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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01. 2024

한식

외국인들에겐 불친절하답니다..

3.1절을 맞아 한식이야기를 해 볼까 하는데.. 딱히 긍정적이지는 않은 내용이다.


우리가 한식을 '발효음식'이라는 장점으로 소개하고 다님에 대해 외국에서 일부 볼맨소리가 나왔었다고 한다. 느그만 발효음식 쓰냐고, 우리도 발효음식 먹는다는 거지ㅇㅇ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발효음식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 사실 냉장고와 같은 장기저장기술이 발달되지 않았을 시절 음식을 극도로 짜고 맵게 만들어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행태는 아마도 인류의 유일한 식품 장기보관법이었을 터,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 아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식의 특징을 재정의 해보자면

"발효음식이 있다."가 아니라

"거의 모든 음식이 다 발효음식이다."라고 해야 조금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외국에도 발효음식이 있다곤 하지만 그들에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식은 거의 모든 음식에 '발효'가 들어간다. 거의 모든 한식이 된장 고추장 간장을 기초 양념으로 두고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벗어나 있는 건 아마 흰쌀밥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필자는 과연 이게 '장점'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발효음식은 매캐하게 톡 쏘는 향내가 특징이다. 소위 말하는 '군둥내'라는 것인데, 문제는 이 군둥내라는 게 초심자에겐 다소 역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거지. 그 음식을 꽤 오랫동안 감내(?)하고 나야 그 향취 속에서 나름의 그윽함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외국에선 자국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방인에게 처음부터 자국의 발효음식을 대접하지 않는다. 북유럽의 슈트뢰밍 내지 프랑스의 일부 역한 치즈들 말이다. 이런 건, 그 악명을 듣고 호기심에 의도적으로 이역만리를 떠나온 이들에게나 대령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식은 '발효 묻지 않은' 음식을 찾기가 어렵다 보니 문제가 된다.




일식의 세계화를 내심 부러워했던 정부는 오랫동안 '한식의 세계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그렇다 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아마 일본음식처럼 적당히 단짠 하면서 입에 쏙 넣기 좋은 '소프트'한 메뉴가 한식에는 별로 없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그나마 외국에서 자리를 잡고 '팔리는' 한식이라는 건 사실 '전통' 한식이라고 보기엔 초큼 애매한 것들인데 김밥이나 양념통닭, 삼겹살 구이, 볶음밥, 라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군둥내가 나는 진짜 전통 한식(ex : 김치)은 다소 독특한 컨셉으로 자리잡는 듯한데, "나는 남들과 달라."라는 홍대병이 말기까지 진행된 캘리포니아의 일부 신좌파 힙스터들이 자신의 유니크함을 입증해 줄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추가로, 재료를 손질하지 않고 통짜로 넣고 조리하는 한식 특유의 습성도 세계화를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한식은 이미 조리가 끝난 상태의 요리를 능수능란한 젓가락질로 '후벼 파면서' 먹을 수 있는 부위를 별도로 '긁어'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시아의 젓가락 풍조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에겐 극도로 불친절한 상황인 것이다.(심지어 뜨겁기까지 하다..)
작은 생선들을 사용하는 요리의 경우 그 뼈와 살을 발라내는 과정이 극도로 까다롭기 때문인지 한국식 생선요리는 언제나 최악의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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