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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Nov 14. 2024

수능날 풍경

멀리서 엄마가 응원해!

수능이 다가오면서 딸도 나도 선물을 많이 받았다.

자녀 수능이라고

직장 노조에서 보내주고

사복직 연합에서도 보내주고

퇴근 전에는 동에서도 초콜릿 세트를 선물로 챙겨줬다.

도시락 반찬 정했냐고 물어보는

병아리 같은 행정신규 직원들도 있었고

내 시험도 아닌데 응원한다는 많은 메시지를 받은 것 같다.


퇴근해서 집에 가니

딸아이가 많이 피곤해 보였다.

잠이 안 온다 하면

함께 산책하면서 한국사 근현대사 내용을 정리해 줄까 했는데

많이 피곤해해서 일찍 자라고 했다.


밤 10시에 자서 새벽 5시 넘어 일어나다니...


딸에게 시험전날 잠을 잘 잔 것이 복이라고 말해줬다.


몇 년 전 공무원시험 초시 때 긴장해서 한숨도 못 자고

시험 치르느라 엄청 힘들었었는데..

컨디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수능은 종일 시험을 치니 더 중요하니까..


딸은 사탐과목 다시 보고 있고

나는 서둘러 아침밥, 도시락, 커피 등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심심한 된장국, 소시지볶음, 볶음김치 이렇게만 넣고

물 커피 간식들 종류별로 싸주었다.


수험장이 집에서 차로 13분 거리로 가까운데

근처에 학교가 많아 차가 제법 밀렸다.


경찰들이 도로 통제하느라 바빠 보였다.

6시 55분에 출발했는데 7시 16분에 딸을 내려주었다.

10분가량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그 오르막은 못 올라가게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다.


딸을 내려주고 집으로 오니 7시 45분

딸에게 잘 도착했다고 톡이 와있었다.


아이의 인생을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항상 보살펴주고 바라봐주고 챙겨주고 응원해 주는

엄마의 역할을 내가 하고 있구나.

오늘 있었던 일을 딸은 평생 잊지 못할 텐데...


문득 애들 아빠가 생각이 났다.

딸에게 선물이나 응원메시지는 보냈을까?


오전에 차 안에서

아빠한테 수시 합격한 거 얘기했냐고 물어보니

"최종합격도 아닌데 뭐 하러.. "그러고 만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러고 말았다.

그 사람은 자기 딸이 오늘  어떤 마음인지나 알까.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많이 놓치고 있네.


아이 본인만큼이나 부모에게도 정말 중요한 날인데...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 알려줄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중간에서 방해하지 않는데

아빠 역할은 본인 하기 나름일 거라고

예전처럼 가만있어도 좋은 아빠 이미지 만들어주는 거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지금쯤 수학시간이라 아이가 쉬고 있을 시간이다.

점심 먹고 오후 시간.. 영어와 사탐이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엄마가 응원해.. 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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