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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시하 Jul 25. 2022

무한동력이 돌아갈 거라고 믿습니까?

<Weekly Motif> SPECIAL호 2022.07.25


멈추는 법을 알지 못하여 오늘도 너에게 달려간다. 한 걸음만, 한 걸음만, 한 걸음만 더.



# 이 주의 모티프

 뮤지컬 <무한동력> 공연 뒷이야기

<무한동력> 서곡(Prelude) 공연 실황
뮤지컬 <무한동력> 아마추어 공연

장소 : 홍대 다리 소극장
일시 : 2022년 7월 15-17일
주최 : 뮤지컬 프로젝트 팀 '몽들'

원작 : 야후! 카툰세상 주호민, 웹툰 <무한동력> 보러 가기 (2008)
각색 : 작곡 및 극작 이지혜, 뮤지컬 <무한동력> (2015)
기타 정보 : @mongdle_musical


Editor

 이 이야기 속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숨가쁜 일상에 치이고 있거나, 무기력의 골짜기에 빠져있거나, 혹은 지나가버린 꿈을 헛바퀴질하는 사람까지. 이들은 언뜻 보기에는 달라보여도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각자의 가슴 속에 마지막 순간까지 꺼지지 않을 심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놀라운 정교함과 끝 없는 에너지로 몸의 가장 끝자락까지 붉은 피를 펌프질 해주는 바로 그 심장이요. 심장은 언제나 그 자리에 박동하고 있어요. 그래서 쉽게 잊히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작은 동물의 배를 어루어 만질 때, 어떤 위험으로부터 가까스로 벗어났을 때, 혹은 떠오르는 새벽의 태양을 바라볼 때 다시금 기억되곤 하죠. 바로 그때 - 그 신비로운 동력 기관의 고동 소리가 온 몸으로 전해지는 때 - 우리는 모든 두려움과 근심을 뒤로 한 채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생명, 우리의 근원, 우리의 무한동력을.




① 뮤지컬 프로젝트 팀 '몽들'을 소개합니다

 '몽들'은 뮤지컬, 음악과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모인 집단입니다. 태초의 근간은 연세대학교 뮤지컬 동아리 '로뎀스'에 두고 있으나, 더 이상 학생의 비율이 많지 않으며 또 여러 곳의 다양한 사람들이 섞이게 되어 이제는 로뎀스만의 정체성을 넘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단체에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죠. '몽들'이란 제1회 공연인 <무한동력>의 자음 'ㅁㅎㄷㄹ'을 따서 두 음절로 만든 형태입니다. 함께하는 공연인단들의 마음에 뛰고 있는 각자의 무한동력, 그것이 바로 몽들의 모티프이니까요.

  몽들은 기획부터 연출, 음악, 무대, 배우, 의상, 그리고 시각까지 공연에 필요한 각 분야의 팀원들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몇몇은 전문적으로, 대부분이 아마추어로 자신의 역할에 임하고 있으나 모두가 공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훌륭한 인재들입니다.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들에 대한 겸손과, 함께할 때 상상 이상으로 해낼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죠. 오랜 준비 기간을 버텨낸 끝에 2022년 7월 15일, 무사히 첫 공연의 막이 올랐습니다. 몽들이 소중히 담아온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펼쳐 보일 수 있는 짧고도 영원한 시간이었어요.

몽들 제 1회 공연인단 26인

 공연의 끝과 함께 이제는 각자 현실의 자리로 돌아간 몽들의 26인. 하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그들의 마음속엔 틀림없이 무한동력이 돌아가고 있을 거예요.



