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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Chang 주디 장 Jun 14. 2020

“Black Lives Matter!”

미국 흑인의 스토리가 왜 우리의 스토리인가, 가슴 아픈 스토리텔링

전반적인 사회 정의 구현에 관심은 있었으나 흑인 아메리칸의 (미국 흑인들은 정작 African 보다 Black을 선호한다고 한다.) 역사와 현재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던 나에게도 셀폰 비디오로 비로소 알려지게 된 일련의 사건들, 특별히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대낮에 만인이 보고 말리는 가운데 아무 저항이 없는 흑인을 콘크리트 위에 무릎으로 목을 8분 46초 짓눌러 질식사시킨 백인 경찰과 그 옆에 함께 있던 3명의 경찰이 한 소녀의 셀폰 비디오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비디오 촬영이 있고 목격자가 다수 있음을 알면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주범의 얼굴은 괴물이 아니고 일반적인, 텔레비전에서 또 길에서 자주 볼만한, 평범한 백인 남성의 얼굴이었다.  공조를 했는지 말리기 원했지만 힘이 없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다른 3명의 경찰 중에는 한 명의 어정쩡한 표정으로 망을 보는 동양인 경찰도 있었다. 주요 미디아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인 <과잉 진압>이 아니라 너무나 분명한 인종 혐오 살해극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2020년에 미네아폴리스라는 비교적 진보적인 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그 잔혹함은 아마 흑인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은 그 경관의 심리 속에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고 그 대담함은 아무리 잔혹한 인종 범죄도 처벌이 극도로 미약한 미국 법원과 배심원과 경찰노조의 역사에서 우러나왔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한인 이민자 커뮤니티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과거 LA 폭동의 아픈 역사를 돌이키며 약탈 피해 현장 사진을 나누면서 시위대와 약탈자를 동일시하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이 사건을 통해 흑인들이 겪는 극심한 법과 사회 체계 안에 자리 잡은 인종 차별을 더 아프게 느끼고 널리 알리기 원하는 종교 지도자와 시민 운동가들이 있고, 그동안의 체험을 통해 소수 인종의 연대 감정을 느끼고 연대를 도모하기 원하는 반응이 있다.  약탈의 희생이 컸던 필라델피아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런 연대 반응이 크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소위 모델 소수 인종으로 불리는 한국인 이민자들 중에는 흑인은 게으르고 폭력적이어서 경찰을 과잉 대응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흑인의 가난과 높은 범죄 기록이라는 사회 현상은 듣고 공유하기 쉽지만 그 사회 현상의 원인에 대한 고찰은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흑인의 역사는 박사 과정 논문감이라 읽고 배우고 이해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복잡하고 거대한 이슈라고 피하다 보면 결국 악법과 악습은 고쳐질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부조리하고 부정의한 체계와 그 결과에 대한 스토리 텔링이 너무나 중요하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참담한 마음으로 적어도 조금 더 팩트를 알고 조금 더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싶었을때 음악과 글과 영화를 통해 접한 훌륭한 스토리 텔링을 나누고 싶다.  


7명의 희생자가 남긴 마지막 말 <The Seven Last Words of the Unarmed>

https://youtu.be/zdNXoqNuLRQ


7명의 흑인 희생자가 죽음 직전에 남긴 마지막 말을 모티브로 7 악장으로 만든 조엘 탐슨의 (Joel Thompson) 합창곡이다.  하이든의 <예수님의 마지막 7가지 말씀>의 형식을 따랐다. 2016년 처음 공연되었는데 그 시도가 흥미로운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무척 훌륭하다.


