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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용이랑 conmigoYY Aug 09. 2020

마유코와 빌바오 동네 한 바퀴

2017년 9월 1일.

우리와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며 그곳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교환학생 생활,
같은 도시로 온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룸메이트 성민이가 알고 지낸 일본인 친구가 우리와 똑같이 빌바오로 교환학생을 갔다는 같은 학과 친구

마유코(真由子)소개해주었다. 나름 인생 외국인 친구를 만나러 가려니 두근두근 가슴이 떨려왔다.


모유아 광장의 화단은 알록달록한 꽃들로 항상 채워져 있다

빌바오의 중심가 Moyua 광장에서 만난 마유코는 첫 만남인데도 어딘가 친근함이 느껴졌다. 

이것이 타국에서 느끼는 동양인끼리의 유대감일까(!)

원어민급으로 일본어를 잘하는 성민이와는 달리 나는 중학생 때 즐겨봤던 애니메이션으로 겨우 입만 뗄 수 있었다. 물론 영어로 대화할 수 있었지만, 서로 의미와 느낌이 잘 통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하고 싶었다.

만화에 나온 대사로 배운 일본어 표현을 있는 대로 구사하자, 마유코는 내 말투가 옛날 사람 같다며 마구 웃었다.

릿쿄 대학교에서 빌바오로 교환학생 온 마유코

마유코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까스코 비에호 거리 남쪽까지 걸어 내려왔다. San Anton 교회가 인접해있는 가운데, 깔끔한 중앙 마켓 Mercado de la Ribera먹을거리를 팔지 않을까 해서 들어갔다.

다리 건너편에서 본 산 안톤 교회와 리베라 마켓

리베라 마켓은 마치 백화점 지하의 푸드코드와 홀푸드 마켓을 연상시켰다.

1층에 자리한 식당에서 여러 가지 음식들이 우리의 눈과 코를 자극했다. 그밖에 와인식초나 올리브유 등 가공품을 팔고 있었다. 2층에서는 재래시장처럼 아침 일찍부터 육류와 생선, 야채 등을 판다고 한다.

배가 고픈 나머지 입구 바로 앞의 핀초바에서 여러 가지 핀초와 맥주를 시켜서 나눠먹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리베라 마켓의 닭꼬치 핀초와 하몽 샌드위치. 핀초의 가격은 시중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다

배부르게 점심 식사를 하고 바로 앞에 있는 정거장에서 트램을 타고 빌바오의 대표 명소인 구겐하임 미술관까지 갔다. 집 근처나 자주 가는 곳에 트램 정거장이 없었던 나는 빌바오에서 지낸 6개월 동안 트램을 탄 적이 손에 꼽는다.

언젠가 천천히 달리는 트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며 하루 종일 있어볼걸 지금에서야 아쉬움이 남는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재단에서 설립한 현대미술관이다.

빛나는 철판이 입혀진 거대한 배를 연상시키는 곡선의 건축 디자인이 특징인데, 이러한 실험적인 디자인은 이후에 우리나라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빌바오의 랜드마크가 된 데에는 독특한 외관도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은 스토리가 있다. 

한때 철강업이 주요 업이었던 빌바오의 경제가 점점 쇠퇴하고 도시의 환경오염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는데, 유려하게 지어진 구겐하임 미술관을 중심으로 일대를 도시재생 및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조성하면서 경제가 되살아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앞뒤로 있는 꽃이 뒤덮여진 알록달록한 강아지상과 세계 곳곳에 설치된 'Maman(어머니)'라는 이름의 유명한 거미동상 또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날씨가 좋아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시작으로 관광 명소 개발과 환경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도시재생 사업에 성공한 빌바오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깔끔한 산책로를 걸어보니 빌바오 사람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바로 건너편에 있는 빌바오의 또 다른 대학교 Deusto

미술관 근처에 있는 백화점 Zubiarte에서 잠깐의 아이쇼핑까지 하고 마유코와 헤어졌다. 다음에 만날 때는 같이 사는 다른 친구들도 소개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저번 Semana Grande 축제 이후로 제대로 빌바오 구경을 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알찼던 이번 나들이는 새로운 친구와 함께해서 더 뜻깊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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