를 ‘만능 줄기세포(iPSC)’ 상태로 되돌리는 역할을 해.
이 4가지 유전자를 성체 세포에 강제로 발현시키면, 그 세포는 ’초기 상태(줄기세포)’로 되돌아가. 즉, 노화된 세포를 리셋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만드는 기술인 거지. 실제로 그 연구 성과가 증명되었고, 이는 복제, 장기 재생, 조직 치료, 개인 맞춤 치료 등 다양한 의학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어.
밝혀진 실험으로는 아까 위에서 언급한 사례처럼 시력을 읽은 쥐의 시신경 세포를 야마니카 인자로 되살려 시력을 회복시켰지.
야마니카 형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지.
자 그런데 왜 아직 우리는 늙고 있냐고?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여러 부작용들도 있더라고. 동물이 아닌 우리 인간들에게 적용되려면 여전히 많은 안정성 연구가 필요하지. 우선 야마니카 인자중 하나인 c-Myc 유전자만해도 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깐 말이야.
정리하자면, 야마니카 인자는 세포가 가지고 있는 '나이'를 초기화 하는 열쇠야. 마치 컴퓨터의 '공장 초기화'처럼, 생명체 내부에서도 리셋 기능이 추가될 가능성을 연거지.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더 재미있게 본 것은, 싱클레어가 말하는 윤리적인 문제점과 그것들을 다루는 토론의 내용과 본인의 견해였어.
《노화의 종말》에서 싱클레어 박사가 던진 윤리적 질문들;
책 속에서 싱클레어 박사는 기술적으로 노화를 역행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 매우 진지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고 있어.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싱클레어 박사와 그의 아들 알렉스가 나눈 대화였어. 나에게는 신성한 충격이었지. 노벨상 수상자의 아들이자 안티에이징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싱클레어 박사의 아들은 공교롭게도 아버지가 하는 일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거야. 나였으면 "우리 아빠가 말이야, 노벨상도 타고,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 시킬 알파메일.."
(본문중) 그날 저녁 알렉스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세대도 그 전의 세대의 모든 세대들과 똑같이 인류가 이 지구에 저지르는 파괴 행위를 막으려는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더 오래 살도록 돕고 싶다고요? 그럼 그 사람들이 세계를 더 심하게 파괴할 수 있겠네요?”
토론 이후 싱클레어 박사는 실제로 아들의 정의로움에 감격해 내심 뿌듯했다고 해. 하지만 몇일동안은 심란해서 잠에 들지 못했대. 어느 측면에 있어서는 아들의 반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 분명 어느정도, 아니 어쩌면 꽤 많이 맞는 말이었으니까.
이 짧은 대화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이 나에게 있어 단순히 ‘좋은 일’로만 귀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어. 노화의 종말은 인간에게 축복처럼 들릴 수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사회 구조와 윤리 체계 전체를 뒤흔드는 혁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니까.
싱클레어 박사가 제기한 윤리적 쟁점들은 다음과 같아:
• 생명 연장 기술이 상용화되면, 부유한 일부 계층만 접근 가능할 수도 있어. 실제로 '드라큘라 아빠'사례로 위에서 언급한 백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어마무시한 돈을 쏟아부으며 자신의 신체적 나이를 돌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지. 그만큼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도 하고.
• 이는 ‘영생하는 부자’와 ‘단명하는 서민’으로 사회가 양극화되는 생명 불평등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여느 공학과학 (SF) 소설에 등장할 만한 소재지. 영원히 늙지 않는 부자 VS 가난해서 늙어가는 자. 와 같이 양극단의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죽음은 자연의 일부인데, 그것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시도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일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해. 아마 인권 단체나, 환경 단체의 반발이 있을 수도?
• 수명 연장 기술은 인류 전체에 ‘축복’이 될 수 있지만, 선별적으로 좋은 사람만 오래 살게 할 수는 없을 거야. 그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겠지.
• 이는 우리가 윤리와 기술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해.
마지막으로 내가 책에서 제일 흥미롭게 느꼈던 건, 과학적 주제에 대해 부모와 자식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미국 가정의 문화였어. 물론 이게 모든 미국 가정의 교육이라고 일반화 하지는 않을게. (적어도 아버지가 노화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이라면 더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부모의 말이 곧 진리’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해. 16세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자식이 윤리와 과학을 주제로 아버지의 업적에 반대의 소리를 내며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은 뭐랄까 정말 대차게 인상적이고 부러운 광경이었어.
나중에 내 자식이 생긴다면? 나도 저런 ‘개방된 사고’를 장려하고, 아이들에게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닌, 생각하고 토론하는 주체적 존재로 자랄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라는 김치국을 드링킹했지. 그런 문화가 자리 잡을수록, 우리 한국 사회도 기존보다 더 복잡한 기술적 진보를 일궈내고 또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서, 어쨌든 확실한 건《노화의 종말》은 단순한 과학 서적이 아니라는 거야. 이 책은 생명, 도덕, 사회 정의, 그리고 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까지 아우르는 문제를 우리에게 아주 강력하게 던지고 있어. 문명의 발전은 어느새 죽음을 유예할 수 있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지만, 결국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판단할 것인지는 인간의 ‘의식 수준’에 달려 있다는 거지.
진정한 생명 연장은 아마도 우리의 철학과 윤리의식까지 함께 성장할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노화의종말 이 책을 강력 추천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