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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시하 Jul 11. 2022

누벨바그의 리메이크 앨범 Nouvelle Vague

<Weekly Motif> 4호 2022.07.11

가장 습한 여름을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Big business is very wise.
I'm inside free enterprise.
This is not a love song.
일을 크게 벌려야 현명한 거예요.
난 자유로운 모험을 하고 있죠.
이건 사랑 노래가 아니에요.


Editor

 누군가를 오래 쳐다보면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전에는 이상하다고 지나쳤거나 심지어는 나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래도록 쳐다보게 되면 사람의 뇌는 어떻게든 그의 행동방식을 수집하고 메커니즘을 이해해보려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마치 사랑과 다를 바가 없죠. 누군가를 책처럼 읽어보려는 노력만큼 사랑에 가까운 행위는 없을 테니까요.

 그러면 비로소 우리는 단순히 그 사람의 입 밖으로 꺼내어지는 말과 명시적인 행동을 넘어선 무언가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표정, 몸짓, 눈빛, 시선, 손의 움직임, 걸음걸이 등 모든 정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 그의 언어, 그리고 언어들 사이의 간극을 읽어내고자 하는 본능적인 집요함을 획득하게 된 것이에요. 때로는 그것이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줄지 모른대도 말이에요.



# 이 주의 모티프

 누벨바그(Nouvelle Vague)의 앨범 [Nouvelle Vague] 감상하기



음악은 멜로디가 붙은 한 편의 시

 우리가 듣는 음악들은 그 각각의 아티스트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치열한 고민을 한 끝에 나온 결과물들이자, 하나의 언어입니다. 특히 음악의 제목과 노랫말에 붙은 가사는 음악의 모든 요소들 중에서도 전달력 면에서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죠.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수많은 곡들 중에서도 가장 오래, 가장 반복해서 듣게 되는 곡은 가사가 마음을 울리는 곡인 것 같아요. [Nouvelle Vague]의 수록곡들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Track 03. In a Manner of Speaking입니다.

In a manner of speaking
I just want to say
That I could never forget the way
You told me everything
By saying nothing

In a manner of speaking
I don't understand
How love in silence becomes reprimand
But the way that I feel about you
Is beyond words

Oh, give me the words
Give me the words
That tell me nothing
Oh, give me the words
Give me the words
That tell me everything

In a manner of speaking
Semantics won't do
In this life that we live, we live, we only make do
The way that we feel
Might have to be sacrificed

So in a manner of speaking
I just want to say
That just like you I should find a way
To tell you everything
By saying nothing

Oh, give me the words
Give me the words
That tell me nothing
Oh, give me the words
Give me the words
That tell me everything

- Nouvelle Vauge 'In a manner of speaking' 가사

 제목 'In a manner of speaking'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말하자면'이라는 뜻입니다. 이 노래의 화자는 웅얼거리며 읊조리는 듯한 말투로 두서없이 자신의 생각들을 털어놓기 시작하죠. '당신이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말한 그 방식'을 배우고 싶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또 '의미를 파고드는 순간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이 희생될지도 모른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그녀가 가장 전하고 싶은 말들은 - 아이러니하게도 - 말로 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상대에게도 단어가 아닌 그 무언가로 자신에 대한 마음을 말해주기를 희망하죠.



구슬픈 흥겨움, 보사노바(Bossanova)

 단어(words)로써 우리들의 마음을 전부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한편으론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제법 외롭고 쓸쓸한 일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타인에게 온전히 정확하게 전달할 방법은 결국 없다는 언어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점에서 말이에요. 그래서 이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면 분명 지금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해있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음악은 어딘가 건조하고 디스토피아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그런 음악적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바로 곡 전체를 이끌어가는 보사노바 패턴이에요. 노래가 시작되면 맑고 정갈한 드럼의 스네어 림샷이 중심을 잡고, 통기타가 보사노바 패턴의 베이스 라인을 중심으로 잔잔한 컴핑을 채워 넣습니다. 무엇보다 양쪽 귀에서 번갈아 나오는 셰이커 소리가 마일드한 브라질 라틴 사운드를 완성시켜주어요. 코러스 파트에서는 콘트라베이스가 등장하고 옅게 깔린 목관 및 현악기가 중후함을 더해주기도 하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습니다.

 보사노바는 누구나 쉽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편안한 장르이죠. 살랑살랑 몸을 흔들게 만드는 나른한 속도감에, 몽롱한 악기와 보컬 음색이 더해져서 물 위를 둥둥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어딘가 구슬프면서도 무겁지 않고, 리드미컬하면서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In a manner of speaking'의 내용이 지닌 사랑과 그 안의 피할 수 없는 공허함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것 같아요.