② 스물한 곡의 넘버와 라이브 세션에 관하여

 음악팀으로서 <무한동력>의 넘버들을 처음 들었을 때, 재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넘버 각각의 개성이 굉장히 뚜렷해서 우리가 어떻게 소화하면 좋을지도 고민이었어요. 어찌 됐건 하나의 이야기 흐름 속에 서로 다른 곡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했는데, 고민 끝에 음악팀이 내놓은 대안은 라이브 밴드였습니다. 오케스트라만큼의 대단한 편성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연주하며 함께 호흡을 맞출 - 드럼, 베이스, 기타, 바이올린, 피아노, 세컨 키보드 - 6인조 밴드 말이에요. 물론 MR 공연에 비해 업무는 늘어날 터였죠. 하지만 1) 우리가 해석한 방향대로 음악을 적당한 수준에서 편곡하여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 2) 배우와 관객들에게 현장감 있는 음악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다는 점 3) 성공적으로 올렸을 때 배우고 느낄 것이 훨씬 많다는 점에 마음이 자꾸 끌렸어요.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평범하지만 곧은 선재를 표현하는 피아노, 지나가버린 꿈이라도 놓지 않고 달려가는 원식 아저씨를 표현하는 어쿠스틱 기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반짝거리는 솔이를 표현하는 크리스마스 벨, 때로는 유치하지만 누구보다 강하게 하숙집 사람들을 지탱하고 있는 기한이를 표현하는 베이스, 깊고 아득한 감정을 홀로 삼켜내는 수자를 표현하는 바이올린, 어린 나이에 맞게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현실을 피해보려는 수동이를 표현하는 일렉 기타까지. 이토록 서로 다른 캐릭터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노래들이 하나의 이야기 실로 꿰어진 것입니다.

 음악이 가진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배경음악 같다가도, 어느새 하던 말을 멈추고 따라 부르게 되는 마법 같아요. 뮤지컬 공연을 하나 올린다는 것은, 다 같이 한 마음으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스물한 곡 더 생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함께 수없이 불렀을, 그리고 앞으로도 부를 넘버는 단연코 <무한동력>의 '무한동력'이 아닐까요.

<무한동력> 커튼콜 촬영본



③ 무한동력이 돌아갈 거라고 믿냐고요?

 '무한동력'이란 말 그대로 한 번 돌기 시작하면 연료 공급 없이 영원히 돌 수 있는 엔진을 뜻합니다. 한원식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석유가 부족한 우리나라를 연료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자 연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무한동력은 '에너지는 보존이 된다'는 열역학 제1법칙에 반하는 개념으로, 고등학생인 수자도 알 만큼 아주 간단한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아저씨는 평생을 바쳐 63차째 실험을 진행해오고 있죠. 그런 아버지를 둔 수자와 수동이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고, 그건 하숙집에 함께 사는 선재와 솔, 그리고 기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나가면 마침내 하나둘씩 깨닫게 됩니다. 무한동력이 돌아가건 안 돌아가건, 어쩌면 그게 중요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요.

photos by 전예원

 무한동력이 돌아갈 거라고 믿냐고요? 누군가는 그것이 현실을 부정하는 절망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그것이 상징에 불과한 관념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가능성에 대한 믿음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미 수차례의 불가능 속에서 가능의 싹을 틔워낸 존재들입니다. 광활한 우주의 시공간 속에 바로 지금 인간의 시대가 스쳐 지나가고 있고, 전혀 다른 곳에서 온 두 사람이 만나 동시에 사랑에 빠져 평생을 약속하는 한편, 보이지 않는 자의 영혼에 용서를 구하거나 위로받기도 하지요. 틀림없이 우리를 지탱하고 있으나 우리가 설명해내지 못하는 것들은 세상에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과학'에 따르자면 차마 무한동력의 가능성에 손을 들어줄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 질문에 과연 무슨 대답을 내놓아야 하는 걸까요.

 그때 우리의 선재는 대답합니다. 무한동력은 돌아갈 거라고. 그 영원한 도전을 지지하고, 그 거대한 용기를 존경하며, 그 희망을 공유하는 한 사람이 되겠다고 선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꼭 선재여야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편에서 우리의 수자는 이렇게 털어놓으니까요. 무한동력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사랑한다고 말이에요.





## 공연인단 인터뷰 

 공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밀착 취재하기 위해 몽들 26인 중 다섯 분을 인터뷰로 모셨습니다. 각자가 얼마나 진실한 마음으로 기나긴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정성스러운 답변들을 모아보았습니다.


