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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문 Jul 24. 2019

온작품 수업-어떻게 수업할까?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하여 주로 ‘슬로우 리딩’ 방식을 선택하였다. 슬로우 리딩은 일본에서 한 국어 선생님이 ‘은수저’라는 책으로 3년간 국어 수업을 한 사례가 화제가 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전해진 독서 교육 방법이다. 매주 2시간씩 온작품 수업 시간을 편성하고 조금씩 읽어나가며 공부했다. 읽고 나서 진행했던 수업 방법들을 소개한다.     


⓵ 미술과 연극 활동

  책의 내용을 미술 작품이나 연극으로 표현해보는 방법이다. 표현할 장면은 내가 주요 장면을 정해 주거나,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게 했다. 여러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면서 다시 한번 책을 살펴보고 자신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수업과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었다. 사람은 감각을 이용하여 직접 체험했을 때 그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미술 활동

  아이들이 책의 내용을 직접 그려 보거나 만들어 보면서 수업하는 방법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슬픈 나막신’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쿄 공습 장면이 등장한다. 미술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만들기 활동과 연계하여 활동하였다. 아이들이 장면을 선택하고 배경을 그리고 등장인물을 클레이로 만들었다. 이어서 동작과 장면을 하나하나 움직이면서 촬영하고, 촬영한 사진들을 이어서 플레이하며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그림 그리기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장 쉽고 간단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다. 책에 그림으로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을 중심으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그리면서 내용을 표현해 볼 수 있다. 미술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림은 10분 동안 그리도록 했다. 실물 화상기로 서로의 작품을 함께 보면서 어떤 장면을 그렸는지, 같은 장면을 어떻게 표현하였는지 묻고 이야기 나눴다.      


•연극

  책의 내용을 직접 연극으로 만들어 보는 활동이다. 연극은 종합 예술이고 많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참여한다. 시간을 짧게 주고 간단하게 만들 수도 있고 여러 시간에 걸쳐 준비할 수도 있다. 연극 활동을 할 때는 ‘대사까지 넣어서 표현하기, 대사 없이 움직임만으로 표현하기, 정지동작으로 만들기’와 같은 방법으로 수업하였다. 5~6시간 동안 대본을 직접 쓰고 배경과 등장인물을 만들어서 인형극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황순원의 ‘소나기’를 네 부분으로 나누어 정지 동작을 만들었을 때 한 아이가 자신의 한쪽 다리를 옆으로 들고 손으로 잡고 있었다. 그리고 다리 아래 아이들 두 명이 들어가 앉았다. 주인공들이 비를 피하는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어린 왕자’와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는 인형극으로 만들었다. 배경을 만들어 붙이고 대사와 등장인물 인형, 소품을 준비했다. 검은 암막 천을 무대로 해서 아이들은 인형과 소품을 들어 보이며 활동했는데, 저학년 동생들을 교실로 초대하여 공연한 적도 있다.

  모둠별로 연극을 만들 때는 준비 시간 중에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참여를 제대로 안 하거나 자신의 고집만을 피우는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서로 바라는 점을 듣고 나서 양보할 수 있는 부분,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 등을 같이 이야기하며 참여와 활동을 유도했다.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함께 생각했는데, 끝까지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은 모둠은 발표를 하지 않고 친구들의 작품을 감상만 한 경우도 있었다.       


⓶ 내용 확인

  책에서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이해를 못하거나 놓칠 수 있는 내용들을 익히는 활동이다. 먼저 퀴즈로 진행할 수 있다. 내가 문제를 읽어 주거나 활동지에 제시하면 아이들이 각자 답을 쓰고 확인하였다. 책의 분량이 많으면 문제 앞이나 뒤에 관련 페이지를 적어 주고, 주인공의 정확한 이름, 중요한 지역의 명칭, 기억해야 할 사건, 행동과 대사의 이유 등을 중심으로 공부했다.

