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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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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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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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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련


글씨들의 다발 속으로 

깃발처럼 꽂히는 간이역에는

먼 곳에서 묻어온 바람 냄새가 나거나

코스모스들이 등 뒤에서 흔들리거나

안개에 잠겨 선로를 잃어버리곤 해요 

당신에게 흘러가는 문장을 가끔씩 지키는 곳 

겹치고 포개져 갈팡질팡할 때

갈피를 못 잡고 캄캄하게 깊어질 뿐이에요 

저마다 다른 보퉁이를 안고 머문 자리마다 

남겨놓은 그리움과 웃음들 

조금씩 닳아서 낡아가고 있어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그것들은

매듭을 했거나 금박을 하고 

언제나 빳빳한 자세를 보이지요

가끔 꽃잎이 끼어든 꽃갈피에서

향기에 실려 꽃비 사이로 어떤 얼굴이 걸어오고 

단풍잎은 지난 가을을 돌려세우기도 해요

쉼표처럼 끼어드는 생이

침묵의 검은 가지에 새 잎을 피우는 걸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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