1. 기획 / 장선재 역 최용희

Q. 처음 <무한동력> 공연을 기획하게 된 순간 혹은 계기가 무엇인가요?

 - 제가 처음으로 기성 뮤지컬을 본 건 2018년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연출을 맡은 저의 친구 예빈이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요. 당시 제가 처한 상황이 주인공 선재와 많이 닮아있기도 했고, 워낙 감동적인 포인트가 많은 뮤지컬이라 공연 후반부에서는 눈물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었고,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이 마냥 좋았고, 공연이 끝났을 때 전해지는 따뜻함이 저에게 큰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또 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꿈에 대한 물음은 제 삶의 과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깊이 감명을 받았죠. 보통의 관객이라면 그렇다고 해서 '아, 이 뮤지컬 언젠가 꼭 직접 공연을 올리고 싶다!'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저는 이전에 뮤지컬 동아리를 하면서 나름 공연을 올린 경험이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처음 기성 <무한동력>을 관극 했던 때가 제가 처음으로 이 공연을 올리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6개월의 오랜 준비 기간 동안 가장 어려웠던 부분 하나를 꼽자면 무엇일까요?

 - 정확히 말하자면 9개월의 준비기간 중 6개월의 연습 기간을 가졌는데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제가 기획과 배우를 동시에 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많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기에 0.7 기획, 0.7 배우 정도가 적당한 표현이겠네요. 배우로서도 많은 부분이 미흡했고, 기획으로 공연에 참가하는 것도 처음이었거든요. 두 가지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회사도 다니느라... 연습이 시작된 후에는 평일엔 기획, 주말엔 배우의 역할을 하는 형태가 되었어요. 그나마 기획 일은 기획 팀원들이 있었기에 멀쩡히 굴러갈 수 있었지만, 배우로서의 몫은 다른 사람이 대신 채워주는 데 한계가 있고 제가 충분히 공들이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기에 충분히 할만했고, 또 하고 싶네요!


Q. 주인공 장선재 역을 맡기도 하셨어요! 선재라는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또 어떤 점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나요?

 - 선재는 대기업이라는 현실의 꿈을 좇는 청년으로, 취업 준비를 위해 무한동력 기계를 발명 중인 한원식 아저씨의 하숙집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후 하숙집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하숙집 사람들과의 교류로 인해, 본인의 꿈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기도 하며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죠.

 먼저, 선재가 관객들에게 친근하고 편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들이 선재를 마주하는 시간이 가장 길기도 하고, 다른 인물들은 모두 톡톡 튀는 본인들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는 비교적 보통의 사람을 대신하려고 노력했어요. 선재는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에서 관객에 가장 가까운 역할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또 선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관객들이 선재에 몰입하여 직접 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을 수 있도록 그가 겪는 변화를 잘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게 무한동력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Q. 공연을 준비하고, 이끌어가고,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에 커다란 힘이 필요했을 텐데요. 자신만의 혹은 기획팀의 무한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처음 이 공연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4년 전 그때, 이미 한 차례 친구들과 공연 준비를 하기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그런데 공연을 올린다는 게 여간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결국 무산이 됐었죠. 그 이후로도 한 번씩 이야기가 나왔지만,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작년 말 즈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다시 한번 무한동력 공연에 대한 마음이 불타오르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여전히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4년 전의 실패를 교훈 삼아 그것들은 뒤로한 채 무작정 공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아마추어로서 뮤지컬 공연을 올린다는 일이 참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도 받는 거겠죠? 그럼에도 저희가 이런 공연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공연이 주는 수고로움보다 공연을 통해 얻는 행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공연인단 모두가 뮤지컬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직접 뮤지컬을 제작하고 연기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에서 느끼는 행복을 잘 알고 있죠. 그리고 그들 모두 공연인단이기 이전에 서로의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보내는 시간은 무얼 하든 즐겁고 행복한 법이지 않습니까? 이 9개월이 저희에겐 그런 시간이었고, 그렇기에 공연을 떠나서 그 시간들이 모두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저희의 무한동력이 되어 멋진 공연을 올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Q. 몽들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몽들 친구들과 함께 또 다른 공연을 올리고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기에 또 다른 공연을 올리려면 재충전의 시간은 확실히 필요할 것 같아요. 다들 본인의 인생을 살려면 바쁘기도 할 테고요. 하지만 언젠가 기회를 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의 준비들을 해두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공연이야 뭐 어떻게 되든 저희는 앞으로도 잘 지낼 예정입니다. 같이 밥도 먹고 놀러도 다니고 노래도 부르고 무한동력 얘기도 종종 하면서 그렇게 지내겠죠? 무한동력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몽들은 우리만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써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연출 최예빈 

