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2 이야기는 스포땀시 어지간하면 입을 다무려 했는데 아침에 어떤 인플루언서 쭉정이가 "조커 2의 감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느그 대중 국평오 어쩌고"거리는 장면을 보고 속이 뒤집혀 일장연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내용은 스포일러 투성이이니 감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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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커가 죽은 건 누가 뭐래도 빡칠 만하다.
아무리 기존 세계관의 스핀오프라 해도, 어느 특정 세계관을 '차용'한 이상 지켜야 하는 룰 같은 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기존 세계관에 창작자의 '입맛'을 살짝 덧칠하더라도 세계관 그 자체를 붕괴시킬 정도로 엄청난 변동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빌려간' 물건을 부숴버리는 것 같은 행위인데 보통 '기존의 물건'보다 더 좋은 물건을 구해다 보상해주지 못할 경우 욕을 처먹는 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기존 물건 성능에 훨씬 못 미치는 '대체상품'을 꺼내놓곤 어쭙잖게 '합의'를 요구하곤 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포스트모던 어쩌고 하는 어쭙잖은 스핀오프 시도들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ex : 스타워즈의 PC떡칠 후속 편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삼국지를 '스핀오프'한 작품 머시기가 있다고 치자. 기존 삼국지연의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진 않는다 해도, 관객들은 조조나 유비 같은 주연급 캐릭터의 활약상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 기대를 만족시키는 게 바로, 스스로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지 않고 기존에 있는 세계관을 차용한 작품 제작자가 짊어져야만 하는 '대여료'인 것이다.
그런데 '이 삼국지'에서 유비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고 조조는 그냥 반동탁 연합군 단계에서 적의 활에 맞아 죽어버리는 걸로 엔딩이 맺어졌다면? 여기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베트맨 세계관으로 이야기해 보자. 10여 년 전, 베트맨 비긴즈에서 다크나이트 라이즈로 이어지는 장대한 베트맨 영화 시리즈가 나왔었고 중간편인 '다크나이트'를 필두로 모든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며 흥행을 했었다. 여기서 만약의 가정을 해 보자. '비긴즈'라는 이름으로 무언가 시작하려고 입질을 넣는 찰나, 다음 편에서 바로 고담시의 처참한 현실에 지치고 비관한 브루스웨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것으로 시리즈가 종결된다면?(당연히 조커 리들러 펭귄 다 멀쩡하게 남아있고 하비덴트는 투페이스로 넘어가지도 않는 상황..)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더 나아가 여기에 분개하는 관객들을 상대로 제작진들이 "너희가 고담시 같은 막장 세계를 홀로 지켜내야 하는 외로운 영웅의 고독한 비애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어? 너희가 베트맨이 아닌 '인간 브루스 웨인'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냐고 이 개돼지들아!" 이러면서 어쭙잖은 훈계까지 두려 한다면?
... 조커나 베트맨 같은 어떤 극단적으로 판타지화된 캐릭터성에 천착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고자 하는 게 진짜로 목적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극단적 판타지'로 점철된 세계관을 차용하질 말던가요.. 왜 남의 세계관 빌려가 망가뜨려놓고 "네가 게임만 하다 인생을 망칠까 두려워 니 게임기를 빌려가 아예 부숴버렸어" 따위의 X 같은 훈계질을 늘어놓으세요..?
2. 로멘티스트 조커...?
1편에서 사람들이 '조커'라는 캐릭터에 열광했던 건, '조커'라는 캐릭터가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인간계의 모든 아름다운 가치들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고 무너져버린 '진정한 밑바닥'에서, 그 모든 인간성을 벗어던지고 탄생한 원액의 분노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타자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진정 단 한 점도 남지 않은, 세상을 향한 순수한 원귀 그 잡채. 물론 '그 조커'가 된 후 예상치 못한 일부 인기를 얻기도 하지만 그건 분명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그런데 2에서 아서플랙은 시작단계부터 영문을 알 수 없이 조커물이 거의 다 빠져나간 맥 빠진 상태가 되어있다.
뭐 좋다. 사람들은 '어떤 계기로 인해' 내면의 조커성이 다시 폭발하고 그렇게 장대한 서사를 써 나아갈 거라 기대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조커성'에 다시 불을 지키는 계기가 분노가 아닌 '로맨스'라는 점이었다.