7명의 희생자는 경찰과 대치하다 죽은 게 아니라 흑인이라는 이유로 표적이 되어 죽었다. 그들의 유언이 되어버린 마지막 말은 다음과 같다.  그들의 이름이 덧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기억해주고 함께 애통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1. 왜 총을 꺼냈나요? “Why do you have your guns out?” – 66세의 은퇴한 해병대 Kenneth Chamberlain 은 심장병으로 목에 걸고 있는 의료 경고용 목걸이가 울려서 집에 온 경찰에게 의료 경고 목걸이라고 설명을 했으나 자택 수사를 요구한 경찰 2명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당시 경찰의 바디캠은 작동하지 않았고 경찰 둘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고 구속도 되지 않았다. (뉴욕)

2. 왜 나를 따라오는 거죠? “What are you following me for?” – 17세의 Trayvon Martin 은 동네 슈퍼에 다녀오는 길에 동네 방위대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자기 방어를 주장한 범인은 풀려났다. (플로리다)  

3. 엄마, 학교에 다녀올게요. “Mom, I’m going to college.” – 23세의 Amadou Diallo는 집 앞에서 4명의 경찰이 쏜 40여개의 총탄중에 19탄의 총탄을 맞고 죽었다.  경찰들은 그가 총을 든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했고 역시 풀려났다. (뉴욕)

4. 난 총이 없어요.  쏘지 말아요. “I don’t have a gun. Stop shooting.” – 18세의 Michael Brown 은 총을 소지하지 않았다.  그를 총살한 경찰은 자기 방어를 주장했고 기소되지 않았다. (미주리)

5. 날 총으로 쏘았어!  총으로 쏘았어! “You shot me! You shot me!” – 22세 Oscar Grant는 경찰이 무릎으로 땅에 눌러 엎드린 체 제압된 상황에서 다른 경찰이 총으로 쏘아 죽인 케이스다.  죽인 경찰은 11개월 후 출소했다. (캘리포니아)

6. 진짜가 아니에요. “It’s not real.” – 22세의 John Crawford 은 월마트 스포츠 섹션에서 샤핑중에 BB 탄 총을 들어 보고 있었다.  다른 샤퍼가 911에 전화한 후 도착한 경찰은 바로 총으로 그를 죽였다.  경찰은 기소되지 않았다. (오하이오)

7. 숨이 막혀요…  “I can’t breathe.” – 길에 서 있던 Eric Garner는 담배 개피를 판다는 혐의로 접근한 경찰에게 목이 졸려 죽었다.  그는 숨을 쉴 수 없다고 11번 호소했다고 한다.  검시관은 ‘살해’라고 보고했으나 경찰은 기소되지 않았고 5년 후 경질되었다. (뉴욕)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드러낸 미국의 원죄 '인종차별'

지난 14년간 필라델피아의 할렘이라 불리는 '노스 센트럴' 흑인 빈민지역에서 동거 동락하며 생활 목회를 해온 이태후 목사님의 기고문은 흑인들이 겪어온 구조적 제도적 차별과 현재의 일상을 자세히 전해준다.    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0803


흑인 동네에는 은행이 없어 10-12%의 수수료를 주고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 슈퍼마켓이 없다.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수감자가 많은 나라로 만든 죄목인 마약소지죄에도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마약소지죄로 기소돼 최소 형량 5년을 선고받으려면 (가난한 유색인종이 주 소비자인) 크랙은 5g, (부유한 백인들이 주 소비자인) 코카인은 500g이 있어야 한다.


아침을 먹지 못하고 학교에 가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먹여 보내는 것이 이태후 목사님의 꿈이다.  


모범적 소수 인종, 그 부끄러운 이름에 대하여 

가장 단시간 내 미국 흑인 역사와 한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델 소수인종’이라는 타이틀의 의미에 대해 배우고 싶다면 와싱톤 사귐의 교회 김영봉 목사님의 글을 권한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0766&fbclid=IwAR2ITEXX1EvA0Tls5LsVecSU8UeiP-bhahJ53vzXTObbL_Blzb81nFndIPs


“사회제도가 부조리해도 눈 질끈 감고 열심히 일하는 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제도를 고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고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모범적 소수 인종'은 개인적인 영달의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대한 공헌의 정도로 평가받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로 '모범적 소수 인종'이라는 별명을 얻는다면, 그때에는 그 별명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글귀가 마음에 박힌다.


