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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보니 사업가 Dec 07. 2020

긍정적으로 백수를 선택하다

28살, 계획 없이 사업을 결심하고 퇴사하기로 했습니다.

 2020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백수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회사에서 했던 일도 일반 영업직이라 아직 아무런 전문 스킬도 없어요. 남들보다 잘하는 건 일본어 하나뿐일까요. 대신 그 흔한 영어는 일상 회화도 아직 어렵습니다.

 집이 넉넉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제가 벌어서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려야 하는 입장인데 이런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저금이라곤 약 2천만 원정도, 당장 시작할 사업 아이템도 없고 사업을 위한 인맥도 아직 없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스스로도 대책 없이 저질렀구나 싶네요 :)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산뜻하고 두근거려요. 홀가분하다고 할까요. 결심을 한 저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하고 싶은 기분입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잘 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직장인이 되고 고작 2년 사이에 내면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구나. 그렇게 깨달은 순간입니다.



말이 씨가 되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사업으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신사임당 님과 자청님 같은 유튜버가 인기를 끄는 것도 그 증거가 아닐까요. 그리고 저 역시 그러한 한국 사람이고요. 2017년 때부터 언젠가 사업을 하겠다는 야망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사업 아이템을 찾아다니지는 않고, 생각과 말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구루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끄럽네요.


 그래도 신기한 게 그렇게 말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정체성에 변화가 왔나 봅니다. 그렇게 싫었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 책을 꾸역꾸역 씨름해가며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권 읽는 것도 고역이었고, 나는 책이 싫다고 사람들에게 말했었는데, 이제는 그래도 일주일에 두세 권은 읽을 수 있어요. 스스로도 독서가 취미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실 책이 사업과 직접적인 연결은 없지만요. 


 <아토믹 해빗 :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읽은 내용인데, 정체성에서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다시 정체성을 강하게 한다고 해요. 조금 변태 같지만 아직까지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해냈다는 쾌감이 있습니다. 독서 횟수에 쾌감을 느끼는 걸로 보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또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책 자체를 사랑하고 있지 않을까요.



생각과 현실의 갭



 브런치 플랫폼을 읽으시는 분이라면 대부분 저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글을 읽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때문에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은데, 자기 계발서, 특히 성공학과 관련된 책은 유독【행동】을 강조합니다. 정해진 때는 없다고,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당장 뛰어들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에요. 읽을 때마다 같은 내용에도 가슴이 뛰고, 내일이라도 당장 세상이 바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다음 날 저는 같은 시간에 회사로 가는 대중교통에 오릅니다. 제 세상은 바뀌지 않았어요.


 답답한 마음에 더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방법이라도 찾고 있었던 것 같네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추상적인 꿈만 갖고 언젠가라는 변명을 하면서 현실에서의 안정감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부끄럽게도 이 생각을 2020년 4월 즈음에 했는데, 결심을 한건 10월이었습니다. 약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망설이고 있었네요.


 

내년 이맘때, 또 같은 후회를 하고 싶은가



 평범함 속에서도 평범한 저는 매해 연말이 다가오면 올해 큰 변화를 만들지 못한 스스로에게 후회하는 시간을 갖곤 하는데요.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뒤로는 다른 젊은 창업가의 성공을 부러워하곤 했습니다. 작년, 그러니까 2019년 겨울에도 역시나 그저 회사원인 자신의 모습과 창업에 뛰어든 챌린져를 보면서 행동하지 못한 스스로를 비난하고 맥주를 시원하게 마셨던 것 같습니다. 


 올해 10월, 아니나 다를까 작년과 크게 바뀌지 않은 스스로에게 실망한 듯합니다. 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역시 뛰어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구나, 그런데 지금 나는 너무 가진 것이 없잖아. 

        통장에 돈이 조금만 더 모이고 나서 도전해도 괜찮아. 심지어 나는 지금 전문 스킬도 없어."


 그럼 내년에는?


 내년에는 바뀌어 있을까. 그럴 리가 없겠죠. 내년 이맘때도 같은 후회를 반복하고 있을게 뻔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삶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 뻔한 미래를 향해서 살아가기는 싫었어요. 그런 삶이 행복할리 없잖아요. 


 그 결과 입니다만, 우선은 지금의 환경을 부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에 대한 통제권부터 찾아온 뒤에 조금씩 행동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저금, 스킬, 불안 등 그 어떤 것도 이유로 삼지 않기 위해서 지금 바로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많은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아무 말 않고 열심히 하라고, 믿는다고 등을 밀어주신 부모님과 멀쩡한 직장을 버리고 나오는 것을 이해해준 여자 친구에게 감사해요. 아무래도 저는 인복이 넘치는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언제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 시행착오와 생각을 조금씩 써 볼까 합니다. 혹시 같은 꿈을 향해 먼저 걸어가신 분이나 앞으로 걸어갈 예정이신 분이 계시다면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생각을 주욱 늘여 쓴 글이라 얕은 내용이지만,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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