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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문 Jul 24. 2019

2018 교실일기

• 2018년 3월 18일

  2018년 5학년 이름은 '고목'이다. '고목처럼 단단하고 목도리처럼 따뜻한 반'이란 뜻이다. 아이들이 정했다. 출발이 좋다.

  5학년을 시작하면서 '나'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에 대한 뇌구조 그리기, 마인드맵 그리기, 소개하는 글쓰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였다. 마인드맵 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썼는데 내가 예시를 들어 설명한 덕분에 글들이 다 비슷했다. 

  앞으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약속으로 정하고 포스터를 그렸다.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배려하며 이야기하는 태도와 자세에 대하여 꽤 많은 대화를 나누고 친절하게 말하는 자세를 직접 실천해 보면서 학기 초를 보냈고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이야기한 약속은 '서로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말자, 귓속말 하지 말자, 친절하게 대하자, 사이좋게 대하자, 뒷 담화 하지 말자, 고운 말을 사용하자, 도와주자, 경청하자, 칭찬하고 사과하자, 끼어들지 말자'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에게 바라는 점에는 '체육을 많이 해주세요, 숙제를 조금 내주세요, 재미있게 수업해주세요, 재미있게 웃겨 주세요.'와 같은 것들이 있었다. 순간 '개그맨이 되어야 하나' 라는 고민을 잠깐 했다.  

  첫 온작품 책은 '어린이를 위한 비폭력 대화'이다. 일상에서 겪었을 법한 사례를 중심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제시된 책이다.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거나 궁금한 점을 밑줄 긋고 대화를 나눴다. 책에 나와 있는 <호흡을 하며 자신의 몸과 감정에 집중하기, 서로 허리를 잡고 부드럽게 몸을 움직여 보기> 활동도 함께 진행 했다. 여러 아이들이 색다른 책을 읽는다고 재미있어 했다. 

  국어 시간에 그동안 나와 공부했던 학생들이 쓴 시를 읽어주고, 아이들이 직접 시집을 선택하여 시를 읽고 자신만의 시집을 만들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친구관계에 관한 시를 읽고 나서 생각을 나누고 또래들이 쓴 시를 다시 읽은 후에 경험을 살려 시를 써봤다. 아이들이 참 실감나고 재미있게 써서 기분이 좋았다. 

  수학은 이전 학년 내용들을 복습하면서 2단원 직육면체부터 공부하고 있다. 5학년 때 배우는 약수와 배수, 약분과 통분은 앞으로 아이들이 수학을 공부하면서 정말 중요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내 영혼을 걸고 지도할 생각이다.

  체육시간에는 잡기 놀이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모둠별 잡기 놀이, 전체 잡기 놀이, 좀비 게임, 상어 게임 등 온갖 잡기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헉헉 거리는 모습이 날 기쁘게 하였다. 너무나 신난 나머지 나도 함께 덩달아 뛰고 달리다가 허리와 무릎이 아파서 마음이 울적해졌다.      


• 2018년 4월 4일

  뒷산에 올랐다. '우리 산에 가서 뭐할래?'라는 나의 질문에 '아지트 만들어요, 내 나무 잘 있나 살펴봐요,'등 온갖 순수하고 아름다운 의견들이 쏟아졌다. ‘애들이 4학년에서 올라온지 얼마 안 되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시간에 공부하는 직육면체와 연계하여 인형 만들기, 필통이나 연필꽂이 같은 생활용품 만들기 활동을 하였다. 자신들이 전개도도 직접 그리면서 알차게 수업했다. 모 학생이 '왜 미술 시간이 수학 시간 같지?'라고 혼자 중얼 거렸다. 녀석. 나의 의도를 눈치 챘구나.

  비폭력 대화 책을 읽으면서 '고민 나누기 활동을 하였다.' 자신의 고민을 익명으로 적어서 상자에 넣고 내가 무작위로 뽑아서 고민을 읽어 주면 아이들이 해결방안을 말해주는 시간이었다. (‘고민이 없다’라는 의견이 무려 5명~6명은 되었다.) 기억에 남는 Q&A들.     