Q. 몽들의 <무한동력>은 기성 공연과 동일한 대본과 악보에서 출발했지만, 분명 다른 점도 있었을 거예요. 몽들만이 매력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등장인물 여섯 명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진심을 다해 그려갔어요. 더 많이 등장하고 서사의 중심이 되는 역할은 분명히 있지만, 저희 몽들이 보여주고 싶은 무한동력을 표현하려면 등장인물 각자의 이야기가 모두 입체적으로 그려져야 했거든요. 그래서 한 명 한 명의 서사를 따로 떼어서 읽어보고, 또 정리해나갔어요. 그 과정에서 각 인물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죠. 배우들과도 본인이 맡은 역할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줘야 하는지, 전체의 이야기에서 어떤 힘을 보여줘야 하는지 깊게 대화하며 작품을 만들어갔어요. 그렇게 애정을 담아 무대 위에 그려낸 결과 어느 한 명 빠지지 않고 모든 인물들이 사랑스럽게 표현된 것 같아요. 물론 그 과정에서 배우들이 가진 본연의 매력이 큰 힘이 되었고요! 여섯 명의 캐릭터가 모두 살아있고, 또 충분히 사랑스러웠다는 것이 몽들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여러 팀과 협업하며, 연출 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연출로서 자신만의 어떤 기준 같은 게 있었나요?

 - 연출은 공연의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무대에 올라갈 모습을 확신을 가지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하죠. 25명의 공연인단과 함께 협업하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래서 결국 우리는 어떤 공연을 만들고 싶은가’였어요. 연출로서 몽들의 무한동력이 어떤 모습으로 관객과 만났으면 좋겠는지 고민했고, 그렇게 나온 저만의 큰 그림을 공연인단들에게 보여주고 설득하려고 노력했어요.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그것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맞는 결정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몽들은 아마추어 공연팀이었기 때문에 공연인단 각자의 마음은 전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하는 이유, 이 시간을 통해 얻고 싶은 것, 들일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정도 같은 것 말이에요. 그래서 더욱 이런 각자의 마음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도록 만들려 노력했어요. ‘공연인단이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 역시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요. 여러 고민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중심을 잡아가는 과정이 어렵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즐겁기도 했습니다!


Q. 현장에서 조명감독으로서도 무척 활약해주셨는데요! 조명 콘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아찔했던 순간을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 사실 제가 조명의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디자인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있어서 그랬는지 유독 제가 만든 조명에 대한 확신이 잘 안 생기더라고요. 조명 오퍼레이팅 역시 처음이었기 때문에 첫 공연 때 무대 위의 플레이어들 못지않게 굉장히 긴장을 했어요. 잘 맞춰온 공연이라는 퍼즐 속 마지막 조각이 제 손에 있는 기분이었거든요.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는 제가 밴드의 7번째 악기, 혹은 7번째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선다는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작업을 했어요. 박만수 조연출님이 제 바로 옆에서 음향 오퍼를 담당하고 있었고, 김동민 조연출님이 전체적인 진행 상황을 보면서 소통하는 역할을 맡아주셨는데요. 박자에 맞춰 오퍼가 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는 셋이서 함께 크게 숨을 쉬면서 타이밍을 맞췄어요. 나란히 서서 공연 내내 함께 호흡하다 보니 커튼콜이 끝나자마자 세 명 모두 기진맥진했죠. 이렇게 좁은 콘솔에서 연출팀 셋이서 아무 말하지 않고 함께 호흡했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 이건 꽤나 귀엽다고 생각되는 순간인데요. 첫 장면에서 선재가 관객석 통로로 올라가거든요. 그때 관객들의 시선이 모두 선재를 따라가다 보니까 결국 콘솔에 서있는 연출팀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공연부터는 셋이서 타이밍을 맞춰서 그 순간에 쪼그려 앉았어요. 저희가 보이지 않게. (웃음) 선재가 지나가고 나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일어났던 것까지 너무 웃겨서 기억에 남아요.


