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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Feb 12. 2022

방이불할 염이불자 직이불사 광이불요 方而不割 廉而不刺


其政悶悶 其民屯屯, 其政察察 其邦缺缺

禍, 福之所倚 福, 禍之所伏 孰知其極 其无正也

正復爲奇 善復爲妖 人之迷也 其日固久矣

是以方而不割 廉而不刺 直而不肆 光而不燿


기정민민 기민둔둔 기정찰찰 기방쾌쾌

화, 복지소의 복, 화지소복 숙지기극 기무정야

정복위기 선복위요 인지미야 기일고구의

시이방이불할 염이불자 직이불사 광이불요


나라의 다스림이 흐릿하면 백성이 무리지어 모이며

나라의 다스림이 깐깐하여 세밀하면 백성은 갈라진다.

화는 복에 의지하고 복은 화에 엎드러져 있으니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바른 것이 변해 기괴하게 돌아오고, 선한 것이 요망한 것으로 변하는데

사람들의 미혹됨은 참으로 오래되었구나

이 때문에 성인은 반듯하면서도 남을 재지 않고

모가 서려 반듯하면서도 남을 비판하지 않고

올바르게 행하면서도 거만하지 않으며

지혜의 빛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눈부시지 않는 법이다.


노자도덕경 58장의 내용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무엇이 올바른가, 무엇이 백성을 위한 것인가, 무엇이 삶의 진실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은 중용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 너무 방관하지 않는 것.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원칙이 필요하고 그 중간의 어디쯤에서 멈출 줄 아는 것. 


이것은 위정자들뿐만 아니라 각 사회의 요소요소, 각 가정,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중국 초나라 때에 노자가 한 말은 지금 21세기가 되어서도 그대로 반복되거나 재현되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나라의 다스림이 어리숙하고 흐리멍덩하게 되면 백성의 삶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로 인해 무리를 짓고 서로 의견을 달리해 나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정권 교체를 통해 왜 위정자들이 올바르게 정치를 해야 하는지 국민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너무 깐깐하게 간섭하고 세밀한 것까지 법규로 구속하려 든다면 그 또한 백성들의 마음을 나뉘게 하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독재 정권이 있었던 시기, 개개인의 사생활까지 감시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충격을 먹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다시는 그러한 일이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국민의 자유와 사생활, 인권이나 자본주의에 합당한 재산권의 보장에 법규로 얽매거나 깐깐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든 일은 선과 악이 존재하는 법. 노자의 말처럼 선한 것이 바뀌어 돌아오고 악한 것도 옳다고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아무래도 예나 지금이나 문화나 시대만 바뀌었을 뿐 인간의 삶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역시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치관의 변화가 심한 시대인데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기보다 인터넷이나 온라인 수업을 당연시하게 된 것을 보면 우리의 가치관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지 확인한 셈입니다


그러니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이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아마도 노자는 그러한 삶의 유연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의 두 대통령 후보자를 봅니다. 


혹자는 其政悶悶(기정민민) 하여 其民屯屯(기민둔둔)해 질까 염려되고, 혹자는 其政察察(기정찰찰)하여  其邦缺缺(기방쾌쾌)할까 걱정이 앞섭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노자는 이에 대해 백성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반듯하면서도 남을 비방하거나 재단하지 않는 사람

스스로는 깔끔하고 규율적이며 모가 서릴 정도로 절제 있지만 결코 남의 허점을 지적하거나 잘못을 비판하지 않는 사람

올바르게 행하면서도 거만하지 않고

지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


이제 중년을 훌쩍 지나고 나니 사람을 먼저 보게 됩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돼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어떻게 가정을 꾸려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위정자를 선택해야 할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是以方而不割 廉而不刺 直而不肆 光而不燿

이 때문에 성인은 반듯하면서도 남을 재지 않고
모가 서려 반듯하면서도 남을 비판하지 않고
올바르게 행하면서도 거만하지 않으며
지혜의 빛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눈부시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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