Q1. 영어 숙제가 너무 힘들어요.

A1. 계획을 세워 하세요. 힘들어도 즐겨보세요.     


Q2. 친구가 나를 피하는 것 같아요.

A2. 먼저 친절하게 다가가세요. 나를 피하는지 직접 물어봐요.     


Q3. 놀면서 친구들과 서로 부딪혀서 불편하고 아파요.

A3. 한발 뒤로 물러나서 노세요. 서로 조심해요.     


Q4. 영어를 읽고 듣고 말하는 건 중요한데 쓸 필요까지 있을까요

A4. 외국 나가면 써야 할 일이 있을 겁니다. 써야지 정확히 알 수 있어요.   

  

Q5.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고민이에요.

Q5. 내가 요리를 해서 함께 먹어요.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드려요. 

     각자 따로 따로 이야기하면서 공감해주고 그래도 화해하라고 설득해요.


아아. 애들아.     


• 2018년 5월 12일

  온작품 수업 시간에 비폭력 대화 책을 마무리 하면서 차분한 음악을 들으며 주변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 부모님, 가족 등을 생각하며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소감을 나누었다. '다 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하면서 기분이 좋았다'라는 이야기와 '그 사람들한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부모님들이 힘들게 일하시는데 죄송하다.'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그렇게 훈훈하게 비폭력 대화를 나눈 우리들은 요즘 권정생 선생님과 함께 바닷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한 아이가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은 다 너무 슬프다'라고 하기에, 슬픈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던 그분의 삶에 대하여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다시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분단과 전쟁에 관한 내용이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고 여러 아이들이 활발하게 질문하며 대화 나눈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역사적 사실들을 열심히 이야기해 주었는데 분단의 과정과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 대하여 많은 아이들이 어이없어 했다.   

  전통놀이 선생님들이 오셔서 다양한 방법의 실뜨기를 가르쳐 주셨다. 선생님의 실뜨기로 이야기를 만드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덕분에 대부분의 많은 아이들이 즐겁게 실뜨기를 배우고 나누면서 함께 어울렸다. 마지막에는 선생님께서 '여기 5학년 친구들은 서로 알려주고 활동하는 모습이 참 훌륭하다'라는 놀라운 말씀까지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 2018년 7월 16일

  국어와 사회 시간에 종종 토론 수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했던 토론들 속 아이들 이야기.     

토론1)우리 동네를 좀 더 살기 좋게 개발해야 하는가?(환경)

-병원, 공원, 상점등 편의 시설이 있어야 한다. vs 환경을 생각해서 더 이상 개발하면 안 된다.     


토론2) 돈이 많아야 행복한가?(경제)

-돈이 많아야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즐겁고 편안하게 살아 갈 수 있으며 사람들에게 기부를 할 수 있다. vs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욕심이 더 많아지고 불안해하게 된다.      


토론3)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은 파업을 해도 되는가?(경제)

-힘들게 일하는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파업을 해야 한다, 환경 개선등 작은 요구도 들어주지 않는 회사를 대상으로는 파업을 해도 된다. vs 불법적인 파업은 벌을 받게 된다, 파업을 하면 가게나 사업장, 시민들에게 피해가 간다,     


토론4) 초등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이 필요한가?(국어)

-필요하지 않다.(담임, 귀도, 자크) vs 필요하다.(14명의 한국인 친구들)......