Q. <무한동력>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 뮤지컬 <무한동력>의 원작자인 이지혜 작곡가님과 처음 컨택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어요. 무한동력의 이야기가 2022년 현재 사회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였죠. 꿈과 현실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사회이고, 예전엔 중요하게 다뤄지던 가치들이 현재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런 작곡가님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반대로 제가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은지 깊게 고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몽들의 무한동력을 ‘살아있는 한 멈추지 않고 뛰는 우리의 심장’이라고 정의했어요. 기계가 돌아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가 어떤 길을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본인 스스로 그 길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몽들의 무한동력을 보고 공연인단이 참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심장이 어딜 향해 뛰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어 진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죠!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공연을 만들었고, 그 순수한 열정과 진심이 담긴 무대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예빈 님은 다양한 예술&문화 분야에 관심이 많잖아요. 혹시 현재 준비 중인 다른 작품이나 커리어 계획이 있다면 공개해주세요!

 - 무한동력을 준비하면서 결국 나는 문화예술의 길을 떠날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이제까지 아마추어로 꽤나 많은 공연을 올렸지만 이번 무한동력은 저에게 굉장히 다른 의미로 남아있는데요. 제가 진심을 다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공연은 무한동력이 처음이거든요! 좋은 친구들과 함께 작업한 덕분에 제 마음에 집중하면서 즐겁게 공연을 만들 수 있었죠. 저는 음악과 서사가 있는 문화예술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 제 이름을 걸고 다양한 작업들을 하면서 저의 팔레트를 만들어가려고 해요. 메모장에 끄적끄적 적어둔 것들이 꽤나 많거든요. (웃음) 여기서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 올해 안에 ‘레퀴엠’이라는 주제로 세 편의 짧은 아트 필름을 제작해보려고 해요. 제가 꼭 시도하고 완성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제가 또 어떤 길을 찾아 걷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어느 길 위에 서있던 꾸준히 음악과 서사를 재료로 하는 예술 작업을 하며 살고 싶어요.



3. 음악감독 / 피아노컨덕 이하영

Q. 하영 님은 이미 프로 뮤지컬 계에서 음악팀으로 참여하고 계시죠. 아마추어 공연인 <무한동력>에 참여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또 두 공연 간의 차이점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무한동력은 제가 필드에서 일하기 전인 18년도부터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꼭 해보고 싶다고 얘기가 나왔던 공연이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 포지션이 음악감독으로 잡혔던 것 같아요! 아무도 "공연해!"라고 정해주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렸다, 가 맞는 표현 같네요.

 필드에서 하는 일과 몽들의 음악팀이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학생 공연이니까 그냥 편하게 하자'는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제가 일하면서 실제로 보고 배웠던 것들을 많이 사용한 것 같아요. 덕분에 음악팀은 아주 할 일이 많았겠지만, 밤낮없이 일해준 우리 시하 래환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핫.

 다른 점이 있다면 공연인단들 사이의 관계가 아닐까요? 사실 필드에서 일을 할 땐 어쨌든 '일'이고 저보다 선배님들도 훨씬 많기 때문에 (전 거의 맨날 막내예요) 항상 편할 수만은 없거든요. 그런데 무한동력은 정말 모든 순간순간이 편하고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이건 아마 평소 그들과의 유대감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네요.


Q. 라이브 세션으로 공연을 준비하면서 멤버 구성이나 음악 편곡에 많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여러 과정 속에서 감독으로서의 어떤 기준이나 목표가 있었나요?

 - 무엇보다 전체적인 극의 톤 앤 매너를 맞추고, 밴드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고자 했어요. 사실 미디(MIDI)를 통해 작업할 땐 제한 없이 다양한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저희는 기본적으로 6인조 라이브 밴드였고, '정해진 여섯 가지의 악기로 어떻게 사운드를 비지 않고 좋게 만들 수 있을까?'를 주로 고민했습니다. 기존 MR에는 저희의 악기 구성으로 구현할 수 없는 소리들이 많았어서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적절하게 바꿀 것인가, 또 그리고자 하는 음악적 그림을 위해 어떻게 편곡할 것인가도 생각을 아주 많이 했답니다!

 음, 돌이켜보면 특정한 목표를 정해놓고 음악을 만든 건 아니었어요. 아마 '음악 자체가 좋다', '원곡과 다른 매력으로 너무 잘 표현했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였던 것 같아요. 다행히 많은 분들께 좋은 평을 들어서 그간의 고생이 모두 보상되는 느낌이었답니다. 또 하나 신경 썼던 게 있다면, 저희 밴드 중 대부분이 뮤지컬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이번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랐어요. 이건 음악적 목표는 아니지만 꽤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입니다.