Nouvelle Vague의 의미와 쓰임에 관하여

 Nouvelle Vague는 '새로운 물결', 이른바 프렌치 뉴웨이브(French New Wave)란 뜻으로 195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기존의 영화 산업에 대한 반동으로 새롭게 형성된 영화 운동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누벨바그 시대를 이끈 대표적인 영화감독에는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 알렝 레네(Alain Resnais) 등이 있는데요. 각자의 성향은 조금씩 다르나 작가주의 성향과 기술 및 편집상의 혁신을 추구했다는 점에는 공통적입니다.

 그렇다면  사실이 2003년에 결성된 밴드 Nouvelle Vauge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프랑스의 누벨바그 운동은 영화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1970년대 미국 음악계도 마찬가지였죠. 당시 펑크 이후의 새로운 록을 통틀어 부를 적절한 단어로 '뉴웨이브' 채택되었고,  스타일을 2000년대에 이르러 빈티지하게 계승한 그룹이 바로 Nouvelle Vague입니다. 마크 콜린(Marc Collin) 올리버 리보(Oliver Libaux) 이루어진  프로젝트 듀오는 여러 국적의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섭외하여 활동하였는데요. 알고 보니 앨범 [Nouvelle Vague]  아니라 그들의 모든 작품들이 1960-70년대의 밴드 음악을 라운지 보사노바  클럽 재즈로 편곡한 리메이크였습니다.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분명 같은 곡임에도 Nouvelle Vauge 특유의 감각적인 색채와 매력적인 분위기가 분명 존재한다고 느낄  있을 거예요. 전혀 서로 다른 곡들을 자신만의 것으로 엮어낸 [Nouvelle Vauge] Nouvelle Vauge만의 음악적 재해석 능력과  정리된 톤앤매너를 엿볼  있는 앨범이에요.

 오늘날에 누벨바그 혹은 뉴웨이브라는 단어는 과거의 시대상에 얽매이지 않고 예술 전반에서 기존의 형식에 대항하는 모든 새로운 시도 및 혁신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쓰이곤 합니다.

 

 

끝으로

 Nouvelle Vague 밴드의 매력은 나른한 보사노바와 펑크 풍의 음악, 몽환적인 보컬의 음색, 말을 건네는 듯한 솔직한 가사,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화요일 밤의 한산한 펍 같은 음악입니다. 제 취향에 맞는 같은 앨범의 'This is not a love song', 'Marian', 'Making plans for Nigel' 등 다른 음악들도 함께 추천하니 들어보세요!



+ 추가 링크 1. 원곡 Tuxedomoon - In a Manner of Speaking 감상하기




## 이 주의 스토리 : 영화

 프랑수아 트뤼포의 <쥴 앤 짐 Jules and Jim>

 사랑이란 오롯이 그 존재를 감당해내는 것. 바꾸지 않고 있는 그대로.
- 어느 일반인의 영화 리뷰란에서 발췌

 사랑은 일종의 균형 상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 도덕 시간에 '사랑의 삼각형 이론'이라고 불리는 이상적인 사랑의 조건에 관해 배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이론도 필요 없었을 거예요.

 때는 바야흐로 1차 세계대전 및 1900년대 초, 쥴과 짐 그리고 그들의 우정 앞에 나타난 카트린이 있습니다. 서로를 만난 세 사람은 일반적인 의미의 사랑을 거부하고 각자가 자신이 추구하는 사랑의 형태를 찾아 무모한 모험에 뛰어듭니다. 그 모험은 처음엔 잔잔한 물결처럼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각자의 운명을 뒤흔들 만큼 길고 큰 파도가 되죠. 세 사람의 모습은 때로 너무 순수해서 서늘한 감정이 들 정도입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감정이라도 오롯이 소화해내는 쥴, 진정한 사랑의 감정은 순간에만 존재한다고 믿는 카트린, 그리고 그들 사이 어딘가에 끼여 방황하기만 하는 짐. 이토록 어지러운 사랑, 인생의 소용돌이 끝에서 과연 진정한 사랑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랑의 균형이 결국 이상일뿐이라면, 저는 어떤 법칙에 기대어 그 상태에 도달해 가야만 하는 걸까요?




### 이 주의 발굴 : 장소

 연남 음악 펍 '데어 데어 There There'

  2년 전 즈음 이곳에 방문했던 기억이 있어요. 연남동 거리를 정처 없이 거닐다 어느 골목에서 어둑한 조명의 뮤직 펍을 발견했습니다. 유리창 안으로 수집된 LP판과 CD들이 정갈하게 늘어선 것을 보고 이끌린 듯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게 안에는 펑크, 록, 브릿팝 장르가 흘러나왔고, 저는 아마 에델바이스 수제 밀맥주 혹은 블루문 보틀 맥주 둘 중 하나를 마셨을 거예요. 지긋이 대화를 나누기엔 음악 소리가 다소 크지만, 그렇다고 많은 사람이 한데 모일 만한 곳은 아니기에 적당히 여유로운 느낌의 뮤직 펍이었어요. 그때 여기 가끔씩 와도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마치 Nouvelle Vague의 음악처럼 말이에요.




글 한시하

202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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