‘연락을 해야 한다, 검색을 해야 한다, 휴식을 취해야 한다, 사용시간을 잘 질키면 된다.’ 와 같은 아이들의 온갖 이유를 나와 귀도, 자크 셋이서 열심히 제압(?)했다. 귀도와 자크가 공부하는 이탈리아 학급에서는 24명의 학생들 중에서 3명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바닷가 아이들 온작품 수업을 마무리 하면서 책에 나와 있는 팥죽할머니 대본을 바탕으로 인형극을 준비했다. 대본 리딩을 하고, 배역을 정하고, 배경과 등장인물을 만들고, 음향효과를 입혀서 연습하고 연습했다. 유치원, 1,2,3학년 동생들을 교실로 초대해서 공연하였다. 연습부터 공연까지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학기 초에 ‘5학년 수학지도에 영혼을 걸겠다.’고 일기에 썼었는데 정말로 영혼이 날아갈 뻔했다. 아이들 수준에 비하여 기본 개념 자체가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시범보이고, 같이 이야기하고, 함께 풀고, 서로 물어보고 알려주며 공부하고 공부했다. 결론은 복습만이 살길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영혼은 함부로 걸지 말아 야겠다.)

   청소시간에는 노래를 틀어주는데 3학년 때 불렀던 ‘바람의 멜로디’가 나오니까 여러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목이 터져라 불러댔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열정적인 우리들의 5학년 여름이 흘러가고 있다.      


• 2018년 8월 1일

  사회 시간에 경제를 공부하면서 직접 상점 활동을 해보았다. 학교예산으로 팔고 싶은 물건을 사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활동이었다. 모둠별로 지급하는 돈을 다르게 하였고 학교 예산을 대출로 간주하여 이자까지 계산해서 수익을 남기는 것이 목표였다. 인터넷 쇼핑으로 직접 물건을 골라서 구입하고 판매 전략을 세우고 (시키지도 않은)마케팅 및 홍보 활동을 하면서 준비했다.

 활동 당일 점심시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손님들이 몰려 들어서 성황리에 진행 할 수 있었다. 모든 모둠들이 수익을 남겼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면서도 '힘들었다, 정신없었다, 돈을 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래 그거면 됐다.

  19 만 원 정도의 수익금이 발생하였다. 아이들과 기부할 곳을 검색해서 정하고 우리 학교와 학급 이름으로 기부 했다.

  대망의 방학식날. 1학기 마지막 온작품 책인 방학탐구 생활을 재미있게 읽고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가졌다. 책을 쓰신 작가님을 직접 교실로 모시고 질문을 하며 대화 나눴다.

'작가와 교사 중 어느 직업이 더 좋은가요, 등장인물이 실제로 누구인가요, 왜 주인공은 엄마가 없나요, 글을 쓰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책을 쓰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실제로도 모험을 떠나고 싶은가요?'등 아이들이 예상보다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고 작가님은 성심 성의껏 답변해 주셨다. 대화를 마치고 작가님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1학기와 작별.

  방학 중이지만 한 학생으로 부터 수학 문제 푸는 방법을 물어보는 연락을 받았다. 문득 아이들이 이 뜨거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다들 다치지 말고 지치지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면 좋겠다.     

• 2018년 8월 31일

  개학을 하고 나서도 더위는 계속되었다. 태풍도 오고 비도 많이 내렸다. 그래도 우리는 학교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2학기 체육은 이어 달리기로 시작하였다. 아이들의 달리기 실력을 반영하여 조를 짜고, 뛰는 순서는 본인들끼리 정했다. 자신이 누구랑 뛰는지는 뛰기 직전에 알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분위기 속에서 달렸다.

  사회시간에 역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먼저 각자 살아오면서 즐겁고 기뻤던 일, 슬프고 힘들었던 일을 떠올려 봤다. 그러고 나서 많은 친구들의 공감을 얻은 일이나, 겪은 일중 비슷한 일들을 이야기 나눴다. 친구들의 입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에 많은 아이들이 나도 그런 적이 있다며 흥분해댔다. 역사란 이처럼 사람들이 겪은 일 중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일들의 기록이라는 대화를 나눴다. 본격적인 공부는 다음 주 부터 시작된다. 미술, 체육과도 연계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볼 계획이다.  

  수학은 2단원 도형의 합동부터 공부한다. 총 여섯 개의 단원 중에서 연산 영역이 세 개 이다. 우선 연산이 아닌 단원부터 공부하면서 1학기 내용을 복습한다. 아이들도 열심히 하고 크게 어려운 내용이 없다. 덕분에 모든 아이들이 제 시간 안에 비교적 무난한 표정(?)으로 수학 익힘책까지 마쳤다.     