Q. 메인 피아노 및 컨덕으로 공연을 임하셨어요! 제가 보기에 정말 멋졌는데, 개인적인 소감이 궁금합니다.

 - 사실 저한테도 큰 도전이었어요. 뮤지컬 경험은 많지만 피아노 컨덕, 그것도 온 스테이지(On Stage)로 공연을 올린 건 처음이었거든요!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지만 결국 잘 마무리가 되었네요. 아마 저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일들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고마운 우리 음악팀과 항상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주는 연출 예빈이, 그리고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Q.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작품이나 앞으로 커리어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현재 <니진스키>라는 뮤지컬을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있고, 작년에 참여했던 뮤지컬 <더데빌>이 콘서트를 올리게 되어 음악팀으로 또 열심히 악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8-9월에는 (제목을 저도 아직 모르는) 어느 어린이 뮤지컬의 작곡을 맡아 열심히 곡을 쓸 예정입니다. 비단 공연 분야뿐 아니라 음반 제작 혹은 음악 관련 뇌과학 쪽에도 작은 관심이 있어서 조금씩 공부해볼 예정이에요.

 제 삶이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그 가운데 늘 음악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은 드네요. 향후 모든 활동도 음악을 중심으로 흘러가지 싶습니다. 무한동력과 같은 즐거운 프로젝트들을 마구마구 만났으면 좋겠네요!



4. 무대감독 이승미

Q. 첫 공연 무대 감독의 경험을 <무한동력>과 함께 하셨는데요! 모든 준비 과정 속에서 가장 집중했거나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첫 번째 넘버, 무한동력에서 ‘산꼭대기 거대한 구조물’을 다 같이 외칠 때 조명이 무대 전체를 비춥니다. 그 장면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었어요. 무대의 첫인상이 ‘헉 저게 뭐야?’가 되게끔 무대 자체를 하나의 무한동력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곳곳에 무한동력을 가동시키는 장치들을 넣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이것 이외에 더 신경썼던 부분이 있다면 한정된 무대에 라이브 세션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무대의 높이도 높지 않았기에 2층 무대를 시도하는 것에도 여러 시안이 오고 갔어요. 최대한 많은 시안들을 비교하고, 연출님과의 회의를 통해 무한동력의 무대가 만들어졌습니다.


Q. 무대감독은 아무래도 셋업&셋다운 현장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일 텐데요. 도안과 다르게 흘러가야 했던 위기 상황 같은 게 있었나요?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나요?

 - 앞서 언급했듯이, 한정된 무대에 여섯 명의 라이브 세션을 올리는 것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이 공간 때문에 여러 번 시안을 수정했었는데, 거듭 확인을 했음에도 셋업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겨 당황을 했었어요. 제가 준비했던 공간에 라이브세션이 전부 올라가지 못할 것 같다는 소식이었어요. 연출님과 음악감독님께서 아시바를 하나 추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고 마당 조명감독님께서 도와주심으로써 상황은 잘 해결됐습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아직 많은 게 처음인 저를 대신해 다들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것 말고도 자잘한 위기들까지 공연인단 선배님들 덕분에 잘 해결할 수 있었어요. 이정도의 '알잘딱깔센' 셋업 및 셋다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예요!


Q. 완성한 세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석이 어디였는지 공개해주세요!

 - 아무래도 로시난테 목마의 불빛이 아닐까요! 무한동력 무대의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무한동력과 한원식 그 자체를 상징하니까요. 마지막 넘버 '멈추지 말아요'가 울려퍼질 때 당신 심장의 무한동력에 로시난테의 불빛도 함께했다면 제 무대의 소원은 다 이뤘습니다. 사람들의 비웃음에도 꿈을 향해 돌진하는 한원식과 로시난테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었기를!