I was a police chief stopped by my own officer (나는 부하 경찰관에게 검문당한 경찰서장이었다)

이사야 맥키논 (Isaiah McKinnon) 은 디트로이트의 은퇴한 경찰서장이며, Detroit Mercy 대학의 부교수였으며 디트로이트의 부시장이었다.


그의 기고문을 보면 14세에 방과 후 집에 가는 길에 그 당시 흑인 폭행으로 악명 높던  4명의 경찰관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고 나서 디트로이트 경찰관이 되어 힘을 얻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경찰이 된 후에도 인종차별은 그치지 않아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공부에 매진하여 박사학위까지 획득했다.  한 번은 다른 경찰서 경찰에게 흑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할 뻔하고, 경찰서장이 된 후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를 정지당했다고 한다. 그는 묻는다.  경찰이 되어도 박사학위를 받아도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감당해야 하는 모든 불의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면 무엇이 흑인을 보호하겠느냐고.   

https://www.usatoday.com/story/opinion/2020/06/11/floyd-killing-police-must-change-former-detroit-chief-column/5341884002/ 


13th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다큐멘터리 영화

https://youtu.be/krfcq5pF8u8


처음에 13일의 금요일 같은 괴기 영화인 줄 알았다.  한국 영화명이 정확히 설명하듯 13th는 미국 수정 헌법 제13조를 가리키는 제목이다.  2016년 출시되어  많은 영화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제89 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 후보로 지명된 수작이다.  


그럼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는 무엇인가? 1865 년에 채택된 이법은 미국의 노예 제도를 폐지시켰다.  감독은 비록 헌법이 바뀌었으나 제도적인 흑인의 노예화는 교묘하게 지속되어 왔음을 기록한다.  


노예 해방 후 노예는 빈손으로 풀려나서 더 노예 같은 극심한 가난 속에 소위 자유 신분을 시작했다.  기득권층은 빈곤층을 타깃 하는 형사법을 제정하고 이용하여 가난한 흑인들을 체포하고 범죄자로 만들고 국가를 위해 일하도록 강제 부역을 시켰다. 흑인의 투표권을 제한하고, 린칭을 눈감아주고, 인종분리법을 사용하여 흑인들이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얻지 못하도록 법으로 차단시켰다.  1965년 인종 분리법은 폐지되었으나 ‘마약과의 전쟁’이란 그럴듯한 이름 아래 사실은 소수 인종이 범죄자로 분리되기 쉽게 만들었으며 전체 수감률을 높였다. 흑인 가정이 붕괴되고 흑인 남성이 전과가 많다는 현상의 뿌리에는 이런 원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미국이 전 세계 수감 인구의 25% 로 가장 높으며 (심지어 러시아, 중국보다 높다), 이런 높은 수감률을 통해 기득권층이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다만, 역시 기득권의 이익이 걸려 있고 범죄를 강하게 다스리는 게 좋다는 단순한 인식 때문에 고쳐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인종 차별과 불의에 대해 더 많은 스토리 텔링을 만나보고 싶다면 다음 기사에서 29개의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받을 수 있다.

https://theeverygirl.com/movies-shows-documentaries-racial-injustice/?fbclid=IwAR0wZtJ7YKwdnYkk1QkCEPDlWckAg46dxXzSXBdw_vRG8XStn0wja2L4vok 


<The Seven Last Words of the Unarmed> 합창곡부터 <13th> 영화까지 인종 혐오라는 인간의 가장 비열한 심리 때문에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과 제도적인 불의와 불합리를 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위 기사에 소개된 29개의 영화는 아마 더 오랜 시간에 걸쳐 보아야 할 것 같다.  


2020년 이제는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이 밀알이 되어 인종 혐오에 기반한 구조적인 악을 찾아 고쳐내고 사람다움을 회복하는 운동이 지속되고 변화가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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