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작가 Jun 29. 2024

수학여행 대소동

10년의 기다림, 첫사랑 엔딩 2

https://brunch.co.kr/@wjdgneld/14

<10년의 기다림, 첫사랑엔딩 1> 14살 첫사랑 요약:

중학교 1학년, 새하얀 얼굴에 반짝이는 눈.

당시 유행하던 인소의 주인공처럼 생긴 도현을 발견했다.

그는 말수가 없없지만 반에서 왕따 당하던 아이를 챙겨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잘 나가는 여자애들에겐 차갑게 철벽을 쳤다.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아 그저 여자에 관심이 없었던 도현이지만,

그런 도현이 눈이 더럽게 높다고 단단히 오해했던 나.



<2화, 수학여행 대소동>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학여행이 시작됐다.

단짝 친구와 버스에 앉아 과자를 까먹으며 도착한 숙소는,

특이하게도 여러 개의 독채로 나누어져 있었다.


일정을 마친 저녁의 자유시간,

숙소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던 나를 누군가 찾았다.


남자아이들 몇 명이 과자가 잔뜩 든 봉지를 들고

여학생 숙소로 찾아온 것이다.


그중엔 도현의 얼굴도 보였다.

'나를 찾았다고?'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

나에게 과자를 건네며 말했다.


도현이가?

아니.

키 크고 까불거리던 남학생이었다.


"오~ 뭐야!"

친구들이 웅성거렸고,

이런 것을 처음 받아보았던 나는

빨개진 얼굴을 숨기려

고맙단 말과 함께 후딱 봉투를 받아 들고

방으로 뛰어왔다.


순간, 나를 찾아온 남학생이 도현이길 은근히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생각 없이 웃으며

까불거리던 남학생이 내게 과자를 건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고,

내 마음은 너무나도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나의 짧았던 애증의 첫사랑은 그날로 막을 내렸다.


<도현 시점>


중학교 1학년.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고 노는 것이 좋을 나이지만

나는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았다.

타지에서 전학을 늦게 왔고 중학교에 입학해서 반에 들어갔을 때는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새로 전학 와보니 여자애들이 나를 보고 잘생겼다고 했다.

여자애들이 먼저 말도 걸고 먹을 것도 주었지만,

무언가를 받으면 돌려주어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받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좀 싹수없다고 생각하는 애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옆에 앉은 여자애 서아가

나에게 치열이 엉망진창이라며 교정을 해보라고 했다.

물론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은 안 했지만

나보고 외모가 엉망진창이라고 표현한 여자애는

얘가 처음이라서 기억 속에 강렬히 자리 잡았다


그 당시의 나는 남들에게 큰 관심이 없어서

우리 반에 누가 있었는지도 기억이 흐릿하지만

서아의 모습만은 왜인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서아가 주로 신던 남색 반스 신발마저.

이성에 눈을 뜨기 전이지만 나도 모르게 좋아하는 마음이었을까?


서아는 남들과 다른 특이한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길이는 중간정도에 완벽한 생머리로

항상 볼을 따라 머리카락들이 삼각김밥처럼 붙어있었다.


서아는 조용한 모범생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노는 아이도 아니었다.

항상 같이 다니는 지유라는 여자애랑만 놀았다.

몇몇 짓궂은 남자 애들이 장난치기도 했지만

반응이 썩 좋지 않아 다들 건드리다가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여행의 날이 왔다.

남, 여 숙소가 따로 배정되었다.

내 방에는 우리 반에서 가장 키 크고, 말 많은 현준이가 있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이런 환경에서 하루를 자는 것은 고문이었다.


체념하고 구석에 짐을 푸는데, 현준이가 하는 말이 귀에 맴돌았다.

"야, 솔직히 우리 반에서 한서아가 제일 이쁘지 않냐?"

"한서아?"

"오~ 조현준! 뭐야~"

한서아? 내 외모가 엉망진창이라고 했던 한서아?


애써 무시하고 짐을 마저 푸려는데,

내 귀는 어째서인지 그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따 편의점 가서 맛있는 과자 좀 사서

친구들이랑 나눠먹으라고 주고 와야겠다."

"오~ 과자로 점수 좀 따보시겠다?"

"친구들까지 챙기는데 좀 괜찮지 않냐?"


나는 현준이와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짐을 풀던 것을 멈추고 따라나섰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몸이 움직였다.

현준이는 편의점에 가는 내내 서아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것이 왠지 모르게 거슬렸다.


현준이는 신이 나서 과자를 이것저것 잔뜩 사들고 여학생 숙소로 향했다.

나는 거의 100프로 확신했다.

이런 유치한 짓을 서아가 싫어할 것이라는 것을.


"서아야! 남자애들이 너 찾아!"

잠시 뒤에 서아가 나왔다. 교복에선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모습의 사복차림으로.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

현준이는 웃으며 과자를 건넸고, 주변 아이들은 환호성을 피우며 난리가 났다.

서아는 이런 것 싫어한다니까.


그런데 서아는,

고맙다고 하며,

얼굴까지 빨개져서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현준이는 승리를 자축하며 숙소로 돌아왔고.

같이 간 아이들도 흥분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서아와는 다른 반이 되었다.

잊고 지내다 복도에서 웃으며 지나가는 서아를 보았다.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다.

삼각김밥 머리 말고,

이제는 파마를 한 상태로 학교 체육복을 입고 걸어가고 있었다.

같이 노는 무리도 조금 변한 것 같다.

조용한 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복도에서 시끄럽게 떠들면서 지나갔다.

그것이 중학교에서 서아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대치동에서 우연히 마주치기 전까지,


<2024년, 서아>

도현 시점은 도현이가 직접 작성했다

벌써 까마득한 13년 전 중학교 1학년,

도현이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다음 이야기: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서>

*라이킷과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14살, 첫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