Q. 앞으로도 실내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아요. 현재 준비 중인 다른 프로젝트나 앞으로 커리어 계획이 있나요?

 - 사실 아직 진로에 대한 고민이 완성되지 않았어요. 본전공인 사회학을 포함해서 다양한 분야를 염두에 두고 있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 여러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그 여러 시도 중 하나가 무대예요. 저의 소중한 시도들에 무한동력이 있다니 행복하네요. 사실 이 분야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고민이 끝난 상태지만 뮤지컬은 항상 제 무한동력을 자극시키기에! 로뎀스의 다음 정기공연까지 함께 할 생각입니다. <유린타운> 많관부.



5. 의상팀장 전예원 

Q. 이번 <무한동력> 극의 배경을 이루는 시대 혹은 계절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저는 극의 계절을 선재가 공채를 준비하는 여름부터 수자와 선재가 각각 수시 면접/하반기 공채 면접을 보는 늦가을까지라고 생각했어요! 아, 그런데 연출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웃음..)


Q. 의상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직접적인 단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의상팀장으로서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캐릭터 별 특징이 있다면 간단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의상은 캐릭터를 드러내고 극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저는 기성 공연과 배우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캐릭터 별 특징을 표현하고자 했는데요. 아래는 제가 정리해본 노트에요.

 1) 선재, 취업준비생.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고 나름 낭만도 있는, 그러나 지금은 취준이라는 벽 앞에서 현실적인 생각에 갇혀있는 캐릭터. 취준생들의 소울메이트 회색 후드 집업과 체크 셔츠를 메인 의상으로 가져갔습니다. 체크 셔츠는 이후 변화하는 선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에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 색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2) 솔, 이벤트 회사 직원. 굉장한 E력을 지녔으며 낯가림이 크게 없는 캐릭터. 6명의 캐릭터 중 가장 긍정적인 캐릭터. 이에 따라 솔이가 입는 두 메인 의상을 모두 밝거나 원색의 컬러를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노란색 파스텔톤의 블라우스와 초록색 원색 꽃무늬 원피스는 솔이의 밝은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동시에 선재의 하늘색 체크 셔츠와 잘 어우러집니다.

3) 수자, 고3 수험생. 하숙집을 운영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지만 아직은 어린 딸. 고3 학생이기에 기본적으로 모든 의상을 교복으로 통일했습니다. 수동이와 달리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범생인 수자는 항상 단정하게 교복을 입습니다.

4) 수동, 수자의 동생. 반항적인 척 하지만 사실은 귀여운 찐따 수동이. 집을 벗어나고 싶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아빠와 누나를 사랑하는 막내. 수자에 비해 성실한 학생이 아닌 수동이는 교복도 조끼와 마이 없이 입거나, 랩을 좋아해 후드 집업을 그 위에 껴입습니다. 대신 후드 집업에는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져 있지요.

5) 원식, 무한동력의 설계자. 매일을 살아가는 힘이 무한동력을 만들어가는 것인 원식. 원식은 항상 작업복을 입고 있습니다. 기성에서는 갈색 멜빵을 입었지만, 저희 공연에서는 좀 더 작업복스러운 점프수트를 입었고 그래서 퀵체인지에 용이한 부분도 있습니다. 점프수트를 작업복처럼 꾸미기 위한 물감 작업도 있었다는 사실!  

6) 기한, 공시생.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하지만 사실은 게임 중인 기한이는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고 항상 추리닝을 입고 있습니다. 독특하고 웃기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캐릭터인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의상을 극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야 했습니다. 기성 공연처럼 파란색 추리닝을 입었고, 기한의 소속(명문대 수의학과)을 알려주는 문구를 상의 앞뒤에 프린트하였습니다.


Q. 공연 내내 백에서 배우들과 함께 바삐 움직여주셨는데요. 가장 걱정스러웠던 체인지나 백에서의 긴박한 에피소드 같은 게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 사실 공연 당일에 제가 너무 완벽했던 바람에 긴박한 에피소드는 없었..(큼큼) 그렇지만 가장 걱정스러웠던 체인지는 아무래도 수동이의 모든 퀵체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수동이가 극 앞 쪽에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데, 그게 또 몰려있거든요. 동시에 다른 배우들도 체인지를 해야 하고. 특히 'M7.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가 끝나고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를 받아 스스로를 뿌듯해하는 수동이를 빨리 정신 차리게 하고 다음 장면인 '엄친아'로 갈아입게 하는 순간이 기억에 남네요!