• 2018년 9월 21일

  사회시간에 공부하고 있는 역사는 선사 시대부터 시작한다. 교과서 내용을 공부하고 뒷산 입구로 가서 뗀석기, 간석기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굉장히 집중하여 멋진 도구들을 많이 만들었다. 맨손으로 도구를 만들어낸 인간의 위대함을 몸소 겪어본 시간이었다. 

  이후 고조선을 공부하면서 연극을 하고 삼국시대를 배우면서 고구려, 백제, 신라 피구경기를 하였다. 역사시간은 교과서를 이야기하고 정리하면서 미술, 체육, 음악, 국어처럼 다른 교과와도 연계하며 수업할 생각이다. 그런데 역사 첫 시간에 산에 갔더니 사회 시간마다 산에 가는 줄 아는 아이들이 있다.

  온작품 수업으로 <빨강연필>을 읽었는데 내용이 상당히 흥미로 워서 많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었다. 정직함의 중요성과 어려움, 거짓의 달콤함과 끈질김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았다.

  2학기 수학은  (아직까지는) 1학기 보다 편안하게 공부하고 있다. 도형의 합동과 소수의 곱셈 단원이 다른 단원에 비하여 쉬운 편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복습을 계속해서 인 것 같다. 수학문제를 몰입하여 풀면서 모르는 것을 서로 묻고, 이를 알려주는 모습이 정말 훌륭한 우리 반이다.  

  미영이가 전학을 갔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 새로운 학교에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 2018년 11월 9일

  멋진 뒷산 탐험을 끝낸 3학년에 자극을 받아 우리도 뒷산으로 향했다. 제대로 길도 나있지 않은 곳들을 여기 저기 열심히 찾아내서 올라갔다. 이제는 그만 내려가자고 목 놓아 외쳤지만 일부 타잔들은 끝도 없이 올라갔다.

  역사시간에는 통일 신라와 발해 시대를 지나서 고려시대에 들어섰다. 고려시대를 공부하기 전에 혼란스러운 신라 말기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연극을 연습하면서 교실이 혼란스러워졌다.

  요즘 우리 고목반의 수학 시간. 나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개념과 풀이 방법을 함께 익히고

각자 모르는 부분은 서로에게 물어보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훌륭하다. 특히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주어진 시간 보다 빨리 수학 익힘책의 풀이와 채점까지 끝낸다. 일부 못 푼 아이들도 있지만 풀지 못한 양이 적은 편이다. 이 멋진 모습을 학부모님들께 보여드리지 못해서 살짝 아쉽다.

  음치 선생님과 함께하는 우리반 음악 시간. 교과서 노래를 한곡 배우고 우리 학교 음악책을 펼쳤다. 수년전에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책이다. 가사와 멜로디가 눈물 날 정도로 곱고 아름다운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노래를 한번 듣고, 내가 가사를 읽어 주는데 몇몇 아이들이 키득거린다.     

나 : (이런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면서 저렇게 웃다니.) 무슨 일이니?

아이들 : 옆에 있는 노래 가사가요. 키득키득. 하하 호호     

  옆에 있는 노래 가사가 어떻다는 건가 궁금해 하며 눈길을 옮겼다.     


<제목 : 산장에서>

어느 날 산장에서 맞선을 보았는데 남자는 드라큐라 여자는 귀신이래

남자가 하는 말이 머리 좀 감으세요. 여자가 하는 말이 이빨 좀 닦으세요.

어느 날 밥상에서 맞선을 보았는데 남자는 오징어 여자는 멸치래

남자가 하는 말이 멸치도 생선이냐 여자가 하는 말이 뼈대 없는 생선이야.     

  이럴 수가. 나 역시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렇게 우리의 아름다운 음악시간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다.                             