맥 빠진 감옥 삶을 살아가던 아서플랙은 우연찮게 그의 '조커면모'에 과한 감동을 받았던 한 여성(할리퀸)을 만나 사랑에 빠지며, '그녀의 환심을 얻기 위해' (내면에서 잊혀가던..) '조커'라는 '배역'을 어쭙잖게, 억지로 끄집어내 다시 연기해 보려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렇게 다시 '조커'로 살아가려 했으나.. 난쟁이 친구와 법정 재회, 감옥 친구의 사망 등등의 상황을 거치며 자신의 조커성이 그들을 상처 입히는 거 아닌가 하는 '우정의 내면 갈등'을 하게 되고 그렇게 다시 조커성을 내려놓게 된다.
....우우저어엉? 사아라아앙?
... 야. 이 새X는 이미 전편에서 지 절친이랑 엄마까지 베개로 눌러 죽이고서 세상과 선 긋고 흑화 각성한 놈이야! 이런 인간이 왜 갑자기 사랑에 취하고 우정에 갈등하는 건데? 이제 와서 한 명의 인간 아서플랙? 이건 무슨 구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세요? 이게 진심 맞는 캐릭터성이라고 생각해?
3. 의문스러운 졸속 종결
주요 인물들을 갑작스레 '치워'버리면서 허겁지겁 시리즈를 종결 내는 경우 가장 큰 이유는 보통 '경제'이다. 작품이 상업적으로 실패하여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어놓을 경우 제작자는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허겁지겁 시리즈를 종결 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커'의 경우는 좀 다르다.
다크나이트 히스레저 조커 이후 '조커'는 침체기였다. 세상 어느 누구도 히스레저 조커의 위대함과 완벽함을 대체할 수 없을 거라는 회의감이 팽배했다.(물론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 조커'를 그렇게 선평 하지 않았지만..) 어쭙잖게 '그 조커'를 대체해 보겠다고 나섰던 새로운 시도는 '-닦이'라는 시니컬한 조롱 밈 속에 묻혀버렸다. 그러던 중, 우리가 아는 '그 조커'가 나왔다.
'그 조커'는 엄청난 흥행을 했다. 장담컨대 제작진들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 '예상치 못함'이 또 다른 어떤 문제를 불러왔는지 여부와 별개로 한 가지 분명한 건, 적어도 '상업적 실패'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조커'는 히스레저 조커의 주가를 멀찍이 뛰어넘었고 그렇게 조커의 새 역사를 쓰게 되었다. 이 새로운 배트맨 세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배트맨과의 첫 만남은 어떻게 묘사될지, 다들 두근두근 기대들을 했을 것이다. 솔직히 망했다는 2 작중에서도 '하비덴트'가 언급되는 부분에서 지루하던 눈이 다시 번쩍 뜨였을 이들이 제법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무언가 하나씩 나아가는 듯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조커는 사라졌고,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이 시리즈'는 그렇게 허무한 졸속종결로 마무리되었다. 왜?
전술했듯 상업적 실패는 이유일 수 없다. 그럼 남는 건? 정치적 문제겠지. 폴리티컬 프라블럼! 그리고 이건 분명 사람들을 '더' 빡치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사랑과 우정을 깨달으며, 그렇게 고뇌하고 괴로워하다가 자 1살이나 다를 바 없는 비참한 최후로. 이거 '인셀 신화로써의 조커'를 그렇게 고까워하던 '그분들'이 내심 너무나도 바라왔던 엔딩 아니야?! 너 같은 찐따새끼는 절대로 성공해선 안돼! 제발 성공하지 말고 자신의 찌질함에 골 싸매고 괴로워하며 죽어가줘! 그렇게 망가지거고 죽어버리는 모습을 노출해서 그걸 위에서 바라보는 우리 신좌파 리버럴에게 포르노적인 승리감과 우월감을 느끼게 해 줘!
그리고 조커 2는 '그들'의 판타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었던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페미니즘이나 흑인인권, 이슬람 문화상대주의 같은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커 1에 열광했던 게 보통 '누구'였는지, 그리고 이 망작 2에서 그나마 선평을 남기고 있는 이들이 보통 '어느 쪽' 사람들인지를 대조해 가며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