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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적 허영심 Sep 10. 2019

생애 처음으로 작품을 구매한 경험

내가 작품 구매를 한 이유

내가 작품 구매를 한 이유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2019 ASYAAF_아시아프' 예술 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이 전시는 만 35세 이하 젊은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무대이다.


작품 구매의 첫 순간


  작년에 지인을 통해 이 전시에 대해 알게 된 후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ASYAAF에 방문할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작품 구매를 그 자리에서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시 개최 첫 주말 방문한 전시장에는 수 백 미터에 달하는 나선형의 긴 경사로에 수많은 작품들이 자신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내가 보기에도 저마다의 독특한 생각과 작업방식이 느껴졌다. 얼른 가까이 가서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순간 운이 좋게도 '아티스트 도슨트 투어'가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다른 미술관에서와는 달리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혼자만의 감상은 잠시 미루고 안내자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경사로를 따라 오르며 형형색색의 작품들을 지나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작품 앞에 도착했다. 작가의 목소리는 긴장감과 동시에 한없는 즐거움이 느껴졌다. 그 열정과 행복함이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할 정도이다. 

  작가를 이해하게 되니 작품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되고 더욱 풍부한 감상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작품을 더욱더 즐길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 이렇게 글을 쓰지 마음먹은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도슨트 투어를 마치고 작품 감상을 위해 처음 지점으로 돌아내려 왔다. 방 한쪽 벽만 한 흰 바탕의 부스마다 작가들의 작품 2~3점이 걸려 있다. 이미 몇몇 작품들은 팔렸다는 표시로 작품 설명이 쓰여있는 '캡션'에 빨간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내가 마음속으로 찍어놓은 작품들 몇 점에도 이미 그 스티커가 붙어있어 중요한 기회를 놓친 것 마냥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역시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에게선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조금은 덜 다듬어졌지만 신선한 표현과 젊은 감성이 전해져 왔다. 조금 서둘러 보았는데도 마지막 작품까지 보는 데 2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시 보고 싶었지만 일정 때문에 그 날은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ASYAAF는 1,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지금 본 작품들은 전체 출품작의 절반일 뿐이었다. 2부가 남아있으니 아쉬움을 뒤로하고 관람을 마쳤다.



  몇 주 뒤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은 꼭 구매하자 마음먹고 평일 회사에 연차를 내고 ASYAAF 2부에 방문했다. 작품을 구매할 기회를 뺏기지 않기 위해 2부 개막 초기에 방문한 것이다.

  1부를 관람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작품을 사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작품을 보니 그동안의 전시에서와 다른 관점으로 전시를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을 집에 놓는다면 어디에 두는 게 좋을지 또 공간의 분위기는 어떻게 변할지를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는 제목 아래에 작게 쓰인 가격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었다. 가격은 주로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에 분포해 있었다. 일반적인 갤러리와는 달리 ASYAAF는 판매하는 그림들의 수입 모두가 작가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작품을 팔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하다. 그렇다곤 해도 역시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작가의 수고와 정성에 비하면 합리적인 액수라고 생각된다.


  비탈진 전시장을 전시장을 계속해서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작품 후보를 몇 점 선택했다. 구매할 작품 선택을 위해 작품 감상과 구매를 돕는 학생 아트 매니저 (SAM_Student Art Manager)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구매한 작품은 2점. 수백 점의 작품 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정한 것이다. 구매 신청서를 작성하고 작품값을 지불했으나 내손에 아직 들어오지 않으니 작품 구매가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작품은 전시시간 종료 후 작가를 직접 만나 작품을 전달받게 된다. 아직 2주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작가를 만나 작품을 수령하면서 이야기 나눈 경험은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나는 왜 작품을 구매했을까?


오래 두고 보아도 새롭고, 긍정적인 영향과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이 곳에서 딱 한 점의 작품을 산다면 어떤 작품을 선택할 것이고 또 그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라. 어느 글에서 알게 된 이 방식은 내가 작품을 관람하는 관점 중 하나가 되었다. ASYAAF에서 구매한 작품은 내 책상 옆에서 나에게 즐거움과 에너지를 주고 있다.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일 때나 의욕이 나지 않을 때 시선을 그곳에 두는 것 만으로도 한 번 더 열심히 해보자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다음에 구매할 작품은 나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작품으로 고르고 싶다.


  작품은 작가에게서 타인에게 옮겨갔을 때 진정한 빛을 낸다고 생각한다. 판매되는 그 순간부터 작품의 삶은 시작이 되는 것이다. 작품에 담긴 생각들이 시간과 함께 누적되어 그 풍미가 더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자는 작품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추후 가치가 높아져 더 높은 값으로 팔 수 있을 순간을 위함이다. 그것은 건강한 방식이 아니며 작가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이제 시작되려 한 작품의 삶이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박제되어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적, 경제적으로 작가들을 지원하는 도움이 될 수 있다.


   ASYAAF에서 도슨트를 맡아주신 한 작가는 이번에 출품작가로 선정되지 않는다면 작품 활동을 그만 둘 생각도 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작가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아마도 나는 작업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품 판매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이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어려운 현실적 상황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지속해나갈 심리적 응원군을 얻게 된 것이다.


  요새는 미술을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 후에 작가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작가 활동은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것도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판매하는 것은 작가가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게 해주는 현실적이면서도 중요한 과정이다. 오죽하면 다른 일로 돈을 벌어서 작업을 이어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그렇다고 해서 작가를 연민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의 즐거움과 나의 즐거움이 더욱 풍부해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글에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2740163&memberNo=856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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