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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긍긍 Jan 01. 2024

2023년 D-53분 벼락치기

연말결산 앤 해피뉴이어

2023 올해의 ㅇㅇㅇ 방송(무려 인스타그램 라이브!)을 연 동료를 보며, 나도 비록 53분 남았지만(이 한 문장 쓰는 데 무려 6분이 걸려서 이제 2023년이 47분 남았다) 2023년을 돌아본다. 시간이 뭐 그리 중요하냐, 몇 시 몇 분 몇 초라 하면 그냥 인간이 아무데나 쑥 꽂아넣은 표지에 불과하지 않느냐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 표지 덕분에 아무 변화 없어 보이는 내 시간도 물결처럼 꾸준히 꾸준히 흘러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니까. 그래서 좋다.


여튼, 몇 가지만 간략히 정리해보고 더욱 마음에 남는 것들은 언젠가 글로 더 풀어낼 수 있기를.


#올해의 메시지(였던 것)


“그리고 우리는 사랑으로 돌아간다”

딱 1년 전 이맘때 속초에서 읽었던 책에 적혀 있었던 구절. 핸드폰 배경화면에까지 적어놓고 2023년은 ‘사랑’으로 가득 채우자고 다짐했었다. 어떤 연유로 ‘사랑’에 그렇게 매달렸는지는 어렴풋이만 기억나는데, “사랑한다”가 아니라 “사랑으로 돌아간다”를 강조했던 걸 보면 그 때 내 마음은 오히려 사랑이 아닌 다른 것들로 어지러웠던 듯. 그래서 목표대로 내 마음을 사랑으로 잘 에둘러 보냈느냐 하면, 어떤 관계에서는 결국 실패했지만 또 다른 관계에서는 그리 하였다.


#올해의 단어


“시즌”

‘계절’이라 할까 ‘시즌’이라 할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시즌 드라마’에 대한 글에서 처음 생각을 하게 되었으므로 ‘시즌’!

계절은 해마다 찾아오고 물러나기를 반복하지만 작년 봄과 올해 봄이 결코 같은 봄은 아닌 것처럼. 나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하지만 분명하게 내 안에 감정과 배움들이 켜켜이 쌓어갼다는 사실이 새삼 위안이 된다. 그걸 느끼고 싶어서 틈날 때마다 이걸 보나 보다. 그건 바로…


#올해의 드라마


모던패밀리

응. 또 모던패밀리. 시즌 10이 넘어가는 드라마를 한 번 정주행하고 또 2번째로 보고 있다. 그치만 왠지 이번 정주행도 마무리하고 나면 또 다시 돌려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라나는 아이들보다도 잊을 때마다 반복되는 소재, 그걸 비슷하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끄집어내는 이야기들에 너무 많은 위로를 받는다. 다음 정주행 때는 마음 먹고 모던패밀리가 나에게 주는 정동을 좀더 분석해보고프다.


#올해의 고민


일.

이제 ‘어라? 재밌어보이는데?’ 하면 뛰어들고, ‘어라? 노잼인데?’ 하면 발 뺄 수 있는 연차는 어느덧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커리어’라고 말할 무언가를 가꿔나가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나의 이번 퇴사는 과연 ‘커리어’의 관점에서 슬기로운 선택이었는가 하는 생각에 연말에 급 걱정이 몰려 왔었다. 조급해지기는 싫은데, 그래도 2024년에 좀더 명확성이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의 잘한 일


여행 가서 일기 쓴 것.

포르투갈 여행을 가서 매일 틈날 때마다 일기를 썼다. 관광지 한 곳 한 곳의 이름은 까먹어도 거기서 느낀 감정들은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아니, 잊어버렸다가도 다시 상기하고, 또 흩어졌다가 다시금 새삼 떠올리는 나날들이 불현듯 나에게 찾아올 수 있도록. 이때 쓴 일기들은 언젠가 브런치에 옮겨봐야지. 일상이 숨차서 그때의 감정들을 다시 꺼내보고 싶은 날에.


#올해의 못한 일


체중관리.

네, 체중계를 쟀더니 앞자리가 무슨… 건강검진 결과지엔 ‘과체중’ ‘경도비만’이 찍혀 나왔다. 술을 많이 마셨고, 많이 먹었고, 자주 먹었다. 그랬더니 이리 되더라. 그래도 즐거운 시간들이었으니 후회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책임을 져야 해… 새해엔 체지방 6.4kg 감량을 목표로 해본다. 그래야 ‘정상’ 된다.


#올해의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리바운드, 괴물.

모으고 나니 확실히 취향의 일관성은 없다. 하나는 너무 어이없게 필연적으로 붕괴하는 영화였고, 하나는 손때 묻은 방식으로 도약하는 영화였고, 또 하나는 어제 봐서 정리하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지금 생각나는 표현은… 음… 사랑하는 영화였다. 기울어도 앞으로 앞으로 길을 터주는 사랑.


#올해의 사람


T사 동료들.

딱 한 명을 꼽기 힘들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방식의 교감을 주었던 사람들. 공허한 눈으로 주고받았던 기묘한 연대, 민망해서 진심까진 터놓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때보다 따스했던 돌봄의 마음들. 힘들 땐 부추겨주고, 즐거울 땐 같이 웃고, 무엇보다 다함께 설렁탕 한 그릇에 분노했다. 그게 나쁜가? 예전엔 그렇다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구매


온갖 모자들.

왜인지 모르겠는데 캡모자를 습관처럼 사들이던 한 해였다. 계속 뭔가를 사고 싶은데, 애매한 건 감질이 안 나고, 값비싼 건 엄두가 안 나니까 그 사이에서 적당히 사모을 수 있는 게 바로 모자였다. 내일도 하나 픽업하러 상수동 모자숍에 가야 한다.


#올해의 방심


엄마.

엄마가 점점 늙어간다. 어디 한 군데 큰 병은 없지만, 자질구레한 질환들이 늘어나서 일상을 좀더 무겁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데,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왜 일상에선 자꾸 잊을까? 왜 둘이서만 붙어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을까? 엄마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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