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육지로 흐른다

힘은 결핍에서 나온다

by nadi

벌겋게 달아 오른 석양 아래 일렁이는 파도가 콩새를 집어삼킬 기세다.


껑충 뛰어올랐다.

유달리 곱고 예뻤던 미복 언니의 노랑머리 한 움큼을 재빠르게 낚아채고, 한 바퀴 휘감아 쥐었다.

머리 끄덩이를 잡고 싸울 때 울면 진다.


바닷가 짠내 나는 콩새가 그걸 모를 리 없었고, 나의 세상에서 먼저 우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앙칼진 욕설이 난무했던 그날의 승자는 포악했던 콩새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두 언니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씨발 니 가방 네가 쳐들지, 왜 맥없이 우리 언니냐'며 으르렁 거렸다.

미복이 언니의 가방을 들어주는 언니가 등신처럼 보였다.

나의 앙칼진 욕설과 한 움큼 움켜쥔 머리털을 빼앗긴 이후, 언니의 손에서 미복 언니의 가방은 사라졌다.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그 사건 이후, 콩새는 '싸낙베기'로 등극했고, 파란만장한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네 어른들은 하나같이 모두 나를 '싸낙베기'로 부르기 시작했다.


훗날, 유년의 추억을 함께 했던 미복 언니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삶이란 무엇일까?

인생의 무상함이 느껴다.


키도 작고, 노랑머리에 곱슬곱슬하니, 꼭 양년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소리에 발악했었다. 사나워질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이 무심코 던진 말들이 어린 내게 열등감으로 작용했다. 내 안에 든 독기는 결핍의 산물이다.


먼저 공격을 하지 않지만 공격을 당하면, 목숨 걸고 이길 때까지 싸웠다. 누구든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았고, 안되면 돌을 집어 들었고, 곡괭이도 불사했다.


싸우는 날에는 상대를 짓이겨 놓고, 어머니의 이불장 안에 꼭 꼭 숨어 있었다. 당한 아이들의 부모들이 집으로 쫓아 와서 어머니께 무진장 혼이 났지만, 아버지는 그런 일로 딸을 혼내지 않으셨다.


내 의식의 중심에는 이겨야 한다는 각오가 늘 도사리고 있었다. 작고 연약하면 밟힌다.

작은 건 어찌해 볼 수 없지만 강한 건 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서열을 중요시했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예의를 중히 여겼다. 동생들이 기어오르려고 할 땐, 가장 싫어하는 것을 골라 몸서리를 치게 만들어 놓았다.


쥐덫을 놓아 쥐를 잡은 뒤, 쥐꼬리를 잡고 쫓아다녔다.

동생 친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무서워했었다.


유년의 결핍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통해 내게 힘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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