  아이들이 모르는 단어이지만 사전을 찾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설명을 해주거나 사진으로 보여 주었다. 예를 들어 책에서 ‘서까래’라는 단어가 나오면 사진을 미리 준비하거나 바로 이미지를 검색하여 함께 보면서 알려주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배경지식을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다. 슬픈 나막신에서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을 공습하는 장면을 읽을 때는 당시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 주면서 시대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⓷ 생각 나누기

  온 작품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기 여기는 활동이다. 주로 토의와 토론을 통해 진행하였는데 우선 내가 질문을 던지고 각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질문을 던질 때는 활동지에 질문을 적어 줄 수 있고 칠판에 질문을 써줄 수도 있다. 모둠 친구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친구들의 의견을 연결 지으며, 다시 한번 읽어야 하는 부분을 짚어 주면서 아이들을 도와주었다. 예를 들어 “정수는 이렇게 생각했구나. 동의하거나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 있나요? 생각을 더 보충해 줄 사람 있을까요? 혹시 다른 생각 있는 사람 이야기해줄래요?”라고 물으며 수업을 진행하였다. 끝까지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교사나 친구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질문마다 생각한 시간을 충분하게 주고 평소 발표를 잘하지 않는 학생들도 적은 것을 한번 읽어 달라고 부탁하며 수업에 참여시켰다.      

  이 활동에서는 아이들의 많은 생각과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이 중요하다. 다음은 수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몇몇 순간이다.          


•어린 왕자 

  22시간 동안 어린 왕자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위하여 선택한 방법은 인간이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린 왕자가 그 방법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아이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쏟아 냈고, 수업을 마치면서는 다음과 같은 말들을 남겼다.

-너의 꽃에게 돌아간 걸 축하해. 양이 꽃을 먹지 않길 바라.

-어린 왕자야 양은 꽃을 먹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꽃은 맛이 없을 거야

-별에는 잘 돌아갔니? 왜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거니 

-운석 하나만 가지고와. 살아 있다면 그냥 던지면 돼.

-돌아갈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지 그랬어. 혹시 별에 돌아갔으면 양이 꽃은 먹지 않았니?

-어린 왕자야 혹시 조종사와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니면 지구에 다시 돌아왔다면, 슬퍼하고 있을 조종사에게 돌아왔다고 한마디만 해줘

-저 수많은 별들 중에 어린 왕자의 별은 안 보이는구나. 다시 와서 대화를 걸어주길…….

-어린 왕자야~별로 잘 돌아갔니? 난 네가 너의 별로 돌아갔다고 믿어~ 꽃은 어떠니? 양이 꽃을 먹진 않았지? 네가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리는 말을 했었지? 맞는 말이야~ 나도 그 소중함을 찾고 싶어... 좋은 말을 해주어서 고마워~!

-읽으면서 생각하는 게 커지는 거 같아. 그러면서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아직 별에서 장미랑 잘 있는지 궁금해.     


• 슬픈 나막신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한국인을 무시하고 한국 아이를 때린 일본인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린 한국인에 대한 자기 생각 이야기하기. 대다수의 아이들이 일본 사람이 먼저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주먹을 휘두른 행동도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민족의 자존심을 지킨 건 잘한 일이지만, 폭력을 휘두르고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 잘못한 행동이다.’ 순간 나를 비롯한 아이들 모두 조용해졌다.      


• 마당을 나온 암탉

  마지막 시간에 주인공 잎싹의 행동과 대사 중 인상적인 부분들을 골라서 다 함께 소리 내어 다시 읽었다. 그러고 나서 떠오르는 생각을 아이들 모두 돌아가면서 이야기했다. 교실에서 가장 말썽을 많이 피우던 한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엄마는 위대하다’라고 말했다.          


  나중에는 아이들이 질문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보게 했다. 스스로 ‘인상 깊은 장면, 궁금한 점, 더 알고 싶은 점,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들을 고민하고 찾으면서 더 많은 참여와 생각을 끌어낼 수 있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책 자체를 좋아하고 책을 항상 가까이에 둘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굳이 여러 가지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실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자신의 감상과 이해 위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더하면서 작품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과 교사들이 온작품 수업을 통해 책을 더 ‘즐겁고 넓고, 깊게’ 읽는 경험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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