  화이트보드에 내가 내 얼굴을 그렸더니. 몇몇 아이들이 옆에다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점차 너도 그리고 나도 그리면서 칠판에 수십 명의 내가 그려졌다. 턱수염은 왜 그렸냐면서 자기들끼리 아우성이다. 둘리에 똥에다가 난리가 났다. 아이들은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 2018년 12월 13일

  온작품 수업 시간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있다. 이번 토론 주제는 '(1) 위험하고, 배고프지만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야생오리로 살 것인가 vs (2) 안전한 환경에서 배고플 걱정은 없지만 엄마와 떨어지게 되고 날개 끝을 잘려 하늘을 날 수 없는 집오리로 살 것인가'였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가족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심오한 주제였는데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1)번을 선택하였다. 아직은 어린 우리 아이들도 훌쩍 자라서 언젠가는 부모의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한아이가 '어른이 되면 반드시 부모와 헤어져서 살아야 하느냐'란 질문을 던졌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는 안심한 듯 한 표정을 보였다.

  수학 마지막 단원 ‘여러 가지 단위’. 우리 학교 오기 전에 다른 학교에서 5학년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어렵고 힘들게 공부 했던 기억이 났다. 교과서는 재미도 없고 익히는 문제의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1a, 1ha, 1㎢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익히게 할 것 인가. 고민하고 준비하고 또 고민하고 또 준비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고민하고 준비하고 또 고민하고 또 준비했다.) 운동장에서 가로세로 10m 사각형을 만들고 바라보며 다같이 '100제곱미터는 1아르으으~~'를 외쳤다. 우리 학교 주변 지도와 마을 지도를 준비해서 더 넓은 단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넓이를 나타내는 a와 ha의 어원도 알려줬다. (이런 중요한 사실이 교과서에 없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단위를 변환 할 때는 '100'을 중심으로 하면 된다는 사실을 함께 깨우치고 연습했다. 그리고 결국 고맙게도 아이들이 단위 변환을 예상보다 잘 풀어냈다. 고맙다 애들아.

  사회시간, 역사시간. 조선 초기. ‘우리나라는 당시 강대국이었던 명나라를 큰 나라로 섬기었고, 여진, 일본과는 다툼을 벌인 후 친하게 지냈다는 내용’을 배웠다. '만약 내가 왕이었다면 어떻게 하였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 아이가 '다 같이 평화롭고 사이좋게 지내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좋은 생각이다. 우리도 교실에서  평화롭고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라는 잔소리를 안겨주었다.   

  위대하신 세종대왕님께 편지한통 쓰고 책을 읽기 위하여 도서실로 가려는데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도서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운동장으로 옮겼다. 

  체육 시간에는 하키 채를 휘두르며 하키 시합을 하고 있고 미술 시간에는 마지막 미술 활동을 위하여 미술 모둠을 만들었다. 음악 시간에 국악 선생님과 소고춤 안무를 만들 계획이고, 국어시간에는 문집 작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5학년 생활도 끝이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     


• 2019년 2월 1일

  역사 공부를 마무리하면서 인물 조사 발표 활동을 하였다. 방학동안 책을 읽고, 학교 와서 인물의 생애와 업적, 본받을 점을 정리하고 컴퓨터로 프로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친구들 앞에서 직접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세종대왕, 주시경, 유관순, 김구, 정약용등 다양한 인물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한명씩 나와서 발표하는 모습을 보며 '4학년에서 올라 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많이 컸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정들었던 6학년을 떠나보내면서 아쉬운 마음을 담아 함께 축구하고 피구하며 놀았다. 두 팀으로 나누어서 남자 축구, 남자 피구, 여자 축구, 여자 피구 경기하며 운동했다. 최종 점수 는 훈훈하게도 2:2였다.

  5학년은 6학년 졸업식 때 해야 할일이 좀 있다. 사회를 보고, 시상 보조와 지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축하 공연도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안녕'이라는 노래를 열심히 연습했다. 졸업식 때 차분하게 노래하고 선배들에게 꽃을 나누어 주며 공연을 마쳤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행복했던 1년이었다. 아이들이 6학년 가서도 동생들 잘 챙기며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1년을 건강하고 의미 있게 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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