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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시하 Jul 06. 2022

음악에 관하여 글을 쓴다는 것

머리말

 음악을 사랑하고,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음악에 관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자못 두려운 일이다. 그것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식이 미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자 이러한 글쓰기 활동이 나의 음악 창작 활동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펜을 들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내가 음악에 관해, 혹은 이 세상에 대한 - 대단할 것 없는, 그러나 나 한 명의 것이기에 특별한 - 생각과 나름의 분석을 서술하고 기록해야만 한다는 일종의 부채감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이 부채감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찰나의 감정을 정확한 문정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갈망이기도 하고, 일생동안 축적한 지식 혹은 감상에 대해 사회적으로 보상을 받고 싶다는 명예 욕구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글을 쓰고 싶었고, 되도록이면 음악에 관하여 쓰고 싶었다. 하지만 둘 중 어느 쪽이든 충족하기 위해서는 글이 훌륭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빠져 단 한 단어도 써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오늘이 오기 전 나날들까지의 이야기이다.


 오늘 내가 펜을 들 수 있었던 데에는 <다락방 재즈> 속에서 저자 황덕호가 남긴 어떠한 문장의 덕이 크다. 

어떤 분야에 관한 관심과 수집은 반드시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할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에야 누군가의 도움과 안내가 필요하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섭취한 것을 바탕으로, 그것이 아무리 일천하더라도, 그것을 출발점으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 자체가 그 분야에 대한 살아 있는 지식이며 진정한 애정이고 즐거움이다.                 <다락방 재즈> 황덕호, p.119 


 "그것이 아무리 일천하더라도" 라는 문구가 가슴에 깊이 박혔다. 대단하지 못하리란, 완벽할 수 없으리란 두려움이 오늘날까지 나로 하여금 음악적 글쓰기를 무한정 보류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항상 조급해했다. 그러나 모든 창작가의 첫 산출물은 보잘 것 없다. 완벽해지기만을 기다리는 예술가는 가장 무능한 예술가이다. 일단 뱉어야 그제야 내 머릿속이 보이고, 그래야만 수정과 발전이 가능하다. 그리하여 나는 음악에 관하여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음악이란 굉장히 포괄적인 단어이다. 음악에 관하여 이야기하자고 말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리는가? 어젯밤에 들었던 특정한 작품 혹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떠올릴 수 있다. 또는 도레미파솔라시도, 샾과 플랫이 붙는 순서 등 기초적인 음악 이론들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가진 내용은 그보다도 훨씬 포괄적이다. 그 기원과 인류의 발생에 관한 이야기부터 그 본질을 구성하는 수학적 이야기,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 가치에 관한 이야기, 지역과 인종에 따른 장르와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 악보와 기호를 포함한 음악의 알파벳에 관한 이야기, 오랜 연구과 수 없는 연습을 통해 발전한 법칙과 테크닉에 관한 이야기, 음악과 언제나 함께 가는 가사, 앨범 아트, 무대 연출 등 비주얼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까지. 음악 속에 내재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빌어 앞으로 내게 허락된 시간 동안 그것들에 관해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정리하고 서술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언젠가 이 짧은 글들이 모여 하나의 책으로 엮어질 날을 상상한다. 부담은 없다. 어찌 됐건 이 글은 그 모든 것들 중 첫 번째 이야기이므로.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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