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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구 경영인 박영곤 Feb 28. 2020

K리그 팀의 선수단 규모에 대하여 (1/2)

구단운영 시리즈 #1

K리그 팀들을 보면 1, 2부를 막론하고 선수단과 관련하여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을 발견한다. 다름 아닌 선수단의 규모가 그것인데 간단히 말해 팀에 등록된 선수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정확한 수치에 대해선 좀 더 면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산업에서 일하며 보았던 케이스들을 종합하면 선수 수가 30명 이상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고 40명이 넘는 거대 인원을 꾸리고 있는 팀들도 종종 목도할 수 있었다.



내가 구단을 운영하며 참가했던 스페인 3부와 4부 리그엔 구단 별 최대 22명의 선수를 등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중 최소 6명의 선수는 23세 이하로 구성해야 했다. 즉 23세가 넘는 선수는 팀 당 16명을 초과할 수 없는 룰이 존재했던 것이다. 당연히 23세 이하 선수의 퀄리티가 중요했음은 물론이고, 이 6명의 선수들을 어느 포지션에 분배할 것인가가 스쿼드 구성에 중요한 기본 골격으로 작용했다. 주로 골키퍼에 한 명을 할당하고, 센터포워드, 윙포워드, 미드필더, 센터백, 그리고 사이드 백에 한 명씩 골고루 나누어 선발했었다. (그중에서도 2선 공격수였던 에스카르도 선수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눈에 띄는 탤런트를 갖춘 선수였고 원더 골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다만 성실성 부분에서 큰 점수를 주긴 어려웠다)



이렇게 6명을 우선 선발하면 나머지 16명을 채우게 된다. 이미 포지션별로 선발해야 할 적정 숫자가 그려지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부분, 예를 들어 주로 쓰는 발은 어디인지, 데드볼 운영 능력은 어떤지(팀의 프리킥을 맡을 선수가 적어도 두 명은 되어야 한다), 체격physicality은 어떤지 등의 체크 항목들을 기준으로 필터링을 해 나간다. 물론 이 작업은 시작에서 끝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진 않는다. 특정 선수와의 협상 단계가 결렬되면 그다음 옵션으로 있던 선수와 협상이 들어가고 이럴 경우 이미 선택이 마무리되었던 다른 포지션의 선수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16명의 선수가 개별적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아닌, 서로 유기적으로 엮여 구성이 진행되기에 그림을 지우고 그리고를 수없이 많이 반복해야 한다.


Image by FelixMittermeier from Pixabay


그리고 이런 선수단 구성의 백미는 바로 '멀티 자원'의 선발에 있다. 사이드백 선수가 윙포워드 자리에서도 부족함 없는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선수가 있다면 윙포워드 자리에 0.5를 플러스할 수 있고 따라서 윙포워드 수를 한 명 줄이고 미드필더에 숫자를 강화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센터포워드 중 한 선수가 윙포워드에서도 어느 정도 뛰어줄 수 있을 때 더 쉽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때문에 이 멀티 자원의 운영이 제한된 선수단 퍼즐 맞추기에 조커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구단을 운영하고 있을 때 '현실에서 FM(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한다'라고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매우 맞다. 나도 실제 FM 게임을 해 보았고 게임과 현실이 아주 근접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다만 FM에서는 선수의 아버지나 삼촌과 실랑이 할 일은 없었던 거 같지만. 그래도 이건 양반이다. 선수 와이프, 아니 선수 여자친구와 얼굴을 붉히는 경우까지 있었으니!



아무튼 22명 구성이 완료되면 이들을 바탕으로 시즌 38경기를 치른다. 물론 1월 이적시장에서 교체가 이루어지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유스팀의 자원을 끌어올리기도 하는데 실제로 부상 선수 발생으로 인해 포지션에 누수가 생겨 유소년 선수를 급히 1군으로 콜업 한 경험이 있다. 만약 에시하 발롬피에가 2군을 갖추고 있었다면 물론 이 2군에서도 선수를 호출할 수 있다. 다만 그렇게 임시로 옮겨온 선수가 특정 경기 수 이상을 1군에서 뛰게 되면 다시 2군 경기에는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기에 이 역시 구단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긴 하다.



에시하 발롬피에는 2017-2018 시즌 동안 1월 3명의 선수를 교체한 것을 포함하여 22명 정원을 꾸준히 유지하였다. 부상, 경고 누적 등으로 경기에서 빠진 선수들 때문에 완전한 전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경기를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극단적인 어려움을 느낀 경기는 시즌 38경기 중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이럴 경우 벤치 멤버 선수들은 경기를 뛸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구단은 그들을 보다 면밀히 평가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웃지 못할 해프닝은 1월에 영입했던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후베닐, 이승우 선수와 함께했었다) 출신의 사이드백 선수가 시즌 마지막 경기인 38라운드에서야 선발로 데뷔 전을 치렀는데 경기력이 동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나왔던 선수보다 나았던 경우가 있었다. 선수 선발이야 감독의 권한이기 때문에 구단주/단장이었던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진작 이전 경기에서 기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었다.



이상이 나의 경험이었고, 내가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스페인 1부와 2부의 경우도 팀이 등록할 수 있는 선수의 수는 25명을 넘지 못한다. 그들 역시 2군 혹은 유스팀에서 필요할 경우 선수를 수급할 수 있지만 그렇게 선수를 끌고 올라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렇듯 스페인의 축구팀들은 20명 초중반의 선수들로 시즌을 치르고, 그에 반해 K리그 팀들은 30명 중후반, 많으면 40명 이상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K리그 팀의 선수 수가 스페인 팀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경우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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