Q. 현장에서는 필름&스냅 기사로서 활약하기도 했는데요! 예원 님으로 하여금 매 순간 카메라를 들도록 만드는 그 동력은 무엇인가요?

 - 사람들이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하게 해 주는 데에 제가 일조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사진을 보면 그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카메라 세팅값을 맞추고 구도를 잡고 모델과 소통하고 디렉팅을 하던 모든 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기억 또한 제게 큰 동력인 것 같아요. 가식적인 사진은 안 찍으려고 노력해요. 지나치게 꾸며진 사진들 있잖아요. 현장의 감정을 잘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6. 시각팀장 최희지

Q. 몽들 <무한동력>의 이번 컬러 팔레트를 소개해주세요!

 포스터와 리플렛 티켓 등 여기저기 다 쓰였기 때문에 많이 보셨겠지만, 이번 무한동력에서는 키컬러인 다홍색과 남색을 중심으로 대체적으로 활기찬(vibrant) 색상들을 사용하려 했습니다. 인물들의 마음에 남아있는 열정과, 어쩌면 약간의 동심을 표현하는 데에 그런 따뜻하지만 밝은 색들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건 비밀이지만 제가 파스텔 톤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 취향도 큰 영향이 있었습니다.


Q. 무엇보다 포스터가 정말 귀여웠어요.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았거나 특별히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것이 있나요?

 말이 안 되는 꿈인 것 같다가도 어쩌면 정말 돌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존재인 무한동력의 의미에서 두 가지 키워드 - '꿈', '돌고 돈다' - 를 뽑아서 아이디에이션을 시작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캐릭터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한데 모여 하나의 꿈이 된다는 것을 표현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굴러가지 않을 것 같은 톱니 배치로 많은 공대생들에게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참고로 캐릭터 같은 경우는 진기한 역의 지호 그리고 장선재 역의 용희와 함께 디테일을 잡아서, 실제 입고 나오는 무대의상과 거의 똑같아 보이게 그렸습니다.


Q. 우연히 희지 님의 그림일기를 발견했어요! <리지의 우당탕탕 그림일기>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프라이빗한 게 아니라면요.

 앗! 제 그림일기는 제가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있을 때 하루하루 일상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요. 실제로 미국에서 경험한(웃긴?) 에 피소드들을 열심히 그려놔서 저도 가끔 들어가 보면서 기억을 곱씹어보곤 해요. 최근에 한국에서의 일상 모습도 궁금하다는 말이 많아서 다시금 그리려고 노력 중인데, 바빠서 자주는 못 올릴 것 같아요. 일기가 올라오면, 사는 게 여유가 있나보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궁금하다면 @verybusylizzy 팔로우를 누르고 절 기다려주세요!


Q. 희지 님은 뮤지컬 경험도 많으시고 지금은 바쁘게 일도 하고 계시죠. 무한동력이 끝난 이 시점에, 현재 몰두하고 있는 작업이나 구상 중인 계획이 있다면 공개해주시겠어요?

 현재 시각 새벽 2시 반이 넘어가고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저는 신입 컨설턴트의 삶을 살며 열심히 구르고 있습니다.. 향후 2년 이상은 출근과 야근 외 하는 게 없을 것 같아 재미 있는 답을 드릴 수가 없네요! 제 현재 목표는 열심히 일해서 빨리 1억을 모으는 것입니다. 다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끝으로

 이번 몽들의 <무한동력>에서 저로 하여금 음악조감독 및 세션으로 있게 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제 손으로 직접 만든 공연에 대해 적으려니 무척 어려웠지만, 각자의 소중한 마음과 진심을 한 자 한 자 눌러 담으려 노력했어요. 또한 이번 글은 특별히 인터뷰 답변들을 통해 제가 미처 닿지 못한 이야기들까지 꼼꼼히 채울 수 있었어요. 정말이지 오래 기억하고 다시 찾아갈 만한 좋은 극이에요. 이 글이 공연인단들에겐 지난 반 년을 기억할 수 있는, 함께 해준 관객분들에겐 뮤지컬 <무한동력>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는, 처음 접하는 분들에겐 <무한동력>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찾아보게 하는 글이 되기를 바라며. 무한동력이 다시 돌아가는 그날까지 몽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안녕.


*사진 및 영상 제공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글 한시하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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